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많은 서학개미들이 미국 주식을 팔고 한국시장으로 돌아왔다는 얘기가 있는데요. 정권 교체와 함께 '국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기도 하지만, 미국시장의 매력도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그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한국 투자자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닌데요. 세계 각국에서의 미국투자가 크게 줄고 있다고 합니다. 외국자본이 미국자산을 팔고 떠난다고 해서 '셀 아메리카'(Sell America)라고 불리죠.

달러는 더이상 안전하지 않다?
경제가 불확실하고 침체가 예상되면 투자자들은 주식 대신 안전자산인 채권을 사게 되는데요. 특히 기축통화인 달러로 발행하는 미국 국채는 가장 인기 있는 안전자산으로 꼽힙니다. 미국주식의 주가가 떨어지면 미국 국채 수익률이 오르는 거죠.
그런데 지난 4월은 달랐습니다. 주식도 떨어지고, 국채 가격도 하락했습니다. 미국 금융기관들이 현금확보를 위해 국채를 판 것이 원인으로 꼽혔지만 외국기관과 해외 투자자들도 미국 국채를 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결과 지난 2월과 3월 각각 2847억달러, 2543억달러의 외국인 자본이 미국시장에 순유입됐지만, 4월에는 -142억달러로 외국인자본 순유출이 발생했습니다.
미국 재무부의 5월 공식 통계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5월에 미국증시가 빠르게 회복했기 때문에 순유입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시장에서는 순유입의 폭은 2월이나 3월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요. 증시는 회복했지만 국채시장에서의 외국자본의 이탈은 계속됐기 때문이죠.트럼프, 정치도 정책도 불안하다
사람들은 셀 아메리카가 발생한 원인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찾고 있습니다. 무리한 수준의 상호관세율과 그 협상과정, 우방국에 대한 강력한 무역정책,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독립성에 대한 압박 등이 미국정부와 그 자산에 대한 신뢰를 흔들고 있으니까요.
특히 연준 의장을 해임하겠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으면서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을 가중시켰습니다.
물론 현재의 셀 아메리카는 외국인들이 미국 자산을 대량으로 매도하고 있다기 보다는 미국으로 유입되는 외국인 자금의 일부가 상당폭 줄고 있다고 하는게 더 맞는 표현일 겁니다. 여전히 미국은 강력하고, 미국을 완전히 대체할 만한 시장은 없으니까요.
예전에 미국으로 흘러들어가던 자금이 이제는 영국이나 유럽, 아시아 등 다른 시장으로 조금은 더 많이 이동하려 한다고 봐야 할 겁니다.
미국에 대한 신뢰가 약해진 만큼, 미국시장에만 과도하게 집중하기보다는 어떻게든 이를 분산할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이죠. 서학개미들이 일부라도 국장으로 돌아오고 있는 이유도 같을 겁니다. 나름의 분산투자죠.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셀 아메리카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정책의 전개 양상에 따라 하반기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짐과 동시에 다시 한번 '셀 아메리카'가 촉발될 가능성이 있다"며 "연준이 양적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가능성이 높지만, 높은 기대인플레이션과 공급측 물가리스크, 비대해진 자산으로 정책의 대응 여력은 충분치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