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의 패러다임이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개발 초기부터 정교한 규제 설계와 사업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기술력이나 인허가 통과에만 머무르지 않고 시장의 미충족 수요를 겨냥한 임상적 가치와 비즈니스 모델을 입증해야 규제 장벽과 투자 혹한기를 넘어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메디라인파트너스는 지난 1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 병원 및 헬스케어 박람회(KHF 2026) 학술행사 프로그램으로 'AI·디지털 헬스케어의 최신 규제 동향과 투자(TIPS)·글로벌 진출 전략' 세미나를 개최했다.
디지털의료제품법 안착…'변화하는 성능' 관리해야
이 자리에서 김희진 메디라인파트너스 상무이사는 디지털 의료기기 분야에서 AI와 소프트웨어의 특성을 반영한 규제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했다.
김 상무는 "기존에는 허가 시점의 성능 평가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출시 후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성능 변화를 관리하는 '변경관리계획'이 핵심"이라며 "허가 후 변경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 초기부터 변경 범위를 사전에 설계하고 검증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의약품과 디지털 기술이 결합한 디지털 융합의약품의 경우, 결합을 통해 창출되는 임상적 가치 입증이 필수 과제로 제시됐다.
1부 세션에서는 최근 디지털의료제품법 시행에 따른 최신 규제 패러다임 변화와 디지털 의료기기·융합의약품의 국내 인허가 전략이 다뤄졌다.
강지윤 메디라인파트너스 대표는 "단순히 약과 앱을 함께 묶었다고 해서 융합의약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치료 효과 개선, 복약 순응도 향상, 맞춤형 용량 조절 등 디지털이 의약품에 어떤 부가가치를 더했는지를 명확히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기존 의약품에 복약 감지 센서를 결합해 환자의 복용 정보를 앱으로 전송하는 미국 FDA 승인 제품 '아빌리파이 마이사이트'를 사례로 들었다. 이 제품은 이미 허가된 약물의 기존 데이터를 활용하고, 새롭게 추가된 센서·패치·앱의 성능과 안전성 등을 중심으로 추가 근거를 마련한 사례다.
그는 이를 통해 모든 임상을 처음부터 일률적으로 다시 수행하기보다 이미 확보된 의약품과 디지털 요소의 자료를 최대한 활용하고, 결합으로 새롭게 발생하는 위험이나 기능을 파악하는 '갭(Gap)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품 특성과 허가 과정에서 표방하려는 임상적 가치에 따라 필요한 근거와 임상시험을 설계해야 개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허가가 끝 아니다"…미충족 수요 풀어야 투자 연결
2부 세션에서는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의 TIPS 지원 정책을 비롯해 중국·미국 등 글로벌 진출 전략, G-Valley 지원 프로그램, 스타트업 투자유치 전략 등 산업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실행 방안이 공유됐다.
발표자로 나선 이태규 스케일업파트너스 대표이사는 자본시장 관점에서의 바이오·헬스케어 투자 환경 변화를 진단했다. 펀드 규모가 대형화되면서 기술의 단순성보다는 실질적인 데이터와 사업화 역량을 갖춘 기업으로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현재 바이오·헬스케어 투자는 기술이 우수하다고 유치되는 시기가 아니라 명확한 실적과 검증 데이터를 요구하는 구조"라며 "AI 솔루션의 상당수가 병원의 워크플로우를 이해하지 못해 시장에서 실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이 흔히 범하는 오류로 '인허가 통과=사업 성공'이라는 인식을 꼽았다.
이 대표는 "인허가용 데이터와 시장에서 제약사나 병원이 요구하는 데이터 사이에는 상당한 격차가 있다"며 "임상 설계 단계부터 글로벌 라이선싱 가능성, 치료 가이드라인 내 경쟁력을 고려한 평가변수(Endpoint)를 설정하고, 비임상-임상 연계를 통해 비용을 최소화하는 구조를 갖춰야 투자 유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