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권 분쟁으로 몸살을 겪고 있는 한미약품이 혼란스러운 내부 환경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기술수출을 성사시키며 올해 역대급 재무 성과를 거둘 전망이다.
한미약품은 올 들어서만 두차례의 굵직굵직한 기술수출에 성공했는데 이로 인해 올 연간 매출은 2조원에 육박하며 영업이익은 5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대로라면 한미약품은 영업이익으로는 전통 제약사 가운데 '압도적인 1위' 자리를 굳히게 된다.
26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지난 24일 제넨텍에 비만 신약 후보물질 'HM17321'의 글로벌 개발·상업화 권리를 이전하는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총계약 규모는 최대 23억달러(약 3조1890억원)이며,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Upfront)만 1억9000만달러(약 2630억원)에 달한다.
한미약품은 지난 6월에도 일라이 릴리와 1조9000억원 수준의 초대형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바이오신약 후보물질 '소네페글루타이드'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는데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만 7500만달러에 달하며, 향후 마일스톤 달성 시 최대 11억8500만달러를 추가로 받게 된다.
선급금 더해 4500억 확보…'5000억' 사정권
한미약품은 기술수출로 연간 사상 최대 실적 경신이 유력해졌다. 올 하반기에는 탄탄한 본업 실적에 로슈그룹 제넨텍과의 대형 기술수출 선급금이 더해지면서 외형 성장과 수익성 모두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영업이익은 국내 전통제약사 최초로 '5000억원 고지' 돌파가 예상된다. 기술수출 계약금은 일반 제품 매출과 달리 원가 부담이 거의 없어 유입분 대부분이 영업이익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수치상으로도 기록 달성 가능성은 매우 높다. 한미약품의 올해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은 1847억원이다. 여기에 미국 반독점개선법(HSR Act) 절차를 거쳐 연내 반영될 제넨텍 선급금 약 2630억원만 보태도 이미 약 4500억원의 이익을 확보하게 된다.
하반기 본업에서 약 5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만 보태면 연간 5000억원 고지를 밟게 되는 셈이다. 한미약품이 매 분기 본업에서 5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꾸준히 창출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상 첫 5000억원 돌파는 충분히 사정권에 들어왔다는 평가다.
매출 역시 2조원 돌파를 정조준하고 있다. 상반기 연결 매출 8602억원에 제넨텍 계약금이 추가된 상태에서, 하반기 기존 의약품 사업의 견조한 성장세가 뒷받침된다면 연간 2조원 안팎에 도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대로라면 한미약품은 제약 업계에서 독보적인 재무 성과를 달성하게 된다. 한미약품은 지난해에도 연결 영업이익 2580억원을 거두며 제약업계 1위 자리를 차지한 바 있다. 지난해 매출은 1조5475억원으로 유한양행(2조1866억원), 녹십자(1조9913억원), 종근당(1조6927억원) 등에 밀려 업계 6위에 그친 바 있으나 올해에는 매출로도 업계 1위 자리를 노려볼 만하다.
증권가 시각은 다소 엇갈린다. 한국투자증권은 제넨텍 선급금이 4분기에 일시 반영되는 것을 전제로 올해 한미약품의 연결 매출을 2조원, 영업이익을 5781억원으로 추산했다.
반면 유안타증권은 연간 매출 1조9340억원, 영업이익 5200억원을 제시하며 매출 2조원 돌파 여부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2분기 영업이익이 급감했던 핵심 자회사 북경한미의 하반기 실적 회복 속도 등이 실적 달성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탄탄한 자체 품목에 '국산 1호 비만약' 가세
한미약품의 성과가 일회성 기술료에만 기댄 것은 아니다. 한미약품은 이상지질혈증 복합제 '로수젯'과 고혈압 치료제 '아모잘탄패밀리' 등 자체 개발 복합신약을 앞세워 매년 견고한 기초체력을 입증해왔다.
올해 상반기에도 연결 매출 8602억원, 원외처방 매출 561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4.4% 성장했다. 일라이 릴리와 맺은 소네페글루타이드 계약금에 더해 자체 품목의 처방 확대가 실적을 든든하게 뒷받침했다.
하반기에는 국내 첫 자체 개발 GLP-1 비만치료제인 '에페글레나타이드'가 본격 가세해 매출 성장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연내 품목허가 및 출시가 예상되는 에페글레나타이드는 글로벌 비만약 대비 합리적인 약가와 한국인 대상 임상 데이터를 앞세워 국내에서만 연간 1000억원 이상의 블록버스터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관건은 '5000억 영업이익' 이후의 지속 가능성이다. 일회성 기술료에 기대지 않고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성공적 안착과 북경한미의 반등, 그리고 후속 임상 진전에 따른 마일스톤 유입이 유기적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