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탈모약 30년 정체 깰까…글로벌 신약 경쟁 본격화

  • 2026.09.15(화) 07:30

국소 차단제부터 모낭 재생까지 상용화 경쟁
효능·장기 안전성, 시장 판도 가를 승부처

'비만, 금연, 탈모를 정복하는 자가 세계 최고 부자가 된다'는 오랜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 말은 최근 비만치료제(GLP-1)의 등장과 함께 절반의 현실이 됐다.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가 비만약 하나로 글로벌 증시를 뒤흔들며 시가총액 최상위권에 오르면서다.

시장의 시선은 이제 또 하나의 거대한 미개척 영역인 '탈모'로 향하고 있다. 블룸버그 등 외신과 글로벌 투자업계는 탈모 치료제를 비만약의 뒤를 잇는 '다음 금광(Next Goldmine)'으로 꼽기 시작했다. 상용화 전 단계의 바이오텍에 수천억원대 자금이 쏟아지고 주가가 급등하는 등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지된다.

30년 멈춰 선 탈모 시장…치료 한계가 기회

탈모 신약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기존 표준요법이 채우지 못한 거대한 공백이 자리 잡고 있다.

현재 병원과 약국에서 처방되는 탈모 치료제(남성형·유전성 탈모)는 피나스테리드와 미녹시딜이 사실상 전부다. 미녹시딜이 1988년, 피나스테리드가 1997년 미국에서 탈모치료제로 허가된 이후 수십 년간 탈모의 약물치료 패러다임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오랜 기간 처방되며 안전성을 입증했지만 한계도 뚜렷하다. 피나스테리드는 모발을 점차 가늘고 힘없게 만드는 호르몬 생성을 억제하지만 성기능 저하 등 장기 복용에 따른 부작용 부담이 크다. 

모낭 주변 혈류를 개선하는 미녹시딜은 매일 발라야 하는 번거로움 탓에 복약순응도가 떨어진다. 무엇보다 두 약 모두 투약을 중단하면 탈모가 다시 진행돼 '평생 치료'를 이어가야 한다는 점이 환자들에게 큰 장벽이다. 

바르는 차단제부터 먹는 미녹시딜까지

차세대 바이오텍들은 기존 치료제의 약점을 파고들며 상용화 문턱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기존 약물의 약점을 보완하는 것만으로도 큰 시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장 상용화에 앞선 곳은 이탈리아 제약사 코스모의 '클라스코테론 5%'다.

피나스테리드처럼 약을 먹어 몸 전체의 호르몬을 건드리면 성기능 저하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코스모는 아예 성분 자체를 바꿔 두피에 직접 바르는 약을 개발했다. 머리카락을 빠지게 만드는 원인 물질이 두피 모낭에 달라붙지 못하게 문을 걸어 잠그는 방식이다. 전신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 기존 먹는 약의 부작용 부담을 덜어냈다. 글로벌 임상 3상에서 12개월 장기 데이터를 확보하고 본격적인 허가 절차에 돌입했다.

미국 베라더믹스는 매일 바르던 미녹시딜을 약효가 서서히 방출되는 경구용 제제(VDPHL01)로 개발해 지난 2월 뉴욕증시에 입성했다. 남성형 탈모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2·3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확보한 데 이어, 현재 추가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올해 IPO와 후속 자금조달로 약 7억7000만달러를 확보하는 등 상용화를 향한 실탄도 두둑히 마련했다.

국내에서는 인벤티지랩이 대웅제약과 손잡고 피나스테리드를 한 달에 한 번 맞는 장기지속형 주사제로 바꾸는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매일 챙겨 먹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 환자 편의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잠든 모낭' 깨우는 신약들

기존 약물로는 불가능했던 '모낭 재생'에 도전하는 혁신 신약 후보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존 치료제가 얇아진 솜털을 굵게 유지하거나 빠지는 것을 늦추는 수준이었다면, 이들은 아예 모낭의 재생 능력을 되살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국 펠라지파마슈티컬스는 휴면 상태에 들어간 모낭 줄기세포를 직접 활성화하는 신약 후보물질(PP405)로 초기 임상에서 긍정적인 신호를 포착했다. 미국 앱사이(Absci)는 인공지능(AI) 플랫폼을 활용해 새로운 기전의 탈모 치료제를 설계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독자 기술로 도전장을 냈다. JW중외제약은 모낭 줄기세포를 자극해 모발 성장을 촉진하는 혁신신약 후보 'JW0061'의 임상 1상에 돌입했다. 올릭스는 RNA간섭(RNAi) 기술을 활용해 탈모를 유발하는 안드로겐 수용체 발현 자체를 원천 억제하는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체감 효과'와 '장기 안전성' 입증해야

탈모 신약이 실제 시장을 장악하기까지 넘어야 할 허들은 여전히 높다. 가장 큰 시험대는 환자의 '외형적 체감'이다.

임상 지표상 모발 수가 통계적으로 몇 개 늘어난 것과, 환자가 거울을 보며 머리숱이 풍성해졌다고 느끼는 체감 효과 사이에는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 또한 만성 질환 특성상 수년간 반복 투약해도 문제가 없다는 확실한 장기 안전성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주요 파이프라인의 후기 임상 결과와 품목 허가 윤곽이 드러나는 향후 1~2년이 글로벌 탈모치료제 시장의 일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월가가 주목하는 '다음 금광'이 단순한 기대감에 그칠지, 시장의 세대교체를 이끌 게임 체인저가 등장할지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naver daum
  • 오늘의 운세
  • 오늘의 투자운
  • 정통 사주
  • 고민 구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