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도 딴판이다. 2017년 11월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소재 중견그룹 케이씨(KC)가 지주 체제로 전환한 이후 사주(社主) 일가가 케이씨텍 주식을 팔아 손에 쥔 현금이 1000억원이 넘는다. 실질적 지주사 ㈜케이씨 주식은 오롯이 보유해온 것과 대비된다.

증여 주식 딸 몫 지주사 보다 두둑
모태기업 옛 케이씨텍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 체제로 전환한 이후 고상걸(44) 부회장(32.43%)→㈜케이씨(35.9%)→케이씨텍 등으로 이어지는 2대 지배체제를 완성하기까지 지주사 ㈜케이씨(존속)가 케이씨텍(신설) 지분 확보(8.16%→35.9%)에 투입한 자금은 총 1460억원이다.
▲2018년 7월(595억원), 2021년 4월(482억원), 작년 5월(241억원) 등 3차례 공개매수 1320억원(지분 23.4%) ▲2020년 3월(43억원), 2021년 11월~2022년 2월 (94억원)의 장내매수 137억원(3.57%)이다.
꾸준한 수익성에서 비롯된 풍부한 현금 유동성을 기반으로 한다. 반도체·디스플레이용 가스·화학 공급장치 주력의 사업지주사인 ㈜케이씨는 본체만 보더라도 2021년~올해 6월 말 현금성자산(별도)이 매해 적어도 1520억원, 많게는 1960억원 등 줄곧 1500억원을 웃돈다. (▷ 8월18일자 ‘케이씨 ①편’ 참고)
반면 창업주 고석태(72) 회장의 케이씨텍 지분은 33.71%에서 4.89%로 축소된 상태다. 부인 오희복(72)씨도 5.14%→4.17%로 낮아졌다. 오너 부부 지분 감소의 49%가 주식 매각에 기인한다. ㈜케이씨 1~2차 공개매수 때 각 593억원, 48억원어치의 주식을 넘겼다. 뿐만 아니라 고 회장은 2020년 1월 장내매각을 통해 130억원을 손에 쥐었다.
이외 51%는 주식 증여에 따른 것이다. 고 회장은 지주 체제 전환 이후 2대 승계를 위해 ㈜케이씨 주식을 두 자녀에게 3차례에 걸쳐 물려줄 때마다 케이씨텍 주식도 증여했다. 2019년 1월 5.04%(114억원), 2020년 5월 5.04%(192억원), 2023년 11월 4.98%(256억원) 등 지분 15.06%, 당시 주식시세로 561억원어치다.
장남 고 부회장에게는 60%인 9.06%(309억원)가 돌아갔다. 장녀 고유현(37) KC투자파트너스 팀장은 37%인 5.52%(228억원)를 받았다. 창업주가 경영권의 핵심 ㈜케이씨 주식의 경우 2대 승계를 위해 증여 지분 23.23%(614억원) 중 93%를 후계자인 고 부회장에게 몰아줬던 것과 대비된다.
케이씨텍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연마·세정 장비 및 소재 전문의 사업 중추사이기는 하나 오너 지배구조 측면에서 중요도가 떨어지는 만큼 후계구도와 무관한 딸에게는 ㈜케이씨 보다는 상대적으로 케이씨텍 주식을 더 많이 챙겨줬다고 할 수 있다. 며느리 박보미(43)씨와 사위 김창수(36) ㈜케이씨 상무에게도 3차 증여 때 각 0.24%(12억원)를 나눠줬다.
케이씨텍 41억 매각 직후 아들 등장
2세들도 마찬가지다. 남매가 증여받은 케이씨텍 주식 중 현재까지 처분한 물량이 전체의 3분의 1, 금액은 267억원이다. 특히 올해 2월까지 매각 추세를 이어왔다. 2019년 9월부터 4차례 장내매도 118억원, 2021년 4월 ㈜케이씨 2차 공개매수 청약 49억원, 2024년 2월 블록딜 100억원이다. 고 부회장 196억원, 고 팀장 71억원이다.
고 부회장의 경우 경영권 유지의 ‘키’ ㈜케이씨 증여 주식은 오롯이 보유해온 것과 달리 케이씨텍 주식을 상당액 증여세 재원으로 활용했다고 볼 수 있다. 시기적으로 부친의 1~3차 증여 때마다 처분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증여세는 대략 170억원으로 추정된다. 증여 당시 주식시세로 과세표준 30억원 초과 최고세율 50% 및 최대주주 할증 10%를 합해 60%를 적용한 액수다. 최장 5년간 나눠 낼 수 있는 연부연납으로 해결한 게 2019년 7월 한 번으로, 현재는 담보주식이 없다는 것도 이에 대한 방증이다.
공교롭다. 아들 고호영(16)군이 올해 3월27일~지난달 10일 증여자금으로 ㈜케이씨 주식 0.69%를 23억원에 매입해 주주로 등장한 시기도 고 부회장이 앞서 2월23~25일 케이씨텍 주식 0.41%를 41억원에 매각한 직후다.
결국 지배구조 측면에서 볼 때 ㈜케이씨에 비해 사주 일가가 지분을 직접 보유해야 할 동기가 상대적으로 약한 케이씨텍 주식은 창업주의 2세 재산 분배와 일가가 자금이 필요할 때마다 현금화한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해온 셈이다.
이에 따라 케이씨텍 오너 일가 지분은 분할 당시 38.85%에서 지금은 20.43%로 낮아졌다. 고 회장 내외 각각 4.89%·4.17%, 고 부회장 6.18%, 고 팀장 4.68%, 며느리와 사위 각 0.25%다.
케이씨텍 주가↑…일가 주식가치 2400억
케이씨텍은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영업이익(연결)이 2023년 327억원(이익률 11.4%)→2024년 498억원(12.9%)→작년 600억원(15.7%)→올 상반기 583억원(21.7%)으로 급속한 호전 추세다. (▷ 8월18일자 ‘케이씨 ①편’ 참고)
주가가 점점 레벨-업 되면서 오너 일가가 주식을 현금화하기에도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의미다. 2세 남매가 부친으로부터 3차례 주식을 증여받을 당시 케이씨텍 주식시세는 1만1350원~2만4600원이다. 반면 2024년 2월 블록딜, 같은 해 7월과 올해 2월 장내매각을 통해 182억원을 쥘 당시 처분가격은 주당 평균 3만7800원이다.
게다가 케이씨텍 주가는 지난달 1일 11만7500원을 찍기도 했다. 최근 증시 조정 국면으로 이에는 못 미치지만 지금도 7만2500원(12일 종가)에 형성돼 있다. 시총이 1조4400억원으로 ㈜케이씨 시총 3910억원(주가 3만5450원)의 4배에 가깝다.
바꿔 말하면 오너 일가들의 현 케이씨텍 지분 가치도 한껏 불어났다는 의미다. 고 회장 702억원, 부인 599억원, 남매 각 887억·672억원, 며느리·사위 각 36억원 등 총 2930억원에 달한다. ㈜케이씨 지분 50.91%(1990억원)보다 943억원 더 많다.
2대 경영자 고 부회장→케이씨→케이씨텍 등으로 이어지는 지배 체제를 보강하는 안전판이면서도, 전례대로라면 일가가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알짜배기 재산인 케이씨텍 주식의 향후 쓰임새가 주목받는 이유다. (▶ [거버넌스워치] 케이씨 ④편으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