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가업을 물려받자 아우는 형의 만류에도 모회사 제품을 갖다 파는 조그마한 소매업체로 자리를 옮겼다. 수십 년이 흘러 형이 주요 사업부문을 떼어낸 뒤 동생에게 경영을 맡긴 것은 당시 동생의 배려에 대한 보답이었을 수 있다.
중견 화학그룹 미원(美源·MIWON)의 2대 오너 김정돈(72) 회장과 한 살 아래 동생이자 미원 계열사 핵심 4인방 중 하나 미원화학의 사주로 각인되는 김정만(71) 회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미원화학 실질 사주 동생 김정만
미원화학은 기초화학소재인 황산 및 유황류, 세제원료 설폰산 등을 생산·공급하는 업체다. 미원 핵심 4개사 중에는 외형이 제일 작다. 예컨대, 에너지경화수지(UV/EB curable resin) 주력의 간판 계열사 미원스페셜티케미칼(이하 ‘미원에스씨’)에 비해 자산(2025년)은 5490억원의 3분의 1(1960억원), 매출은 5320억원의 2분의 1(2850억원) 수준이다.
반면 요즘 기세가 만만찮다. 매출이 2023년 2330억원에서 2년 연속 증가 추세다. 특히 영업이익은 249억원에서 292억원으로 불어 3년 연속 10.7%~11.2%의 두 자릿수 이익률을 기록 중이다.
여세를 몰아 올해 상반기에는 19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42.8%(575억원)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119.7%(182억원) 급증한 334억원으로 이미 작년 전체 수치를 넘어섰다. 이익률이 17.4%로 뛰었다.
미원화학의 실질적 주인이 고(故) 김진박 창업주의 차남 김정만 회장이다. 중앙대 화학과 출신이다. 한양화학을 거쳐 1984년 모태사 미원상사 울산공장 생산 차장으로 입사해 가업에 발을 들였다. 앞서 1976년 형이 입문한 지 8년 뒤다. 1987년 10월에는 무역부장을 맡아 수출입 업무를 담당했다.
1990년 11월 돌연(?) 미성통상(美盛通商) 대표이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 해 1월 형이 미원상사 대표이사 사장에 올라 경영권을 승계했을 때다. 그때만 해도 미성통상은 미원상사가 소매 판매를 강화하기 위해 당시 미원상사 자본금 3%에 해당하는 금액을 주주들이 출자해 1989년 1월 설립한 직원 4명의 소규모 업체에 지나지 않았다.
20년 뒤인 2009년 2월과 2011년 1월 미원상사의 특수화학사업부, 기능화학사업부의 잇따른 분사는 선택과 집중 전략의 일환이기는 하나 당시 미원에 몸담고 있던 오너 일가 3인방이 3개 주력사를 나눠 경영하는 이른바 ‘삼분지계’의 서막이었다.
▲미원상사-김정돈 회장 ▲미원에스씨-매제 김형웅(70) 회장 ▲미원화학-김정만 회장 구도다. 결과적으로 이는 미원의 적통을 이은 김정돈 회장이 아우 몫으로 미원화학을 넘겨주기 위한 전주족이었다.
미성통상 앞세워 화학 지분 3.6%→31.2%
2011년 1월 미원상사에서 분리됐을 때만 하더라도 미원화학은 김정돈 회장이 개인지분 18.7% 최대주주로서 이외 일가 20명의 30.89%, 3개 계열 주주사의 6.31%를 합해 55.89%의 지분을 보유했다.
김정만 회장은 0.16%에 불과했다. 부인 도은영(68)씨 0.16%, 장남 김태호(44) 미원화학 이사와 장녀 김소희(43)씨 각각 0.97%, 0.68%를 합해도 1.98%가 전부였다. 이마저도 김 회장 부부의 주식 증여와 남매의 주식 처분으로 2014년에 가서는 주주명부에서 이름을 내렸다. 지금껏 일가의 미원화학 주식이 단 한 주도 없는 이유다.
대신에 김 회장은 자신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던 미성통상을 앞세웠다. 비록 기업볼륨은 작지만, 확인 가능한 범위로 2006년 이후 흑자를 거른 적 없는 알짜배기이기도 하다. 2021~2025년에는 매출 340억~390억원대에 연평균 1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미원화학 설립 당시 김 회장은 미성통상 대표이자 23.3% 단일 최대주주였다. 이어 미성통상이 미원화학 지분 3.62%를 보유했다. 곧바로 이듬해 5월부터 미성통상이 장내에서 미원화학 주식을 사모으기 시작했다.
파죽지세였다. 2년만인 2014년 4월 단일 1대주주로 올라섰다. 김정돈 회장이 장남 김태준(43) 미원에스씨 전무, 장녀 김소영(46)씨 등 일가 대상으로 지분 3.73%를 증여해 12.7%로 축소됨에 따라 15.4%를 갖고 있던 미성통상이 김 회장을 앞지른 것이다.
김정만 회장(23.3%)→미원통상(15.4%)→미원화학으로 이어지는 출자고리를 통해 김 회장의 미원화학 지배력은 한층 강화됐다. 다시 말해 미원화학이 사실상 ‘작은집’ 소유가 된 것이다.
멈추지 않았다. 미성통상은 2014~2017년 114억원을 투입해 29.45%로 끌어올렸다. 2022년 11월 이후 38억원을 들여 작년 7월까지 주식매입을 이어갔다. 올해 들어 2월부터 이달 중순까지 11억원어치를 현금화했지만 현재 미원화학 지분이 31.2%에 달하는 이유다.
김정돈 회장(2.41%) 등 오너 일가 30명의 14.05%, 다른 2개 계열 주주사 9.24%를 압도한다. 미성통상의 작년 말 자산 904억원의 71.4%(646억원)를 차지하는 것도 미원화학 주식이다.
미원통상→미원화학 계열 지배구조의 정점에 지금은 뉴페이스가 자리 잡고 있다. 김 회장의 1남1녀 중 장남 김태호(44) 이사다. 한참 됐다. ‘큰집’에서 적통 승계를 완성하자 김 회장 또한 대물림에 속도를 낸 데 따른 것이다. (▶ [거버넌스워치] 미원 ⑥편으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