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펩트론이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와 약 2년간 진행한 장기지속형 약물전달 플랫폼 공동연구를 마무리했지만 후속 상업화 계약 체결에는 이르지 못했다.
회사는 기술평가와 계약상 절차가 정상적으로 완료됐으며 향후 협력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입장이지만, 릴리의 기술 도입 여부와 후속 계약 가능성은 더 불투명해졌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펩트론은 전날 홈페이지를 통해 일라이 릴리와 진행해 온 스마트데포(SmartDepot) 플랫폼 기술평가 기간이 종료됐다고 밝혔다. 펩트론 측은 "기술평가 기간 종료 시점에 후속 상업화 계약 체결이라는 결과를 함께 안내하지 못하게 된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24개월 기술평가 마무리…향후 협력 '미지수'
양사의 협력은 2024년 10월 시작됐다. 펩트론은 당시 릴리가 보유한 펩타이드 의약품에 스마트데포 기술을 적용하는 비독점적 기술평가 계약을 체결했다. 스마트데포는 생분해성 고분자 기반 미립구를 활용해 약물이 체내에서 서서히 방출되도록 하는 기술로, 약물 투여 간격을 늘려 환자의 주사 부담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당초 14개월이던 기술평가 기간은 지난해 12월 1일 정정공시를 통해 최대 24개월로 늘어났고, 이에 따라 이달 7일 최종 종료됐다. 평가 기간 연장으로 양사의 공동연구가 대규모 기술이전이나 상업화 계약으로 이어질지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으나 끝내 후속 계약은 성사되지 않았다.
펩트론은 이번 공동연구가 최초 계약 당시 계획보다 확대된 범위에서 진행됐고 추가적인 기술평가도 이뤄졌다고 부연했다. 관련 연구와 평가 절차는 계약기간 내 차질 없이 완료돼 약정된 대가도 모두 수령했다는 설명이다.
펩트론은 기술평가 종료가 사업화 협력 가능성의 완전한 종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릴리의 최종 결론이나 향후 협의 단계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경쟁사는 '빅딜'…펩트론, 기업가치 입증 과제
펩트론과 릴리의 공동연구가 길어지는 동안 업계에서는 사업화 성과에 대한 의구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릴리를 비롯한 글로벌 빅파마들이 정작 다른 장기지속형 기술 기업들과 선제적으로 대규모 계약을 체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릴리는 지난해 6월 스웨덴 카무루스와 최대 8억7000만달러 규모의 플랫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고, 올해 6월에는 아밀린 계열 약물까지 협력 범위를 확대했다. 노보노디스크 역시 지난달 스웨덴 나넥사와 최대 11억6500만유로 규모의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그럼에도 펩트론은 릴리와의 공동연구에 따른 대형 기술수출 기대감이 반영되며 주식시장에서 높은 몸값을 인정받아 왔다. 지난해 말 기준 펩트론의 시가총액은 약 5조9000억원으로 코스닥 시장 시총 9위까지 올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빅파마들이 타 기업과 대규모 계약을 맺는 상황에서 펩트론은 2년 공동연구에도 상업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며 "불확실한 기대감만으로 시총이 수조원대까지 치솟은 것은 국내 바이오 가치평가와 코스닥 시장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펩트론은 향후 상용화 가능성과 대량생산성, 시장성, 지식재산권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사업화 협력을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2년간의 공동연구가 후속 계약으로 연결되지 못한 만큼 앞으로 구체적인 사업화 성과를 통해 시장의 기대를 입증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