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번 투여하는 데 우리 돈으로 50억원이 넘는 초고가 신약이 또 등장했습니다. 수백만, 수천만원에 달하는 항암제도 비싸다고 느끼는 일반적인 감각으로는 쉽게 체감하기 어려운 가격대입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달 울트라제닉스의 유전자치료제 '파유비(Fayubi)'를 산필리포증후군 A형 소아 환자 치료제로 승인했습니다. 소아 치매로도 불리는 산필리포증후군 A형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은 것은 파유비가 처음입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가격입니다. 울트라제닉스가 책정한 파유비의 미국 정가는 395만달러로, 현재 환율로 환산하면 50억원이 훌쩍 넘습니다. 미국 내에서 판매되는 전체 의약품 중에서도 손꼽히는 최고가 수준입니다. 유전자치료제는 왜 이렇게 비싼 걸까요.
초소수 환자·단회 치료…'치료가치'까지 약값에
초고가 약값의 첫번째 논리는 '환자 수'입니다. 산필리포증후군 A형은 유전자 이상으로 특정 효소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 체내에 헤파란황산이 축적되는 질환으로 출생아 약 10만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초희귀 유전질환입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수백만명의 환자가 있는 만성질환 치료제와 달리, 희귀질환 치료제는 대상 환자가 수백에서 수천명 규모에 그칩니다. 반면 임상과 허가에 이르는 과정에는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며, 고도로 복잡한 제조 공정과 엄격한 품질관리 시설까지 요구됩니다.
게다가 파유비 등 다수의 희귀 유전자치료제는 매일 혹은 매달 투여하는 약이 아니라 단 한 번 투여하는 치료제입니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한 환자에게 수년에 걸쳐 약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단 한 차례의 치료로 매출 발생이 종료됩니다.
소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막대한 개발비와 생산 비용을 회수해야 하는 구조만으로 초고가 약값이 모두 설명되는 것은 아닙니다. 초고가 유전자치료제의 가격에는 단순한 원가보다 '치료 가치'가 크게 반영됩니다. 치료를 받지 못했을 때 환자가 평생 부담해야 할 막대한 의료비와 돌봄 비용, 장기적인 삶의 질 개선 효과 등을 모두 반영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울트라제닉스는 환자 1인당 평생 약 800만달러의 의료 및 돌봄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약값 책정의 핵심 논리로 내세웠습니다. 절대적인 금액은 비싸지만, 질환 방치 시 발생하는 사회적 총비용과 비교하면 경제적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문제는 '치료 가치'와 '적정 가격'이 같은 말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환자에게 800만달러의 평생 비용이 발생한다고 해서 치료제가 그 비용의 절반인 400만달러의 가치를 자동으로 갖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절감되는 의료·돌봄 비용이 얼마인지, 치료효과가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지, 개발사가 혁신의 대가로 그 가치 가운데 얼마를 가져가는 것이 적절한지를 따져야 합니다.
혁신의 대가와 건강보험의 딜레마
유전자치료제의 수백만달러 가격표가 붙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19년 출시된 척수성근위축증 치료제 졸겐스마(약 212만달러)를 시작으로, 혈우병B 치료제 헴제닉스(약 350만달러), 이염성 백질이영양증 치료제 렌멜디(425만달러) 등 초고가 신약은 계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제약사들이 내세우는 근거는 환자 수와 개발 위험, 장기 치료 효과입니다. 반면 보험자와 보건경제 전문가들은 미래의 치료 가치를 약값에 과도하게 선반영하는 것이라며 우려를 제기합니다.
또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은 '1회 투여'가 곧 '평생 완치'를 뜻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희귀질환 치료제는 대상 환자가 적어 임상시험 규모 자체가 작은 경우가 많습니다. 승인 시점에서 이 치료 효과가 20년, 30년 뒤까지 동일하게 유지되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파유비 역시 단회 투여 치료제지만, 장기 추적 관찰을 통해 효과의 지속성과 안전성을 계속해서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는 보험 재정 논의에서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환자 1명에게 수십억원을 한 번에 지급했는데 치료 효과가 예상보다 빨리 소실된다면, 그 막대한 재정 손실을 누가 부담해야 할지 문제가 생깁니다.
이에 따라 일정 기간 효과가 유지될 때만 비용을 지급하는 '성과기반 지불 모델'이나 약값을 수년에 걸쳐 나눠 내는 '분할 지급' 등 새로운 방식이 거론됩니다. 유전자치료제가 기존 건강보험의 약값 지불 방식까지 흔들고 있는 셈입니다.
유전자치료제는 희귀질환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열어주었지만, 혁신적 치료와 적정 가격의 문제는 별개입니다.
문제는 이런 약이 앞으로 더 늘어난다는 점입니다. 치료 기회는 넓어지지만 환자 한 명에 수십억원을 투입하는 일이 반복될수록 건강보험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와 혁신의 적정한 대가를 둘러싼 논쟁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