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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증권 김기범號]②한불종금 vs 대우증권

  • 2015.06.18(목) 16:20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계기 명암
13년간의 CEO 경영성과 ‘기회·성공·불운’ 교차

성공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고, 마법처럼 손짓 하나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증권업계의 ‘거물’이 된 김기범(59) 현대증권 내정자의 전문경영인으로서의 이미지 또한 ‘뱅커(은행원)’로 출발해 증권업계에서 차곡차곡 쌓아올린 커리어들이 축적돼 완성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김 내정자를 성공한 경영자로만 안다면 당신은 그의 반쪽만 아는 셈이다. 사실 그의 커리어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 두 가지를 핵심 포인트로 하는 다양한 스펙트럼이 펼쳐진다. 현대증권 사장 내정을 계기로 되돌아본 그의 13년간의 경영 행보는 그만큼 기회와 성공, 불운이 버무려져 있다.

◇ 기회

2001년 8월, 한진그룹과 프랑계 소시에테제네랄(SG)은행 합작 종합금융사인 한불종합금융(2007년 1월 메리츠종합금융으로 사명을 변경한 뒤 2009년 12월 현 메리츠종금증권의 전신인 메리츠증권과 흡수합병)은 대우증권 국제사업본부장으로 있던 김기범 상무를 사장으로 영입했다.
 
당시 한불종금은 최악이었다. 1999~2001년 순이익(개별 기준)이 많게는 958억원, 적게는 440억원 3년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결손금만해도 718억원이 쌓여있을 정도였다. 이렇다보니 2002년 3월 말 자본잠식률이 무려 60.3%(자본금 1300억원·자본총계 516억원에 달했다. 1997년 외환위기 여파로 인해 종금사들이 줄줄이 문을 닫던 때다. 김 사장으로서는 당시 ‘위험한 기회’에 도전한 셈이다.

하지만 2003년부터 한불종금은 180도 달라졌다. 5대 1 감자 등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개선하는 한편 영업을 강화하면서 외환위기 이후 4년간 계속된 적자 기조를 깨고, 2003년 마침내 125억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흑자 기조는 이후로도 줄곧 유지돼 2004~2006년 한 해 평균 23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런 배경으로 2007년 5월 김한 사장(현 JB금융그룹 회장) 후임으로 모회사인 메리츠증권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 것은 너무나 자연스런 수순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과 공동대표를 맡았다. 메리츠종금의 반전을 이끈 김 사장에 대한 조 회장의 신임을 엿볼 수 있다.

김 사장의 성공가도는 이후로도 거침이 없었다. 취임 첫 해인 2007년 메리츠증권은 474억원의 순이익(연결기준)을 올렸다. 전년도 231억원과 비교해 2배가 넘는 수치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 불운

2008년 금융위기의 여파는 메리츠증권이라고 예외로 두지는 않았다. 증시 침체에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자회사 메리츠종금의 충당금 설정에 따른 이익 감소로 인해 2008~2009년 메리츠증권의 순이익은 각각 230억원, 219억원으로 뒷걸음질쳤다. 김 사장이 대표에 오르기 직전인 2006년에도 못미쳤다. 김 사장은 메리츠증권과 메리츠종금 합병을 계기로 2010년 2월 대표에서 물러난다.
 
김 사장이 다시 CEO로 복귀한 것은 메리츠종금증권을 떠난 지 2년여만인 2012년 6월. 임기영 사장의 뒤를 이어 국내 1위 증권사인 대우증권 사장으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대우증권을 떠난지 11년만의 친정 복귀였다. 

대우증권은 김 사장 재임 첫 해인 2012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순이익 144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1년(1670억원) 보다 13.9% 줄어든 수치다. 이어 2013년에도 9개월간은 아예 287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대우증권의 순익 적자는 2005년(마이너스 1490억원)이후 9년만이다.

증시 침체가 계속된 탓에 거래대금이 줄며 수탁수수료 수입이 감소하는 와중에 미국 양적완화 정책에 따른 금리 상승으로 인한 채권 투자 손실이 커지는 등 대내외적 불안 요인으로 인해 증권사들의 실적이 바닥을 드러냈을 때다. 대우증권 자체적으로도 악재가 많아 중국 고섬과 STX그룹 관련 부실을 털어내야 했다.

대우증권의 적자 전환은 증권사 전문경영인으로서 김 사장의 커리어에 오점에 남을 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임기 2년차의 과감한 부실 정리는 자신의 업적을 위해 단기 실적에 연연하기 보다는 내실과 견실 경영을 중시하는 김 사장의 소신있는 경영 철학을 보여주는 것이란 평가도 있다. 

아무튼 대우증권은 지난해 들어 부활의 조짐을 보인다. 상반기 976억원 흑자는 이에 대한 징표다. 하지만 자신의 밑그림을 채 완성하기도 전에 김 사장은 작년 7월 돌연 대우증권을 떠났다. 3년 임기를 8개월가량 남겨놓은 시점이다. 성공가도 이후 대우증권에서 겪은 ‘불운’이란 단어를 떨쳐버리지 못한 김 사장의 커리어는 향후 현대증권의 경영 성과에 따라 달라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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