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코스닥에 입성한 바이오·헬스케어 기업들의 최대주주 교체가 올해 잇따르고 있다.
연구 개발 차질과 누적된 적자, 재무 부담으로 외부 자본을 수혈하며 지배력을 넘기는 사례가 다수이지만 대규모 성장 자금을 유치하면서 창업자가 투자 성과를 회수하는 전략적 엑싯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셀리드, 진시스템, 셀레믹스, 차백신연구소, 아이큐어, 마이크로디지탈, 에이프릴바이오 등 8곳 안팎에서 최대주주 변경이 이어지며 그 빈도가 한층 잦아진 모습이다.
백신 실패 뒤 새 주인…셀리드 '생존 수혈'
5일 업계에 따르면 셀리드는 지난달 휴니버스글로벌을 대상으로 1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증자가 완료되면 최대주주는 창업자인 강창율 대표에서 휴니버스글로벌로 바뀐다.
단순한 재무적 투자는 아니다. 휴니버스글로벌 측이 이사회 다수를 확보하고 대표이사 지명권도 갖는 구조여서 사실상 경영권 이전에 가깝다.
2019년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입성한 셀리드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백신 개발에 상당한 역량과 자금을 투입했다. 하지만 올해 6월 코로나19 백신 글로벌 임상 3상에서 화이자 백신 대비 면역원성 비열등성 입증에 실패했다.
개발 과제의 차질과 지속적인 영업손실, 추가 연구개발(R&D) 자금 필요성이 겹친 시점에 외부 전략적 투자자를 받아들이며 지배구조까지 바뀌게 됐다.
2020년 성장성 특례로 코스닥에 입성한 이오플로우도 사업 정상화를 위한 자금 조달 과정에서 최대주주가 잇따라 바뀐 사례다.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를 개발한 이오플로우는 2023년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 메드트로닉에 경영권을 매각하기로 했지만 거래가 무산됐다. 이후 특허 분쟁과 자금난, 거래정지 등이 이어졌다.
지난해 말에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시타델 멀티에셋 마스터펀드가 최대주주에 올랐다. 그러나 불과 9개월여 만인 지난달 아이피브이가 약 260억원 규모의 특허권 현물출자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최대주주가 다시 변경됐다.

경영·회계 리스크가 최대주주까지 흔들어
아이큐어와 마이크로디지탈은 자금 부족뿐 아니라 경영·회계 리스크가 최대주주 교체로 이어진 사례다.
2018년 기술특례로 상장한 아이큐어는 지난해 8월 전 최대주주의 횡령·배임 혐의가 불거지며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받게 된 회사는 경영 정상화 방안 가운데 하나로 외부 자본 유치와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했다.
올해 솔루엠코스메틱 등을 대상으로 대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솔루엠코스메틱이 새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한국거래소가 상장유지를 결정하면서 지난달 약 13개월 만에 거래가 재개됐다. 최대주주 교체와 자본 확충이 경영 정상화 과정의 일부였던 셈이다.
마이크로디지탈은 이례적이다. 최대주주가 회사를 매각한 것이 아니라 주식담보대출 반대매매로 지위를 잃었다.
2019년 기술특례로 상장한 마이크로디지탈은 최근 반기 재무제표 검토의견 거절 이후 주가가 급락했다. 이 과정에서 창업자가 담보로 제공했던 주식이 대거 강제 처분되면서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했다. 이후 새 최대주주로 올라선 개인 주주의 지분율도 4.89%에 불과해 안정적인 지배주주가 없는 구조가 됐다.
외부 자금·M&A로 재편…배경은 제각각
최대주주 변경이 모두 경영 위기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분자진단 기업 진시스템은 올해 외부 자본을 받아들이면서 최대주주와 경영 구조가 함께 바뀌었다. 에이치투자조합이 두 차례에 걸쳐 총 6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최대주주가 됐고, 신규 투자자 측이 이사회와 대표이사 선임에 참여하는 공동경영 체제가 마련됐다.
셀레믹스는 기존 경영진의 구주 매각을 계기로 새 최대주주가 등장했다. 올해 초 김효기·이용훈 대표가 보유 지분 일부를 박종갑 씨에게 매각하면서 최대주주와 경영권이 이전됐다. 이후 신주와 전환사채 투자 등을 통해 새 최대주주 측 지분이 확대됐다.
차백신연구소는 최대주주인 차바이오텍은 올해 보유지분 상당 부분을 소룩스 등 외부 투자자에게 매각했고 소룩스가 새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이사회와 경영진도 새롭게 구성되면서 실질적인 경영권 이전이 이뤄졌다.
에이프릴바이오, 생존 아닌 성장 위한 엑싯
반면 에이프릴바이오의 최대주주 변경은 앞선 기업들과 성격이 뚜렷하게 다르다.
에이프릴바이오는 올해 TKG휴켐스와 IMM 계열 투자자로부터 3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면서 지배구조가 재편됐다. 투자 과정에서 IMM 측이 최대주주에 오르고 TKG휴켐스가 이사회를 주도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창업자인 차상훈 대표는 일부 보유지분을 매각해 투자 성과를 회수했지만 회사를 떠나지 않고 R&D와 기술 전략을 계속 맡는다.
에이프릴바이오는 글로벌 제약사를 상대로 신약 후보물질 기술이전을 성사시키며 기술 가치를 인정받아왔다. 이번 지배구조 재편 역시 재무난을 해소하기 위한 자금 수혈보다는 추가 파이프라인 확보와 R&D 확대를 위한 성장자금 유치, 창업자 엑싯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앞세워 증시에 입성한 특례상장 바이오 기업들이 상장 이후 서로 다른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최대주주 변경 역시 생존을 위한 지배력 이전부터 성장 단계의 전략적 엑싯까지 양극화되는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