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약개발 기업 큐리언트가 외부 투자자 대상 자금조달 대신 10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택했다. 반도체 등 일부 업종으로 수급이 쏠리고 코스닥 변동성이 커지는 등 바이오 투자 여건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주요 파이프라인 임상 자금 확보와 연내 자기자본 확충이라는 시급한 과제까지 맞물리면서 결국 주주배정 증자로 방향을 선회했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큐리언트는 지난 4일 보통주 710만주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발행해 1016억100만원을 조달하기로 결정했다.
신주 규모는 기존 발행주식의 18.7%에 해당한다. 큐리언트는 공모 발행가 확정과 구주주 청약과 실권주 일반공모를 거쳐 12월17일 신주 상장으로 증자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최대주주 동구바이오제약은 배정 물량의 약 30%를 청약할 계획이다
조달 자금 1016억100만원 가운데 667억2200만원은 R&D 연구개발자금으로, 348억7900만원은 지급수수료 등 필수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외부 투자 유치 추진했지만 결국 불발
큐리언트가 처음부터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택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당초 큐리언트는 외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추진했다. 실제로 회사는 일부 기관과 외부 투자자를 대상으로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주식연계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먼저 검토했다.
하지만 반도체 등 일부 업종으로 수급이 집중되고 코스닥 변동성이 확대되는 등 투자 환경이 녹록지 않은 시기에 외부 투자자와의 조건 협상도 접점을 찾지 못했다. 큐리언트는 증권신고서에서도 외부 투자자 측이 제시한 조건이 금융비용 부담과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 연내 자본 확충 가능성 측면에서 회사 입장과 맞지 않아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큐리언트가 주주배정 증자를 택한 데에는 촉박한 '시간 제약'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단순 연구개발(R&D)에 투입할 현금 확보를 넘어, 조달한 자금이 올해 안에 회계상 자본으로 확정 반영돼야 할 필요성이 컸기 때문이다.
큐리언트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은 210억7900만원으로 자기자본(218억300만원) 대비 96.7%에 달했다. 지난해에도 법차손 비율 79.8%를 기록한 바 있다.
코스닥 시장 규정상 자기자본 대비 법차손 비율이 50%를 초과하는 상태가 최근 3개 사업연도 중 2개 연도에서 발생하면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된다. 올해도 50%를 웃돌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위험에 직면한다.
외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사모 CB나 BW는 발행 초기 부채로 분류되고 통상 1년이 지나 주식으로 전환돼야 자본으로 인정받는다. 2026년 회계연도 내에 자기자본을 늘려야 하는 큐리언트로서는 외부 투자자 유치를 통한 채권 발행이 연내 자본 확충 수단으로 부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큐리언트는 외부 투자자와의 줄다리기를 길게 끌고 가기보다, 납입 자금이 즉각 자본금과 자본잉여금으로 산입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택했다.
남기연 큐리언트 대표이사는 주주서한을 통해 "향후 메자닌 전환 물량이 오버행으로 작용해 회사의 성과가 집중되는 시기에 주가에 부담을 주는 구조도 피할 수 있다"고 이번 방식을 택한 배경을 설명했다.
주가 하락따른 조달 규모 축소가 핵심 변수
다만 코스닥 성장주 전반의 투자심리가 가라앉은 상황에서 향후 주가가 더 하락할 경우 유상증자의 최종 조달금액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
회사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상반기 수준의 법차손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경우 예정 모집금액 1016억원을 전액 조달하면 연말 법차손 비율은 41.2%로 낮아진다. 조달금액이 예정액보다 10% 줄어도 45.74%로 50%를 밑돌지만, 20% 감소한 812억8100만원 수준까지 낮아지면 법차손 비율은 51.41%로 다시 관리종목 기준선을 넘어선다.
공모 발행가는 1차·2차 산정을 거쳐 확정되며, 최종가는 11월25일 구주주 청약 직전 재확정된다. 이 발행가에 따라 조달액이 확정되는 만큼, 청약 마감까지 남은 두 달가량의 큐리언트 주가 흐름이 관리종목 지정 리스크 해소 여부를 가를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