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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너스 사업 피봇팅…'한국 카토그래피' 될까

  • 2026.09.07(월) 07:30

AI 신약 타깃 발굴로 사업 대전환
플랫폼 '인텔리빌' 가동…빅파마 겨냥
200억원 확보…관건은 글로벌 기술이전

코스닥 상장사 지니너스가 유전체 분석 사업을 넘어 신약 타깃 발굴을 핵심으로 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체질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기존 병원·연구기관 대상 유전체 분석 서비스에서 축적한 싱글셀·공간오믹스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신규 치료 타깃을 발굴·검증해 제약사에 기술이전하는 사업모델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지니너스는 2018년 4월 박웅양 삼성서울병원 삼성유전체연구소장이 창업한 기업으로 2021년 11월 기술특례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유전체 분석 넘어 신약 타깃 발굴로…수익모델 전환

지니너스가 새롭게 도전하는 분야는 인공지능(AI)과 오믹스 데이터를 결합한 신약 타깃 발굴·검증이다. 기존 유전체 분석 사업에서 축적한 환자 임상정보와 싱글셀·공간오믹스 데이터를 자체 AI 플랫폼에 적용해 암세포에 선택적으로 나타나는 신규 타깃이나 타깃 조합을 도출하고, 이를 국내외 제약·바이오사에 기술이전하는 것이 목표다.

이는 병원과 연구기관을 상대로 건별 용역료를 받던 기존 유전체 분석 서비스의 구조적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전략이다. 분석 서비스는 검사 건수가 늘어나면 매출도 증가하지만, 전문인력과 시약·장비 등 고정·변동비 부담이 함께 커져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 제약이 따랐다.

자체 플랫폼에서 발굴한 신약 타깃이 기술이전으로 이어지면 수익성은 완전히 달라진다.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업프론트)을 시작으로 개발 단계별 마일스톤, 향후 상업화에 따른 로열티까지 단계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검사 건당 수수료 중심의 단순 용역 사업에서 벗어나 연구개발 성과의 가치에 따라 수익을 창출하는 고부가가치 모델로 체질을 개선하는 셈이다.

지니너스 관계자는 "기존 유전체 분석 서비스 사업을 통해 임상 현장의 정밀 데이터를 축적하는 기반을 마련했다면, 이제는 이를 기반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플랫폼 비즈니스로 전환하는 단계"라며 "단순 용역 수수료 중심의 매출 구조에서 벗어나 마일스톤과 로열티 중심의 수익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5500명 환자 데이터 자산화…독자 AI 가동

지니너스의 피봇팅을 뒷받침하는 핵심 무기는 그동안 쌓아온 방대한 임상·오믹스 데이터 자산이다. 지니너스가 확보한 환자 코호트는 5500명 이상이다. 여기에 1500건 이상의 공간오믹스 데이터와 약 1억3000만개 세포 데이터를 구축했다. 16개 암종의 정상·종양 조직뿐 아니라 400명 이상의 실제 치료반응과 추적관찰 정보도 포함돼 있다. 

지니너스는 추가 데이터 확보를 위해 삼성서울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아산병원과 협력하고 있으며 일본 국립암센터, SCRUM Japan 등과도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특히 일본은 데이터 확보와 사업모델 전환을 시험하는 주요 거점 역할을 맡고 있다. 지니너스는 일본 자회사 GxD를 통해 현지 암환자 유전체 분석 사업을 수행하는 한편, 최근에는 일본 제약사를 대상으로 데이터 분석과 AI 기반 신약개발 지원 프로젝트로 협력 범위를 넓혔다. 단순 분석 용역에서 제약사 신약개발 지원으로 보폭을 넓히며 향후 플랫폼 사업화를 위한 레퍼런스를 쌓는 모습이다.

회사는 축적된 데이터를 독자 개발한 AI 플랫폼 '인텔리빌(IntelliRVL)'에 적용해 차세대 항암 타깃을 도출하고 있다. 인텔리빌은 싱글셀 RNA와 공간전사체·공간단백체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종양 미세환경에서 나타나는 세포 간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플랫폼이다.

종양 미세환경 내 암세포와 주변 세포의 공간적 상호작용까지 파악해 정상조직에서는 발현이 낮고 종양에서 선택적으로 나타나는 타깃을 찾는 방식이다.

단일 타깃에 그치지 않고 두 개 타깃의 조합을 도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는 항체약물접합체(ADC)나 T세포 인게이저(TCE) 등 차세대 모달리티 항암제 개발에 나선 글로벌 제약사의 미충족 수요를 정조준한 포석이다.

200억원 실탄 확보…상환 부담 없는 장기 자본

지니너스는 지난 3월 200억원 규모의 전환우선주(CPS)를 발행하며 R&D 실탄을 마련했다. KB인베스트먼트, 컴퍼니케이파트너스 계열 펀드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참여했으며 발행가액은 당시 기준주가 대비 2.8% 할증된 주당 3499원으로 책정됐다.

영업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기관투자자들은 상환 청구권이 없는 전환우선주를 할증된 가격에 인수했다. 단기 실적보다는 지니너스가 구축 중인 신약 타깃 발굴 플랫폼의 미래 가치와 파이프라인 확장 가능성에 무게를 둔 투자 결정으로 해석된다.

회사 관계자는 "확보된 자금은 인텔리빌 플랫폼 고도화와 파이프라인의 전임상 검증 속도를 높이는 데 집중 투입하고 있다"며 "재무적 안정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사업개발(BD) 역량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토그래피 선례…관건은 빅파마 계약

업계에서 지니너스의 비교군으로 꼽는 해외 기업은 미국의 카토그래피 바이오사이언스(Cartography Biosciences)다. 종양 조직의 싱글셀 및 오믹스 데이터를 분석해 미지의 종양 선택적 표적과 타깃을 발굴한다는 점에서 접근법이 유사하다.

카토그래피는 글로벌 빅파마와의 대형 계약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받았다. 길리어드와 2000만달러 규모의 타깃 발굴 계약에 이어, 올해 1월 화이자와 최대 8억6500만달러(약 1조2000억원)에 달하는 플랫폼 파트너십을 맺었다. 지난해 화이자벤처스가 주도한 6700만달러 규모 시리즈B와 올해 5월 삼성 라이프사이언스펀드의 전략적 투자도 유치했다.

지니너스 역시 본격적인 성과 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자체 플랫폼을 통해 발굴한 주요 항암 타깃들의 유효성 검증 작업을 진행하며 기술이전 기반을 닦는 모습이다.

지니너스 관계자는 "현재 국내 기업들과 구체적인 사업화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단계"라며 "일본 현지 프로젝트는 물론 바이오USA 등 글로벌 무대에서도 빅파마를 비롯한 다수 기업과 타깃 검증 및 공동연구 파트너십을 위한 논의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성패의 분수령은 자체 플랫폼 기반의 신약 타깃 발굴 역량이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지니너스가 일본 시장에서 신약개발 지원 프로젝트로 보폭을 넓히고 있지만, 시장의 온전한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카토그래피처럼 자체 발굴 타깃의 가치를 대규모 글로벌 계약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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