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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배터리 재활용은 100% 친환경일까

  • 2022.10.13(목) 15:31

[친환경 전기차의 역설] 심층기획
재활용 공정도 환경문제 유발
'中, 규제있지만 관리부재' 교훈삼아야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전기차는 '친환경'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면에 '환경오염' 요인이 있음에도 말이다. 배터리가 대량 폐기되면 환경문제가 야기돼서다. 이같은 친환경 전기차의 역설을 해결하려면 폐배터리 재활용이 필요하다. 그러나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다. 국내에선 관련법 미비로 산업 활성화 조차 어렵다. 비즈니스워치는 국내뿐 아니라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유럽·미국 현지 취재를 통해 폐배터리 재활용 방안을 집중 분석하고, 친환경 전기차의 지속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편집자]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면 전기차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약 7% 저감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 9월5일 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환경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내놓은 '규제개선·지원을 통한 순환경제 활성화 방안'에서 KPMG의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밝혔다.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은 친환경적 방안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못할 수 있다. 현재 배터리 재활용 공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재활용 공정 중 환경오염 상존

배터리 재활용에는 세 가지 주요 공정이 있다. 폐배터리를 파·분쇄하는 물리적 처리와 개별 원재료를 추출하는 습식, 건식 공정이다.

가장 단순한 공정인 물리적 처리는 환경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 이는 폐배터리를 파·분쇄해 블랙매스를 만드는 공정이다. 블랙매스는 니켈·코발트·리튬 등 배터리 원재료가 가루 형태로 혼합되어 나오는 검은색 분말을 말한다.

이후 블랙매스에서 니켈·코발트 등 각각의 원재료를 분리해 뽑아내는 습·건식 공정을 거친다. 이때 환경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습식 공정은 블랙매스를 갖고 화학침전, 용매추출, 이온교환 등을 거치는 과정이다. 이 공정을 거치면 액체 형태의 오염 물질이 나온다.

건식 공정도 블랙매스를 고온 처리해 개별 원재료를 회수하는 방식인데, 대기 오염을 유발한다. 

배터리 재활용으로 고가의 금속물질은 재활용되지만, 이를 위해 또 다른 환경오염이 발생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제철소가 시행하고 있는 오염물질 관리기법들을 잘 활용하면 된다. 북미 최대 배터리 재활용 기업 '라이사이클'도 비슷하다. 라이사이클은 오염물질 관리가 어려운 건식 공정은 피하고, 습식 공정을 사용하되 오염물 관리를 철저히 한다.

팀 존스턴 라이사이클 회장과 아제이 코차르 CEO(최고경영자)는 비즈니스워치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우리는 고온 처리(건식) 공정이 없기 때문에 대기오염 물질을 최소한으로 방출하고 있고, 향후에도 비가열 습식 공정을 적용할 것"이라며 "모든 공정에서 사용한 물을 회수하고 다시 투입해 재활용하면서 수질 오염을 최소화할 것이다"고 말했다.

국내 배터리 재활용 업체 성일하이텍도 환경오염 가능성을 인지하고 대책을 마련 중이다. 이 회사는 물리적 처리, 습·건식 공정을 모두 갖춘 곳이다.

성일하이텍 관계자는 "대기오염 물질, 폐수를 처리할 때 환경부 기준에 맞춰 배출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환경오염 요인을 관리하고 있다"며 "새만금 산업단지에 새로 짓고 있는 3공장에는 공정에서 나오는 폐수를 재사용하는 '무방류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습식 공정에서 블랙매스를 녹일 때 사용하는 황산을 친환경 침출제로 바꾸는 방안은 여전히 고민이다.

성일하이텍 관계자는 "황산 대신 친환경 침출제를 써야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우리도 이와 관련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친환경 침출제는 값이 비싸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수준이어서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배터리 재활용 산업이 친환경 정책이라는 방향성에 맞추려면 업계 스스로 환경오염 문제를 최소화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친환경 공정을 추구하려면 관련 기술 개발과 함께 가격 경쟁력도 갖춰야 한다는 분석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관계자는 "습식 또는 건식 공정이 친환경적으로 완비된 공장에서 제대로 폐배터리를 처리해야 한다"며 "재활용 공정도 결국 환경을 얼마나 덜 파괴하는지의 문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민간 노력 더불어 '정부 감독' 병행돼야

이를 배터리 재활용 업계의 노력에만 기댄다면 문제를 완벽하게 대처할 수 없다. 정부 차원의 관리·감독 체계 등 최소한의 규제라도 필요하다.

중국을 보면 알 수 있다. 중국 정부 자료를 인용한 코트라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폐배터리 7만4000톤 가운데 5000톤만 정부 인증 재활용 업체에서 회수 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는 배터리 재활용과 관련한 표준과 처벌 규정을 내놓고 있으나, 실제 대다수 폐배터리는 검증되지 않은 업체를 통해 처리된다는 뜻이다.

유럽연합(EU)도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EC 관계자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배터리 원재료가 회수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순환경제를 만드는 것이 새롭게 도입할 규제 목표"라며 "유럽에선 배터리 제조뿐 아니라 재사용, 재활용이 엄격한 기준과 윤리적 방식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내놓은 '규제개선·지원을 통한 순환경제 활성화 방안'에도 비슷한 고민이 담겨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전주기 탄소배출량 산정에 필요한 기초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확충하고, 평가기법을 개발해 신제품 대비 탄소 배출량이 적은 배터리 재제조·재활용을 촉진한다는 계획이 있다. 쉽게 말해 배터리 재활용에도 탄소배출량을 산출해 관리하겠다는 원칙이다. 또 재활용 과정에서의 환경오염 문제는 기존 환경규제로 관리하겠다는 판단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활성화 방안은 재활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오염 요인까지 풀겠다는 게 아니라 재활용 사업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기존 규제들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라며 "배터리 재활용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환경오염은 기존 환경규제를 통해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차가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재활용 친환경성까지 강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반박도 가능하다. 그러나 전기차 보급 규모 1000만대를 넘어선 중국에선 이미 배터리 재활용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터라 우리에게도 가까운 미래 이슈일 수 있다.

정부 관계자도 "전기차는 국내에서 이제 막 팔리기 시작하는 단계이지만, 얼마 지나면 폐배터리가 엄청나게 쏟아져 나올 것"이라며 "9월에 내놓은 재활용 산업 규제 개선안의 목적도 이런 상황을 미리 준비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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