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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폐배터리에 새생명 불어넣는 사람들

  • 2022.08.09(화) 11:50

수도권 미래 폐자원 거점수거센터 가보니
검사·재사용 판단·보관까지 자동화시스템
캐파 감안시 검사시간 단축문제 해결해야

수도권 미래폐자원 거점수거센터 내 폐배터리 보관소. 아파트 7층 높이(약 19m)로 총 1097개의 폐배터리를 보관할 수 있다. /사진=김민성 기자 mnsung@

[시흥=김민성 기자] "드르륵, 드르륵"

폐배터리의 보관·운반 과정을 보고 싶다고 하자, 직원이 컴퓨터에 위치값을 입력한다. 이후 크레인이 자동으로 선반을 찾아가 보관된 폐배터리를 꺼내왔다. 크레인이 꺼내온 폐배터리는 롤러 위에서 드르륵 소리를 내며 출고대 앞으로 다가왔다.

자동 시스템으로 보관함에서 꺼내온 폐배터리 모습 / 영상=김민성 기자 mnsung@

지난 5일 오후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수도권 미래 폐자원 거점수거센터에 방문했다. 최근 전기차 보급량이 급증하면서 폐배터리 처리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환경부는 폐배터리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수도권(경기 시흥), 충청권(충남 홍성), 영남권(대구 달서), 호남권(전북 정읍) 등 전국 4개 권역에 미래 폐자원 거점수거센터를 설치했다. 

전기차 배터리는 고전압 전력을 담고 있기 때문에 폭발과 화재 위험이 있다. 배터리 안에 포함된 금속에서 유해물질이 나와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도 있다. 수도권 거점수거센터는 이런 전기차 폐배터리에 대한 검사부터 보관, 재판매까지 한 번에 처리하는 시설이다. 

폐배터리 재사용·재활용 갈림길 판단

이날 방문한 수도권 거점수거센터는 폐배터리 검사부터 보관, 입·출고, 화재예방까지 전자동 시스템으로 운영돼 위험부담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직원이 크레인을 직접 조종하지 않아도 컴퓨터를 통해 배터리를 넣거나 뺄 수 있다. 실제로 보관함에서 '포터EV' 폐배터리를 꺼내오는 전과정은 자동화 였다.

통상 폐배터리가 센터에 도착하면 용도를 결정하기까지 두 단계 검사를 거친다. 검사는 총 8시간 소요된다. 먼저 외관에 문제가 없는지 살핀다. 외관이 찌그러졌거나 부서져 있으면 충격에 의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재사용하지 못하고 재활용 대상으로 분류된다.

재사용이란 배터리를 전기 자전거 등 소형 모빌리티 동력원이나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다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폐배터리를 파·분쇄 후 니켈과 리튬, 코발트 등 희소금속만 추출하는 것은 재활용이라고 한다. 추출한 금속은 다시 배터리를 만드는데 사용되며, 추출하고 남은 부분은 민간 처리 업체로 보낸다.

전기적 검사가 진행 중인 배터리 /사진=김민성 기자 mnsung@

재사용과 재활용의 갈림길은 외관검사 말고도 잔존수명(SOH, State of health) 검사를 통해 판단된다. 센터 안쪽으로 들어가자 잔존수명 검사가 한창 진행 중인 폐배터리를 볼 수 있었다.

항온장치 안엔 여러 전선이 꽂힌 배터리가 놓여 있었다. 센터는 완전충·방전 방식을 사용해 전기적 검사를 진행한다. 완전충·방전 방식이란 전용설비를 통해 배터리를 완전 방전 시킨 뒤 다시 3시간 충전과 1시간의 안정화를 거쳐 완전히 방전시키는 과정을 통해 배터리 성능을 평가하는 방법이다.

충·방전기 앞엔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전압과 전류 등 배터리 상태를 보여주는 모니터가 설치돼 있다. 검사 결과 배터리 잔존수명이 60% 이상이면 재사용, 60% 미만이면 재활용 대상이다. 평가가 끝나면 성능정보와 배터리정보가 담긴 바코드를 배터리에 부착한다.

재사용이 결정된 배터리는 환경부 산하 타기관을 통해 역할분담이 이뤄진다. 순환자원정보센터는 공개 입찰을 진행하고, 환경공단은 배터리 잔존수명수치·환율 등을 고려해 매각 단가를 결정한다.

보통 폐배터리를 활용한 중간·최종 재활용 업체나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배터리 연구소로 매각된다. 판매 수익금은 전기차를 구입할 때 지급한 보조금 비율대로 중앙정부와 지자체에 나눠준다. 

이렇게 전기적 검사까지 모두 마친 폐배터리는 거점수거센터내 보관소로 옮겨진다. 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나온 폐배터리는 이곳으로 모두 모인다. 현재 수도권 거점수거센터에만 270개 정도의 폐배터리가 보관돼있다. 신차 출고후 폐차된 전기차가 많지 않아 월평균 15~20개의 폐배터리가 들어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전기차 보급률이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향후 센터 활용성은 높아질 전망이다.

센터 관계자는 "2020년까지 등록된 전기차 배터리는 폐차 시 모두 거점수거센터로 반납해야 하지만 2021년 이후 등록된 전기차는 배터리 반납의무를 없애고 민간 업체도 폐배터리를 처리할 수 있도록 대기환경보전법이 개정됐다"고 말했다.

최근 배터리 생산기업은 물론 현대자동차까지 폐배터리 시장에 뛰어든 이유다. 얼마전엔 폐배터리를 처리하는 민간 기업이 코스닥 시장에 상장되기도 했다. 현재 폐배터리를 처리하는 민간기업들은 배터리 제조사에서 5∼10% 비율로 발생하는 불량품들도 처리한다. 

폐배터리 보관시스템은 사람 손길이 거의 필요하지 않을 만큼 자동화가 이뤄졌다. 직원이 전기 지게차를 이용해 폐배터리를 입고대에 올려놓자 컨베이어가 움직여 배터리를 크레인까지 가져갔다. 이후 크레인이 배터리를 빠르게 보관함으로 옮겼다. 출고할 때도 마찬가지다. 출고할 폐배터리 보관함 위치를 입력하면 크레인이 움직여 해당 폐배터리를 갖고 온다. 배터리가 입·출고대에서 보관소 사이를 오가는 시간은 1분40초 정도다.

크레인이 보관함에서 배터리를 꺼내고 있다. /사진=김민성 기자 mnsung@

수도권 거점수거센터의 배터리 보관소는 약 19m 높이의 선반으로 이뤄져 총 1097개의 폐배터리를 보관할 수 있다. 보관소를 올려다보니, 마치 거대한 도서관에 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각 보관함엔 화재를 빠르게 감지할 수 있도록 센서가 설치됐다. 보관소 끝엔 화재가 발생했을 때 빠르게 진화할 수 있는 침수 장치도 마련돼 있다. 배터리 온도가 높아지면 센서가 이를 감지한다. 그 다음 크레인이 불이 난 폐배터리를 꺼내 수조로 이동시킨 다음 완전히 침수시켜 불을 끄는 방식이다.

김기현 한국환경공단 차장은 "폐배터리는 자동차 배터리로서의 역할은 다했지만 다른 용도로 재사용하면 추가적인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다"면서 "거점수거센터는 이런 폐배터리를 수거하고 용도를 결정해 다시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고 말했다.

"급증하는 전기차…검사시간 줄여야"

거점수거센터에서 배터리 하나를 검사하는데 총 8시간이 소요된다. 최대 2개까지 동시 검사가 가능하다. 24시간 풀가동 한다고 해도 하루에 고작 6개를 검사할 수 있는 시설용량이다. 

현재는 폐배터리 발생량이 많지 않아 처리하는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급증하는 전기차 보급률을 감안하면 조만간 과부화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현재 8시간 걸리는 검사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29만8633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 17만3147대로 집계된 이후 1년 만에 12만5000대 이상 늘었다. 전기차 배터리 성능은 통상 5~10년 운행 후 초기 용량 대비 70~80% 수준으로 감소한다. 환경부는 올해와 내년중 연간 1만9000개 정도의 폐배터리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가 2013년부터 본격 보급됐고 전기차 배터리 수명이 10년 정도라는 것을 고려하면 내년부터 전기차 폐배터리가 다량 발생할 전망이다.

김 차장은 "보관시설을 크게 만들기보다 검사시간을 단축하는 게 중요하다"며 "지금 8시간 걸리는 검사 시간을 10분 내로 줄이면 하루에 수십 대까지 검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완성차 업체로부터 배터리 정보(BMS)를 받아 검사 방법을 개선, 시간을 단축시킬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면서 "올해 1월 환경부에서 완성차 업체들에게 전기차들의 BMS를 환경부와 거점센터에 제공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현재는 정보를 제공받을 방법에 대해 협의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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