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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보수로 ETF 판 흔들겠다' KB자산운용 선전포고 속내는?

  • 2021.02.02(화) 16:46

3개 대표 ETF 총보수 인하…삼성·미래에셋 양강에 도전장
'돌파구 마련' 이현승 대표 의지…치킨게임 부작용 우려도

KB자산운용이 주요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수수료를 업계 최저 수준으로 내리겠다고 선언하고 ETF 시장의 '양대 산맥'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을 향해 선전포고를 날렸다.

금융투자업계는 주식형 공모펀드 시장의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먹거리로 삼았던 대체투자마저 코로나19 사태로 여의치 않은 모습을 보이면서 KB운용이 ETF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약점으로 지적되는 상품 라인업의 보강이나 차별화 전략 없이 수수료만 낮추는 것은 제 살 깎아먹기는 물론 시장 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운용은 1일 자로 'KBSTAR200 ETF'와 'KBSTAR200 TotalReturn ETF', 'KBSTAR나스닥100 ETF' 등 3개 대표 상품의 총보수를 인하한다고 밝혔다.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KBSTAR200ETF는 연 0.045%에서 연 0.017%, KBSTAR200 TotalReturn ETF는 연 0.045%에서 연 0.012%, 해외 대표지수인 나스닥100을 추종하는 KBSTAR미국나스닥100 ETF는 연 0.07%에서 연 0.021%로 내렸다. 각 상품 동일 지수 추종 ETF 중 최저 보수다.

이들 3개 상품 보수 가운데 운용사가 가져가는 운용 보수는 연 0.001%. 펀드 규모가 1조원에 이른다고 가정할 때 운용사 몫의 수수료는 고작 1000만원에 불과하다. 사실상 무료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KB운용은 수수료 인하 계획을 내놓으면서 국내 ETF 시장이 상위 2개 운용사가 80% 가까이 과점하는 형태로 굳어져 있다며 보수 인하를 통해 업계 최저 보수 ETF 운용사로서 이미지를 구축하고 판을 흔들어 보겠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지목된 운용사는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삼성운용(53.7%)과 미래에셋운용(23.9%)의 ETF 시장 점유율 합계는 77.6%에 달한다. KB운용은 3위로 이들 2개사의 뒤를 잇고 있지만 점유율은 6.4%로 그 격차가 매우 크다. 반면 4위 한국투자신탁운용(4.6%)과는 점유율 차이가 미미하다.

KB운용은 연기금 시장 확대로 기관투자자들의 ETF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최저 보수 전략이 기관투자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현승 KB운용 대표는 "ETF 특성상 동일 지수 추종 상품 간 성과 차이가 크지 않아 장기 투자 시 저렴한 보수가 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장기투자를 해야 하는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ETF 최저 보수는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애초 ETF 최저 보수 경쟁에 불을 붙인 것은 한투운용이다. 한투운용은 지난해 8월과 10월에 각각 'KINDEX미국S&P500 ETF'와 'KINDEX미국나스닥100 ETF'를 상장하면서 보수를 세계 최저 수준(0.09%)으로 책정하고 수수료 전쟁의 서막을 알렸다. 한투운용의 수수료 인하 전략이 투자자들에게 인기몰이하면서 실제 시장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질 기미를 보이자 지난해 11월 KB운용과 미래에셋운용도 보수를 내리며 맞불을 놨다. 그런 와중에 KB운용이 또다시 보수를 추가 인하하면서 아예 업계 최저 ETF 운용사가 되겠다고 공식 선언한 것이다.

주식형 공모펀드 시장의 침체가 끝을 모르고 계속되고 주요 먹거리로 부상한 대체투자 분야의 성장마저 코로나19 여파로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동학개미운동'과 더불어 급성장하는 ETF는 자산운용업계의 희망으로 자리 잡았다. 업계는 펀드 시장에서 고전하는 KB운용이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이 '꽉' 잡고 있는 ETF 시장을 뚫기 위해 당장의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수수료 인하 카드를 내밀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본다. 

특히 이번 ETF 수수료 인하 결정은 올 들어 단독대표를 맡아 홀로 회사를 이끌어 가게 된 이현승 대표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초 이 대표는 아예 보수를 없애는 방안까지 추진했으나 실무진의 만류로 이를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만큼 KB운용을 둘러싼 상황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KB운용의 공격적인 마케팅을 두고선 평가가 엇갈린다. KB운용이 앞장서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의 양강 체제를 흔들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반면 상대적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낮고 상품 라인업이 부족한 KB운용이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 없이 수수료 인하만으로 맞섰다가는 손실만 떠안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아울러 중위권 이하 후발 ETF 운용사들의 수익성이 동반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KB운용을 필두로 상위권 운용사들이 수수료를 낮출 경우 울며 겨자 먹기로 그에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특정 운용사 중심의 시장 구조를 더 공고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ETF 관계자는 "솔직히 말해서 KB운용의 ETF 보수는 어느 운용사도 따라가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가뜩이나 수수료가 저렴한 ETF 시장을 치킨게임으로 몰아넣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런 우려와 관련해 KB운용은 모든 ETF 상품에 최저 보수를 적용하는 것은 아니라며 ETF 보수 정책은 '투트랙'으로 전개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KB운용 관계자는 "대표지수 ETF는 최저 보수를 책정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데 활용하되 테마형 ETF와 같은 차별화된 상품에는 별도의 보수 전략을 사용해 추가 수익원을 발굴할 것"이라며 "대표지수 ETF의 경우 낮은 보수를 유지해 기관들이 재간접, 로보어드바이저 등 다른 상품 포트폴리오로 활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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