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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관심 보인 '국가 주도 백신공장'…핵심은 소부장 레퍼런스

  • 2025.09.10(수) 11:00

박성률 움틀 대표, K바이오 토론회서 제안
국내 소부장 성장 "실증·레퍼런스가 핵심”

국가가 필수 의약품, 백신 제조 공장을 세워 국산 소부장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기업들은 제품을 공급하고 허가 과정을 거치면 자연스럽게 레퍼런스가 쌓일 것이고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5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K바이오 혁신 토론회'. 어렵게 발언권을 얻은 움틀의 박성률 대표가 이 같은 내용의 국가 주도 의약품 공장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이날 행사는 바이오 기업들의 현장 목소리를 이재명 대통령과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식약처 관계부처 등이 청취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박 대표가 제안한 아이디어에 이 대통령이 관심을 보였으나 시간적 제한 등으로 박 대표의 온전한 구상을 전달하진 못했다.  

국내 바이오산업의 변방인 소부장 산업의 현실과 이를 돌파하기 위한 낯선 제안을 이 대통령을 포함한 참석자에게 이해시키기에 짧은 시간이었다. "나중에 따로 검토해봐 주세요"라는 이 대통령의 언급은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외산 의존 고착화된 바이오산업

박성률 움틀 대표가 5일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K바이오 혁신 토론회'에서 국내 바이오소부장 산업의 현실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제공=KTV

박 대표가 제시한 국가 주도 의약품 공장은 무엇일까. 토론회 이후 비즈워치와 만난 박 대표는 우선 "국내 바이오 소부장은 이제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은 지난 30여 년간 신약 개발에 집중 투자해왔다. 정부가 수십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산업의 기반이 되는 소부장 분야로는 자원이 거의 흘러가지 않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 국내 기업들이 세계적 생산 거점으로 자리 잡았음에도 실제 생산에 필요한 배지·레진·필터 등 핵심 품목은 외국산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국내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본 글로벌 장비·소재 기업들은 한국에 직접 공장을 세우며 공급망을 장악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난, 그 이전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 등은 바이오 소부장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20년부터 바이오 소부장 육성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몇몇 기업들이 뛰어들었지만, 국산 제품이 외산 제품을 대체하는 상업화 단계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박 대표는 "외국 기업은 수십 년간 기술과 레퍼런스를 축적해왔지만 국내 기업은 실제 써본 기록이 없어 시작조차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바이오산업은 대표적 규제산업으로 실증되고 검증되지 않은 제품이 시장에 진입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난관이 존재한다. 정부 주도로 민간기업에 국산 제품 사용을 강요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레퍼런스 공장이 필요한 이유

박 대표가 제안한 핵심은 정부 주도의 '레퍼런스 공장'이다. 정부가 백신·필수의약품 생산 라인을 직접 발주해 국산 소부장 기업 컨소시엄이 설계·운영·인허가 전 과정에 참여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상업화 레퍼런스를 확보해야 해외와 경쟁할 수 있습니다. 한 번이라도 실제 생산에 투입돼 허가를 받으면, 그 기록이 기업 성장의 발판이 됩니다. 거기서부터 산업에 침투할 수 있는 여지가 생깁니다."

제품화나 인허가를 지원하는 연구개발(R&D) 단계를 넘어, 이제는 기업이 레퍼런스를 축적해 상업화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 시설 투자 확대, 협업 모델 구축, 글로벌 기업과의 납품 기회 확보 등을 통해 산업 현장과 연결된 성과 축적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나아가 "정부가 지분을 일부 보유해 투자 안정성을 높이면 장기적으로 '소버린 바이오(Sovereign Bio)'라는 국가 인프라 모델로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산 기장의 해수 담수화 플랜트를 사례로 들며 “글로벌 제품과 국산 제품을 나란히 배치해 성능을 검증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과정을 거치며 생태계가 성장했다”며 “바이오 소부장도 동일한 방식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긴 호흡 필요한 바이오 소부장 스타트업

박성률 대표가 이끄는 움틀은 2019년 설립된 바이오 소부장 스타트업이다. 롯데케미칼과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에서 경력을 쌓은 박 대표가 창업해 필터·멤브레인 등 다양한 제품을 국산화하고 있다.

움틀은 지금까지 일부 기관투자와 대출, 정부 과제 등으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국내 바이오 소부장 산업의 불확실성, 단기간 내 엑싯(EXIT)의 어려움,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산업의 특성 등으로 인해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곧 국내 바이오 소부장 산업의 현실이기도 하다.

박 대표는 "외국 소부장 기업들은 많게는 100년이 넘은 회사들로, 물리적 시간을 거스를 수 있는 것은 자본력밖에 없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현재는 회사가 천천히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조금만 더 키워놓으면 나중에 반드시 국내 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독일·일본에는 특정 품목만으로 연 매출 수천억 원을 올리는 소부장 기업이 여럿 있다. 한국도 대기업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이런 기업이 10개쯤 나와야 산업 경쟁력이 생긴다"며 "소부장은 단순한 부품 산업이 아니라 국가적 인프라"라며 다시 한번 정책적 관심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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