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전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소재 중견그룹 케이씨(KC)의 창업주는 주식 대물림만큼이나 경영승계 작업을 빠른 속도로 진행했다. 이제 회장 자리만 물려줄 일만 남았다. 비록 후계구도와는 무관하지만 딸과 사위가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는 것도 향후 분가 구도와 맞물려 주목받는 대목이다.
지분 승계 궤 같이하며 속도전
창업주 고석태(72) 회장은 2017년 11월 모태기업 옛 케이씨텍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 체제로 전환한 이후 3년여 뒤인 2021년 8월 실질적 지주사 ㈜케이씨 대표(각자)에서 물러났다. 2024년 5월에는 KC이앤씨 대표에서도 내려왔다.
현재는 ㈜케이씨와 케이씨텍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하며 KC이앤씨 사내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여전히 건재하지만 경영 최일선에서는 한 발 비켜난 모습이다. 2세 지분 승계와 궤를 같이하며 후계자를 전진 배치한 데 따른 것이다.
고 회장은 2019년 1월, 2020년 5월, 2024년 3월 3차례의 ㈜케이씨 주식 증여를 통해 5년 만에 2세 지분 승계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1남1녀 중 장남이자 후계자 고상걸(44) 부회장이 부친(당시 지분 7.48%)을 제치고 ㈜케이씨 1대주주(26.37%)에 오른 게 이 때다. (▷ 8월19일자 ‘케이씨 ②편’ 참고)
고 부회장은 서울대 물리학과 및 미국 콜드스프링하버 연구소 신경과학 박사 출신이다. 33살 때인 2015년 2월 케이씨텍에 입사했다. 2년만인 2017년 3월 미래전략팀장(상무) 때는 ㈜케이씨(당시 모태 케이씨텍)와 KC인더스트리얼 이사회에도 합류했다.
지주 체제 전환 뒤 2019년 3월에는 분할 신설된 케이씨텍 이사회 한 자리도 꿰찼다. 이어 2021년 8월 고 회장으로부터 ㈜케이씨 각자대표 자리를 물려받은 이가 고 부회장이다. 곧바로 이듬해인 2022년에는 사장에서 ‘넘버2’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가업에 입문한지 7년만인 40세 때다.
이에 따라 지주사 ㈜케이씨는 오너인 고 부회장이 지주부문, 권홍빈(53) 시장이 사업부문을 맡아 ‘쌍두마차’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권 사장은 KC인더스트리얼 대표(2021년 9월~2022년 11월), ㈜케이씨 사업부문장 등을 지낸 내부 출신 기획통이다. 2023년 3월 선임됐다.
사업 중추사 케이씨텍은 전문경영인 각자대표 체제다. 양호근(63) 부회장과 최동규(62) 사장이 장비와 소재 부문을 나눠 책임지고 있다. 각각 케이씨텍 고객사 삼성전자, SK하이닉스(당시 현대전자) 출신이다.
양 부회장은 2014년 KC이노베이션, 2019년 3월 ㈜케이씨를 거쳐 2021년 8월 케이씨텍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최 사장은 분할 신설 이후 줄곧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장수 CEO(최고경영자)다.
이밖에 KC이앤씨(정순찬·61)를 비롯해 KC이노베이션(장수철·65), KC인더스트리얼(이한기·60), KC파츠텍(최광락·59), KC투자파트너스(정민재·56) 등 5개사도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2세 지분 소유 비상장사 수두룩
‘장자 승계’에 따라 주목을 받지 못했을 뿐, 장녀 고유현(37) KC투자파트너스 팀장의 경영 보폭 또한 결코 좁지 않다.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정보시스템기술(Information Systems Technology) 석사 학위를 받은 뒤 KC투자파트너스에 합류했다.
신산업 분야에 투자하는 신기술사업금융사다. 제조업 기반인 케이씨그룹의 유일한 금융사다. 사업 다각화를 위해 ㈜케이씨가 2022년 1월 200억원을 출자,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남편 김창수(36) ㈜케이씨 상무가 처갓집 경영에 발을 들인지도 한참 됐다. 미국 메릴랜드대 칼리지파크 기계공학 박사 출신이다. 2023년 ㈜케이씨 지주부문 운영팀에 입사한 뒤 작년에 상무(사업부문 관리)로 승진했다.
특히 고 팀장과 김 상무는 작년 3월 각각 KC이노베이션, KC인더스트리얼 사내이사로도 이름을 올려 경영을 챙기고 있다. KC이노베이션 이사회 멤버 중 오너 일가는 고 팀장이 유일하다. KC인더스트리얼은 매제와 처남이 나란히 이사회에 적(籍)을 두고 있는 모양새다.
딸과 사위가 최근 부쩍 보폭을 넓히는 행보는 앞으로 2대 분가 구도와 맞물려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KC이앤씨, KC이노베이션, KC인더스트리얼 등 창업주가 비상장 계열사들에 깔아놓은 2세들의 주식 재산이 적잖아서다. (▶ [거버넌스워치] 케이씨 ⑤편으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