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재생의료 시장이 오는 2032년 291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세포·유전자치료제의 상업화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졸겐스마, 카스게비 등 신약 상용화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경쟁의 초점은 단순 기술 개발을 넘어 임상 성공과 대량생산, 보험급여 등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 사업화 역량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한국 역시 글로벌 재생의료 약물의 11.7%를 보유하고 있지만 초기 단계 파이프라인 비중이 높아 후기 임상과 글로벌 허가, 매출로 연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의 박효진 이사는 지난 2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코리아라이프사이언스위크 2026'의 '2026년도 제2회 제약·바이오 사업개발 전략포럼'에 참석해 국내외 첨단바이오 연구개발(R&D) 및 사업화 동향을 소개했다.
박 이사는 "이제는 더 이상 과학적으로 증명하기만 하는 게임이 아니라 확장성의 게임"이라며 재생의료 산업의 무게중심이 기술 검증을 넘어 실제 상업화와 시장 확보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재생의료는 손상된 세포나 조직 기능을 회복·대체하는 분야로 세포치료제, 유전자변형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조직공학 제품 등이 포함된다.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주요 재생의료 제품 시장은 현재 약 72억달러(약 9조8000억원)에서 2032년 약 291억달러(약 39조5000억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글로벌 개발 파이프라인도 1300개를 넘어섰다.
척수성근위축증 유전자치료제 졸겐스마(1회 투여 치료제)와 크리스퍼(CRISPR) 유전자편집 기술을 적용한 카스게비 등 성공 사례도 안착하고 있다.
커지는 시장, 임상 3상이 병목
다만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감과 실제 상업화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전체 파이프라인의 약 60%가 후보물질 발굴과 전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는 탓이다.
글로벌데이터가 분석한 재생의료 신약의 임상 3상 개발 성공 가능성(중앙값)은 약 8%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 임상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치료제라도 개발비가 본격적으로 커지는 후기 임상에서 좌절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효과 부족이나 안전성 문제로 임상이 중단될 경우 기업이 받는 재무적 타격도 커질 수밖에 없다.
박 이사는 "재생의료 신약은 승인되는 순간 큰 시장을 가져갈 수 있지만, 전제는 결국 승인"이라며 임상 3상이 주요 병목 구간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상을 통과하더라도 제조 원가와 약가, 환자 접근성이 장벽으로 남는다.
환자 맞춤형인 자가 세포치료제는 환자 세포를 채취·배양·조작해 재투여해야 해 대량생산이 어렵고 물류 비용도 높다. 1회 투여로 장기 효과를 내는 특성상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초고가 약가가 형성돼 보험급여 진입과 환자 접근성 확보가 쉽지 않다.
박 이사는 "환자에게는 꿈 같은 치료지만 개발 비용이 크고 생산 과정이 복잡해 가격과 급여 문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글로벌 제약사들의 관심도 기존 치료제의 생산 한계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로 이동하고 있다.
환자 세포를 체외에서 장기간 배양하는 과정을 줄이는 생체 내 CAR-T(In vivo CAR-T), 미리 생산한 세포를 여러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동종세포치료제(Allogeneic·Off-the-shelf),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등이 대표적이다. 생산시간과 비용을 줄이면서 치료 가능한 환자를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 약물 243개…후기 개발이 숙제
글로벌 경쟁 속 한국 기업의 위치도 시험대에 올랐다.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한국 기업(86곳)이 보유한 재생의료 약물은 243개로 글로벌 전체의 약 11.7%에 달한다. 국내 줄기세포치료제 상용화 경험(카티스템, 큐피스템 등)을 바탕으로 인구와 내수 규모 대비 풍부한 파이프라인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다만 개발 단계 편중은 풀어야 할 숙제다. 세부 파이프라인 175개 중 후보물질 발굴(37개)과 전임상(74개) 등 초기 단계가 다수를 차지하며, 임상 3상 단계 자산은 6개에 머문다. 파이프라인의 양적 성장을 상업화 성과로 전환할 후기 개발 역량이 요구되는 배경이다.
글로벌 파트너십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재생의료는 후기 단계로 갈수록 막대한 자금과 cGMP급 생산시설이 필수적이고, 희귀질환 특성상 국내 환자 모집에 한계가 있다. 공동개발이나 기술수출을 통해 해외 임상 네트워크와 자금을 수혈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박 이사는 "새로운 세포·유전자치료제를 찾는 글로벌 제약사가 많은 만큼 과학적 근거와 임상적 차별성을 입증한 파이프라인이라면 기회가 열려 있다"며 "빠른 시장 진입과 성공률 제고뿐 아니라 제조 비용 절감과 환자 접근성 확보가 차세대 경쟁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