2017년 11월,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소재 중견그룹 케이씨(KC)는 모태기업 옛 케이씨텍을 쪼갰다. 반도체 유틸리티와 투자 부문 ㈜케이씨(존속)와 장비·소재 부문인 케이씨텍(신설)이다. 결과적으로 지주 체제 전환은 창업주의 대물림을 위한 전주곡이다. 1년3개월 뒤 주식 증여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지주 체제 전환, 2세 지분 승계 전주곡
지주 체제로 전환하기 전(前), 창업주 고석태(72) 회장이 소유하던 옛 케이씨텍 지분은 최대주주로서 33.71%다. 이어 부인 오희복(72)씨가 5.14%를 보유했다. 도합 38.85%다. 자사주는 8.16%다.
당시 인적분할 방식의 지배구조 개편에 따라 창업주 부부 지분은 각각 ㈜케이씨와 케이씨텍으로 나눠졌다. 자사주는 ㈜케이씨 자사주와 케이씨텍 지분으로 쪼개졌다. 고 회장(38.85%)→㈜케이씨(8.16%)→케이씨텍 지배체제가 형성됐다.
현재 ㈜케이씨는 간판 계열사 케이씨텍 지분 35.9% 최대주주다. ▲2018년 7월, 2021년 4월, 작년 5월 3차례 공개매수(지분 23.4%) ▲2020년 3월, 2021년 11월~2022년 2월 장내매수(3.57%)를 통해 34.07%를 확보한 뒤 케이씨텍이 작년 2월(0.82%)과 올해 4월(4.27%) 자사주 5.09%를 소각한 데서 비롯됐다.
㈜케이씨는 공정거래법상의 지주회사는 아니지만 실질적 지주사로서, 케이씨텍 말고도 KC이앤씨, KC이노베이션 등 국내 6개사의 최대주주이자 총 10개 계열사(해외법인 3개)의 정점에 위치한다.
이런 이유로 고 회장의 2대 승계의 열쇠 역시 ㈜케이씨가 될 수밖에 없다. 고 회장의 현 ㈜케이씨 지분은 9.2%다. 분할 당시에 비해 24.51%p 축소됐다. 주식을 사고 판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순전히 장남 고상걸(44) 부회장과 장녀 고유현(37) KC투자파트너스 팀장에게 주식을 물려준 데 기인한다.
두 차례 취소 뒤 재증여 효과 극대화
즉, 고 회장이 ㈜케이씨를 핵심 축으로 한 지주 체제 조성작업에 맞춰 2대 승계를 위한 ㈜케이씨 주식 증여를 시작했고, 그 출발이 2009년 1월 10.33%(이하 당시 지분·185억원)다. 고 회장 부부 외에 남매가 ㈜케이씨의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것도 이 때다. 2020년 5월 5.9%(127억원), 2024년 3월에 다시 10%(302억원)를 물려줬다. 증여 당시 주식시세로 총 614억원어치다.
한데, 아들과 딸에 현격한 차등을 뒀다. 즉, 경영권 핵심인 ㈜케이씨의 경우 주식을 거의 전적으로 후계자에게 몰아줌으로써 2대 승계 기반을 닦았다. 고 부회장이 물려받은 주식이 전체의 93%인 24.39%(579억원)다. 반면 고 팀장은 1.84%(36억원)가 전부다.
1차 증여 이후 이듬해 3월 고 부회장이 장내에서 26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일 때도 자금을 증여해 주기도 했다. 또한 2022년 3월 6억원어치를 추가 매입한 후 2년 뒤 3차 증여는 오롯이 장남을 대상으로 했다. 고 부회장은 26.37%를 확보하며 1대주주로 올라섰다. 고 회장은 7.48%로 축소됐다.
창업주가 ㈜케이씨의 주가 흐름에 따라 증여 효과를 극대화했다는 점도 지분 승계 과정에서 볼 수 있는 도드라진 특징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상장주식은 증여일 전후 2개월의 평균 주가로 증여재산의 가치가 매겨진다. 따라서 주가 하락기 주식 증여가 절세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다시 말해 동일한 증여세를 내더라도 주가가 쌀 땐 더 많은 주식을 물려줄 수 있다는 의미다.
고 회장이 당초 ㈜케이씨 주식을 남매에게 처음으로 증여한 시기는 2018년 8월 7.38%(100만주)다. 당시 주가가 2만1650원이다. 이후 주가 하락이 이어지자 11월 1만4350원 시점에 취소했다. 이어 2019년 1월 1만3200원 때 10.33%(140만주)로 늘려 첫 증여를 한 것이다.
한 번만이 아니다. 2020년 2차 증여 때도 똑같이 반복했다. 1월 3.69%(50만주)를 물려줬다가 4월 없던 일로 하고 5월에 다시 5.9%(80만주)를 증여했다. 주가가 1만7750원(증여)→1만4050원(취소)→1만5900원(재증여)의 추이를 보이던 시기다.
이런 이유로 고 부회장이 24.39%의 증여 주식에 대해 납부해야 했던 증여세는 대략 330억원으로 추산된다. 증여 당시 주식시세로 과세표준 30억원 초과 최고세율 50% 및 최대주주 할증 10%를 합해 60%를 적용한 액수다.
4차 증여 완료 땐 지분 40.7% ‘원톱’
2대 경영자인 고 부회장이 증여받은 주식을 처분하는 일은 없었다. 과세당국에 주식을 담보로 잡히고 최장 5년간 나눠 낼 수 있는 연부연납으로 해결했다. 1~2차 증여세는 작년 12월까지 완납해 지금은 2024년 8월부터 시작해 오는 2029년 6월 마무리되는 3차분만 남은 상태다. 담보공탁 주식은 9.55%(105만2000주)다.
현재는 ㈜케이씨 개인지분이 32.43%로 더 뛴 상태다. ㈜케이씨가 분할 이후 지속적으로 매입해 온 자사주를 작년 2월(2.38%)부터 올해 2월(2.66%)과 4월(13.65%)에 걸쳐 18.69%(분할 후 발행주식 1355만4044주 기준) 소각한 데 따른 것이다.
결과적으로 고 회장은 ㈜케이씨 주식을 오로지 승계를 위한 도구로 활용했고, 후계자인 고 부회장 역시 증여받은 주식을 온전히 보유함으로써 고 부회장(32.43%)→㈜케이씨(35.9%)→케이씨텍 등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계열 장악력을 거머쥔 것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고 회장이 이달 24일부터 한 달 사이에 6%(208억원)를 증여하기로 지난달 24일 예고했다. 모친도 처음으로 2.3%(80억원)를 물려준다. 도합 8.3%, 현 주식시세로 324억원(12일 종가 3만5450원 기준)어치다.
대상은 이번에도 장남이다. 고 회장이 ㈜케이씨 주식 증여를 통한 2세 지분 승계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는 셈이다. 이를 완료하면 고 부회장 지분은 40.73%로 치솟는다. 양친 각각 3.2%·4.02%, 여동생 2.27%를 압도한다. 확고부동한 ‘원톱’ 체제다.
대를 이어, 이제는 ㈜케이씨를 통해 일찌감치 3대 승계 기반까지 닦는 모양새다. 고 부회장 아들인 올해 16살 고호영군이 장내매입을 통해 3월 말 ㈜케이씨 주주로 등장한 뒤 지난달 10일까지 계속해서 주식을 사들였다. 0.69%, 23억원(주당 평균 2만9861원)어치다. 재원이 전액 증여자금이다. (▶ [거버넌스워치] 케이씨 ③편으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