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앤에프가 800억원대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증권가 예상치보다도 200억원 가량 낮은 수치다. 원자재 가격 하락 및 전방 산업 둔화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그나마 높은 원가의 재고가 소진되면서 전분기(영업손실 2039억원) 대비 적자 폭은 크게 줄었다.
엘앤에프는 올해 2분기 영업손실 842억원을 기록했다고 6일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은 5548억원 집계, 전년 동기 대비 59.4% 감소했다. 원재료 가격 하락과 글로벌 수요 둔화가 겹친 가운데 낮은 가동률마저 실적에 부담을 키웠다.
엘앤에프는 "2분기 전체 출하량은 전 분기보다 약 3% 늘었으나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 지속과 고객사 재고조정, 배터리 업체들의 사업구조 개편 등 대외적 불확실성 확대로 급격한 수요 둔화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요인은 원재료 가격 하락에 따른 평균 판가 하락이었다. 실제 리튬 가격은 지난 2분기 내내 이어졌다. 리튬은 양극재 원가의 최대 70%를 차지하는 핵심 원료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지난 6월 28일 기준 탄산리튬 가격은 1㎏당 87.5위안을 기록했다. 올해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 4월 10일(110.5위안)과 비교했을 땐 20% 가량 하락한 상태다.
양극재 기업들은 배터리 제조사와 광물 가격 변동분을 일정 시차를 두고 양극재 판매가격에 연동하는 계약을 맺는다. 통상 판매 시점의 광물 가격을 기준으로 제품 가격이 연동되는 구조다.
문제는 비싸게 광물을 사놓았는데 갑자기 가격이 내려갈 때다. 비싼 값에 사들인 광물로 양극재를 만들고 판매할 때에는 보다 저렴하게 내놔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손실로 이어진다. 이를 '역래깅'이라 부른다.
신제품에 거는 기대
하반기 업황도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엘앤에프는 이날 실적발표 후 이어진 컨퍼런스 콜에서 "하반기 평균 판매가격은 상반기 대비 8% 하락이, 하반기 전체 판매량은 상반기 대비 7%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 엘앤에프는 하반기에 재고관리를 지속, 손익 개선을 위해 전사 비용 절감 및 라인 효율성 증대 등을 실행할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투자 수익성을 재검토하는 등 불확실한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신제품 관련 필수 투자는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박남원 엘앤에프 전략기획부문 상무는 "각국 전기차 보조금 정책 변화, 미국 대선 등으로 전기차와 신재생에너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당사도 투자 계획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하이니켈 및 LFP용 양극재, 신규 고객 제품, 파일럿 라인 가동 등을 위한 투자는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장기 캐파와 투자 계획에 대해선 추가 검토 후 시장과 소통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엘앤에프는 신제품 관련 비전도 제시했다. 양극재 신제품은 하반기 실적에도 일부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다줄 전망이다.
이병희 엘앤에프 사장은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는 4680 원통형 배터리에 탑재될 '니켈 95% 단결정 제품'과 차세대 원통형 2170 제품에 탑재될 '니켈 95% 다결정 제품'이 올해 하반기에 출시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원통형 제품에서의 시장 선도 입지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두 제품 모두 고객사 및 시양산 각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으며, 양산라인을 배정하는 등 생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엘앤에프 고객사인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하반기께 원통형 신규 제품인 4680 배터리를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장성균 최고제품책임자(CPO)는 "해당 신규 폼팩터 제품에 대해 부품 승인 작업은 이미 완료됐다"며 "이는 고객사에서 양산 준비가 끝났다는 의미이고, 고객 요청 시점에 맞춰 출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엘앤에프는 LS그룹과 설립한 합작회사 'LS-엘앤에프 배터리솔루션(LLBS)'의 새만금 전구체 공장을 내년 1분기 준공, 2분기 고객 승인을 위한 샘플 제출을 목표로 건설 중에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