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제약사와 대형 투자사가 한국 바이오헬스 생태계를 단순한 기술 공급처가 아닌 글로벌 신약 개발의 핵심 파트너로 바라보며 협력 범위를 넓히는 모습이다.
화이자는 국내 바이오텍과의 기술도입 및 공동연구에 방점을 찍고 파트너십 확대를 선언했으며, 노보노디스크의 지주사 노보홀딩스는 한국의 신약 물질과 현지 연구·임상 인프라를 직접 결합하는 새로운 컴퍼니 빌딩 모델을 제시했다.
9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2026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위크'에서 양사 관계자들은 한국 바이오 기업과의 구체적인 협력 전략을 공개했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은 이번 행사는 국내 바이오헬스 기업과 글로벌 기업 간 협력을 확대하고 실질적인 사업 기회를 발굴하기 위해 마련됐다.
화이자 "5대 암·차세대 ADC 주시"
이날 발표에 나선 알버트 렌(Albert Ren) 화이자 부사장은 "파트너십은 화이자의 DNA"라며 "단순 인수합병(M&A)보다 라이선스 인과 공동연구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화이자가 지목한 핵심 항암 분야는 △소화기암 △비뇨기암 △폐암 △유방암 △혈액암 등 5개 영역이다. 환자 생존율이 낮고 미충족 수요가 큰 소화기암을 최우선 개발 순위에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술적으로는 저분자화합물부터 표적단백질분해제, 이중·삼중항체, 항체약물접합체(ADC), 항체-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접합체(AOC)까지 폭넓게 살핀다. ADC 개발 회사인 시젠(Seagen) 인수로 확보한 상업화 역량을 기반으로 펩타이드나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를 결합한 차세대 접합체 기술에도 관심을 넓히고 있다.
비만 분야는 단순 체중 감량을 넘어 근육량을 보존할 수 있는 신규 기전(Novel mechanism) 발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협력 구조는 기초 연구비 지원부터 스타트업 투자(Pfizer Ventures), 기술도입, M&A로 이어지는 4단계 모델을 가동한다.
렌 부사장은 "매년 1000개 이상의 후보물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영장류 데이터 등 전임상 검증이 확보된 신규 기전 프로그램에 관심이 높다"면서 "계약 체결은 끝이 아니라 10년 이상 함께 가는 공동개발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노보 "싱가포르 허브, 韓 임상·생산과 결합"
노보노디스크재단 산하 투자 및 지주회사인 노보홀딩스는 아시아의 유망 기술을 서구권으로 이전하던 기존 방식을 탈피해 현지 인프라와 결합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킴 응(Kim Ng) 노보홀딩스 파트너는 '싱가포르 바이오텍 브릿지(Singapore Biotech Bridge)'를 공개하며 "아시아의 혁신을 글로벌 시장으로 가져가기 위해 반드시 미국이나 유럽에 회사를 세워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지금까지는 한국이나 중국 등에서 발굴한 기술 권리를 확보해 서구권에 신설 법인(NewCo)을 세우는 방식이 주를 이뤘으나, 앞으로는 싱가포르에 법인을 두고 실제 연구와 임상, 생산은 가장 경쟁력 있는 아시아 현지 거점을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응 파트너는 자본 조달과 지식재산권(IP) 관리, 글로벌 사업화 전략은 싱가포르 본사가 총괄하고, 실제 연구개발(R&D)과 임상·생산은 한국의 우수한 인프라를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한국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인프라와 서울 중심의 고도화된 임상시험 수행 역량을 높이 평가하며 "싱가포르에 설립된 기업도 한국의 제조와 임상 인프라를 적극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천기술 개발자의 지속적인 참여를 보장하는 점도 차별화 요소다. 응 파트너는 "기존 미국·유럽 NewCo 모델은 원천기술을 라이선스한 뒤 원 개발사나 창업자의 관여가 줄어드는 경우가 많았다"며 "Singapore Biotech Bridge는 원 기술을 개발한 연구자나 회사가 원한다면 후속 개발에도 계속 참여할 수 있도록 구조를 설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보홀딩스는 특정 모달리티에 한정하지 않고 차별화된 생물학적 기전을 지닌 초기 단계 신약 물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