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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구조조정]㊦오릭스, 현대증권도 '눈독'

  • 2014.07.17(목) 17:02

10여년 전부터 한국시장에 꾸준히 투자
현대로지 인수 발판으로 증권도 노려

현대그룹은 현대로지스틱스 매각으로 전체 자구계획의 80% 가량을 달성했다. 나머지 20%는 현대증권을 비롯한 금융 3사 매각이다. 현대증권 인수전에는 현재 3개 업체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상태다.

당초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됐던 현대차그룹은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현대증권 인수전을 매우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인수의향을 밝힌 곳 중에 현대로지스틱스를 인수한 오릭스가 포함돼 있어서다.

◇ '새 친구'와 '오랜 친구'의 만남

현대증권 인수 의향서를 제출한 곳은 총 4곳이다. DGB 금융지주, 일본의 오릭스, 사모투자펀드(PEF)인 파인스트리트, 자베즈파트너스 등이다. 이중 DGB 금융지주는 현대자산운용에만 관심이 있다.

현대증권 매각에는 현대증권 뿐만 아니라 현대증권의 100% 자회사인 현대자산운용과 현대저축은행이 포함돼 있다. 패키지 매각이다. 일각에서는 현대증권과 이들 자회사들의 분리 매각 이야기도 나온다.

▲ 현대그룹과 오랜기간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던 자베즈와 이번 현대로지스틱스 인수로 새로운 관계를 맺은 오릭스 모두 현대증권 인수전에 뛰어든 상태다. 시장에서는 이들 두 곳의 경쟁을 눈여겨 보고 있다.

분리 매각 가능성에 대해 매각 주관사인 산업은행은 일단 부정적이다. 따라서 현재까지는 오릭스와 파인스트리트, 자베즈가 인수 후보군이다. 이중 특히 오릭스와 자베즈가 눈에 띈다.

자베즈는 오랜 기간 현대그룹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현대그룹이 어려움에 빠질때마다 우군 역할을 자처했다. 물론, 옵션계약이 전제됐지만 자베즈는 늘 현대그룹의 편이었다. 지난 2010년 현대건설 인수전때도 현대그룹을 지원했다. 오랜 친구다.

반면, 오릭스는 새 친구다. 이번 현대로지스틱스 인수건으로 현대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서로에게 '윈-윈'하는 딜의 성사로 양측의 관계는 매우 좋은 상황이다. 현대그룹은 오릭스 덕에 재무구조 개선은 물론, 지배구조 재편을 위한 시동을 걸 수 있게 됐다.

◇ 시나브로 늘려온 한국 투자

사실 오릭스는 국내 M&A 시장에서 낯선 존재가 아니다. 오릭스는 지난 10여년간 한국에서 펀드를 운영해왔다. 그동안은 조용한 행보를 보였다면 최근에는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현대로지스틱스 인수도 같은 맥락이다.

오릭스가 가장 처음 주목을 받았던 것은 작년 STX에너지의 경영권을 인수했을 때다. 오릭스는 지난 2007년부터 STX그룹과 돈독한 관계를 맺어왔다. 하지만 STX그룹이 위기에 빠지자 그동안 눈여겨 봐왔던 STX에너지를 전격 인수했다.

▲ 오릭스는 지난 10여년간 한국 시장에 꾸준히 투자를 진행해올 만큼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동안은 조용한 행보를 보였던 반면 최근 들어서는 굵직굵직한 딜에 잇따라 참여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오릭스는 STX에너지 인수 5개월여 만에 GS·LG 컨소시엄에 이를 매각해 큰 차익을 거뒀다. 이뿐만이 아니다. 작년 대형 딜이었던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에도 참여했었다. 올해는 LIG손해보험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과거 오릭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움직임이다.

또 정책금융공사·KT캐피탈과 구성한 한일상생펀드를 통해 자동차부품 업체 서진오토모티브와 광학기기 제조업체 오에프티에도 투자했다. 현재는 미래에셋생명 우선주(약 300억원), 셀트리온 보통주(약 1000억원) 등에 투자한 상태다. 오릭스의 한국 시장 내 자금운용 규모는 약 1조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 현대증권 인수전의 '교집합'

시장에서 오릭스를 주목하는 이유는 현대증권 인수전이라는 이벤트 때문이다. 오릭스는 공교롭게도 다른 딜에서 현재 현대증권 인수전에 뛰어든 후보군들과 각각 파트너십을 맺은 적이 있다.

파인스트리트와는 우리투자증권 인수전때, 자베즈와는 LIG손해보험 인수전때 각각 손을 잡아 본 경험이 있다. 우리투자증권 인수전 당시 오릭스와 파인스트리트는 연기금 등으로부터 자금 확약을 받았지만 KB금융지주와 NH금융지주 등에 밀렸었다.

일각에서는 이런 인연을 바탕으로 오릭스와 파인스트리트가 이번에도 현대증권 인수에 공동으로 나설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양측은 함께 시뮬레이션을 하는 등 구체적인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조합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현대증권 인수전에 작년 우리투자증권 인수전 당시 손을 잡았던 오릭스와 파인스트리트가 이번에도 공동으로 인수를 추진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오릭스는 자베즈와 LIG손보 공동 인수에도 나선 적이 있어 향후 오릭스의 행보가 주목된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오릭스와 파인스트리트가 손을 잡는다면 모두 서로 가지지 못한 점을 보완할 수 있다"며 "오릭스는 외국계라는 약점을, 파인스트리트는 막강한 자금을 보충할 수 있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오릭스-자베즈 조합을 거론하기도 한다. LIG손보 인수전 당시의 경험과 인연을 바탕으로 이번건에도 다시 뭉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다. 특히 자베즈는 현대증권 2대주주다. 오릭스도 현대로지스틱스 인수로 현대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어떤 조합이든 교집합은 오릭스"라면서 "오릭스가 현대로지스틱스 인수를 발판으로 현대증권 인수전에서도 본격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오릭스(ORIX)는 어떤 회사?
:일본 오릭스그룹은 리스·보험·은행 사업 등을 영위한다. 자산규모는 92조원 상당인 것으로 알려졌다. 1964년 '오리엔트리싱'이라는 리스회사가 시작이다. 일본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투자은행, 벤처캐피탈, 생명보험, 부동산개발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하는 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1989년 오릭스로 사명을 바꿨다. 지난 2009년 금융위기로 큰 손실을 보기도 했지만 작년 네덜란드 최대 상업은행인 라보뱅크 계열의 자산운용사 로베코 인수를 인수하는 등 해외 투자에 적극적이다. 

오릭스는 다양한 금융사 경영에 대한 노하우와 막강한 자금력이 강점이다. 한국시장에는 지난 2010년 오릭스프라이빗에쿼티코리아를 설립하면서 처음으로 진출했다. 이밖에도 오릭스 렌텍, 오릭스 캐피탈 등이 한국에 진출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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