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미국 정부로부터 반도체 보조금을 지원받는다. 규모는 4억5000만 달러(약 6200억원)다. 이외에도 정부 대출 최대 5억 달러(약 6900억원)와 최대 25%의 세액 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이번 지원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반도체 패키징 생산기지 건설을 시작하고,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보조금에 대출 지원까지 얹었다
미국 상무부는 6일(현지시각) SK하이닉스와 고대역폭메모리(HBM) 고급 패키징 제조 및 연구개발(R&D) 시설 설립을 위해 최대 4억5000만 달러의 연방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예비거래각서(PMT)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직접 자금 지원 외에도 5억 달러의 정부 대출도 포함돼 있다. SK하이닉스가 미국에서 투자하는 금액의 최대 25%까지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이번 보조금은 미국이 지난 2022년 제정한 '반도체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이하 반도체법)'에 따른 것이다. 자국 내 반도체를 만드는 기업에게 반도체 보조금 390억 달러(약 53조7000억원)와 연구개발 지원금 132억 달러(약 18조1800억원) 등 5년간 527억 달러(약 72조6000억원)를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첨단 패키징 공장 등을 짓는데 38억7000만 달러(5조33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원금 규모는 전체 투자액의 11.6% 수준이다. 대출까지 포함하면 24.5%다. 앞서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서 진행 중인 파운드리 공장 건설과 관련해 64억 달러(약 8조8200억원)의 보조금이 확정됐다. 삼성전자의 투자금 대비 보조금 비율은 14.2%였다.
'첫 해외 생산기지' 건설 속도
미국 정부가 반도체 지원을 확정 지으면서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미국 공장 건설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그간 SK하이닉스는 미국 정부의 보조금 발표가 늦어지자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미국은 빅테크 등이 몰려 있어 고객사 확보에 용이하지만, 인건비·시설 구축비용이 높기 때문에 원활한 준공을 위해서는 보조금 수령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가 이번 발표에 대해 "미국 상무부의 지원에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하며, 이 프로젝트가 완전히 실현되는데 협력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앞으로 보조금이 최종 확정될 때까지 남은 절차를 준수하는 데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인디애나 생산기지의 건설 작업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2028년 하반기부터 차세대 HBM 등 AI 메모리 제품을 양산하는 것이 목표다. 이는 SK하이닉스의 첫 해외 HBM 생산 기지다. 미국에 AI 반도체용 패키징 생산시설이 건설되는 것도 반도체 업계 최초다.
곽 대표는 "AI 기술을 위한 새로운 허브를 구축하고 인디애나에서 숙련된 일자리를 창출하며, 글로벌 반도체 산업을 위한 강력하고 회복력 있는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