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세대 항암 치료제로 꼽히는 방사성의약품(RPT)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9월에만 굵직한 거래가 세 건이나 터져 나왔다.
27일 각사에 따르면 노바티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텔릭스(Telix)는 이달 방사성의약품 관련 계약을 잇따라 발표했다. 초기 파이프라인 도입부터 신약 발굴 플랫폼, 필수 원료 생산시설까지 각기 다른 전략적 선택이 계약에 담겼다.
방사성의약품은 암세포를 정밀 타격하는 물질에 방사성 물질을 결합한 치료제다. 약물이 체내 전신으로 퍼지지 않고 암세포만을 찾아가 주변 종양 조직에 방사선을 쏘는 원리다.
노바티스의 전립선암 치료제 '플루빅토'가 빠른 매출 성장을 기록하며 상업화 가능성을 입증하자 시장의 개발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초기 후보물질부터 원료 시설까지 확보
노바티스는 지난 22일 중국 바이오기업 붐레이 파마슈티컬스(BoomRay Pharmaceuticals)의 초기 단계 방사성의약품 후보물질을 도입하는 계약을 발표했다. 동물시험 단계의 연구 물질로 표적 암종조차 비공개지만, 개발 및 상업화 단계별 마일스톤을 포함한 총 계약 규모는 최대 9억달러에 달한다.
이미 '루타테라'와 '플루빅토'로 시장을 장악한 노바티스가 장기 파이프라인 수혈을 위해 초기 물질에 거액을 베팅한 것이다.
같은 달 BMS의 자회사 레이즈바이오(RayzeBio)는 미국 라티오 테라퓨틱스(Ratio Therapeutics)와 신약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라티오가 암세포 표적 물질을 발굴하고 레이즈바이오가 임상과 생산, 상업화를 전담하는 형태로, 지속 가능한 신약 발굴 기반을 넓히는 전략이다.
지난 21일에는 텔릭스가 총 23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독일 아이티엠(ITM) 인수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텔릭스는 전립선암 정밀 진단제 '일라릭스(Illuccix)' 등을 성공시킨 호주의 대표 방사성의약품 전문기업이다.
아이티엠은 방사성의약품의 핵심 원료인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를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는 생산 전문기업이다. 방사성의약품은 원료의 반감기가 짧아 제조 직후 환자 투여까지의 공급망과 유통이 약효를 좌우한다. 텔릭스는 이번 결합을 통해 원료 생산부터 완제 제조·유통까지 수직계열화된 생산 기지를 단숨에 확보하게 됐다.
2030년대 20조원 시장 예고…SK바이오팜 주목
방사성의약품 시장은 향후 가파른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트레이츠 리서치(Straits Research) 등에 따르면 세계 방사성의약품 시장은 현재 약 80억달러 수준에서 2030년대 중반 160억~170억달러(약 20조원 이상) 규모로 두 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이번 거래에서 노바티스가 신규 물질을 늘리고 BMS가 발굴 플랫폼을 확보하는 사이, 텔릭스는 원료 생산기지를 손에 넣었다. 후보물질 발굴부터 원료 수급, 생산 인프라에 이르기까지 밸류체인 전반에서 빅파마들의 영토 확장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양상이다.
국내에서는 SK바이오팜이 방사성의약품 분야에 공을 들이고 있다. SK바이오팜은 2024년 풀라이프 테크놀로지스로부터 방사성의약품 후보물질 'SKL35501'을 도입해 올해 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이어 위스콘신동문연구재단(WARF)에서 두 번째 후보물질을 추가로 들여왔다.
핵심 과제인 원료 공급망 구축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SK바이오팜은 SKL35501에 쓰이는 핵심 방사성동위원소인 악티늄-225(Ac-225)를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미국 테라파워 아이소토프스, 벨기에 판테라, 독일 에커트앤지글러 등과 잇따라 공급 계약을 맺었다. 유망 물질 도입과 안정적인 원료망 확보를 동시에 추진하며 글로벌 빅파마들의 밸류체인 내재화 흐름에 동참하는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