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포스코가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후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전방 산업에서 철강 수요가 급증한 덕분이다. 다만 2020년 2분기부터 이어졌던 실적 '랠리'는 멈추며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영업이익 9조원 시대 열었다
지난 12일 포스코는 지난해 연결재무제표기준 매출이 76조4000억원(추정치)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대비 32.1% 증가한 수치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9조2000억원으로 전년대비 284% 급증했다. 지난해 실적은 포스코 창사(1968년) 이래 최대 실적이다. 이전까지 포스코의 최대 매출은 68조원(2011년)이었고 최대 영업이익은 7조2000억원(2008년)이었다.
포스코의 지난 4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21조402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0.2% 증가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2조3303억원으로 169.9% 증가했다. 지난 4분기 실적은 분기실적 기준으로 두번째로 가장 좋은 성적표다. 포스코가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기록한 시기는 바로 전분기인 3분기(3조1170억원)였다.
내실도 잘 다졌단 평가다. 포스코는 작년 1분기 이후 분기마다 조(兆) 단위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이는 중이다. 포스코의 지난 4분기 영업이익률은 10.9%를 기록하며 전년동기대비 5.5%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2분기(12%) 이후 3개 분기 연속 두자릿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역대 최고 실적은 본업인 철강 사업 덕분에 가능했다. 철강 사업 부문 실적만 볼 수 있는 포스코의 작년 별도재무제표 기준 매출은 39조90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0.6% 증가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6조6000억원을 기록하며 484.6% 급증했다.
포스코의 작년 4분기 별도기준 매출은 11조507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2.6% 상승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1조6233억원으로 209.4% 증가했다. 철강 사업 부문만 떼놓고 봐도 포스코는 작년 1분기부터 매분기 조 단위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작년 1분기 1조729억원, 2분기 1조6081억원, 3분기 2조2296억원 등으로 매 분기 이익 규모를 키웠다.
작년은 유례없는 호황기였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여파에서 점차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자동차, 선박, 건설 등 전방산업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철강 수요가 증가했고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철광석, 석탄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지만 탄탄한 철강 수요 덕에 가격 인상분을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할 수 있었다. 실제로 포스코는 지난 하반기 조선용 후판 가격을 톤(t)당 30~40%가량, 자동차용 강판 가격도 톤당 10만원 넘게 각각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도 나쁘지 않다
올해 전망도 나쁘지 않다. 작년만큼의 역대급 호황은 아니지만 양호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역시 전방 산업의 철강 수요가 견조한데 다 중국이 철강 생산 감소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한국철강협회는 올해 국내 철강 수요가 5500만톤이 될 것으로 예상 중이다. 이는 작년(5530만톤)에 비해 약 30만톤 부족한 수요이다. 하지만 '결코 적은 수치는 아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1위 철강 생산국인 중국이 철강 감산 기조를 유지하는 것도 국내 철강업계 입장에선 호재다.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친환경 정책을 펼치고 있는 중국은 철강 생산 감산에 돌입한 상황이다. 올해도 글로벌 철강 수요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철강 업계 역시 반사이익이 예상된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중국의 철강 생산량은 전년대비 약 2.3%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엔 중국발(發) 철강 공급과잉으로 철강 시황을 짓눌러왔다면 이번 감산은 공급 측면에서 구조적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철강 업계 관계자도 "올해도 철강 수요가 나쁘지 않게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의 철강 감산 조치 기조가 계속된다면 국내 철강 업계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