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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200억대 '하이즈항공'은 돈이 많아서 밸류업 공시 했나

  • 2025.04.22(화) 10:30

시가총액 기준 상향…150억원 미만 코스닥 상장사 12곳
12곳 상장사 시가총액 올려야 하지만 밸류업 공시 안 해
시총 200억대·적자 내지만 하이즈항공 1월 밸류업 공시
1523곳 코스닥 중 밸류업 공시 올린 상장사는 23곳 불과
시총 높은 알테오젠·에코프로비엠 등도 밸류업 공시 불참

"시가총액은 세계 15위인데 종목 수는 세계 5위다. 실제로는 가치가 없는 종목들이 너무 많은 거 아닙니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 후보가 가치 없는 상장종목들을 솎아 내야한다는 발언을 하면서 코스닥시장의 상장폐지 바람이 더욱 거세게 불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융당국은 한국증시 부양을 위해 지난해 2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도입했다. 상장사들이 자체적으로 올리는 밸류업 공시도 곧 시행 1년을 맞는다. 그 사이 135곳(22일 기준)이 밸류업 공시를 했다. 전체(코스피+코스닥) 2641곳의 5.1% 수준이다. 

밸류업 공시는 코스피 상장사들이 집중적으로 올렸다. 밸류업 공시를 한 135곳 가운데 코스닥 상장사는 23곳에 불과하다.  

애초 금융당국은 코스닥 상장사들의 밸류업 참여에 큰 관심이 없었다. 지난해 2월 밸류업 프로그램 초안을 공개하면서 당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어려운 기업들은 당장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제대로 기업 평가를 받지 못하고 돈도 못 버는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상당수 코스닥 상장사들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부담을 덜어줘서일까. 1752개 코스닥 상장사들 중 밸류업 공시를 한 23곳의 규모는 제각각이었다. 몇 천 억대도 있고 시가총액이 몇 백 억에 불과한 상장사도 있었다. 전반적 분위기는 오히려 시가총액이 조 단위를 넘어가는 탄탄한 코스닥 상장사들의 밸류업 공시 참여가 저조했다. 

당장 내년부터 올라가는 시가총액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기업들 역시 밸류업 공시에 무관심한 상황이다.

코스닥 상장사 12곳, 시총 150억원 충족 못해  

금융당국이 지난 1월 내놓은 상장폐지 제도개선안의 핵심은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코스닥 상장사들의 시가총액 기준을 높이는 것이다. 현행 시가총액 기준(40억원)을 단계적으로 2026년 150억원→2027년 200억원→2028년 300억원까지 강화한다.

시가총액 150억원 미만 코스닥 상장사 2024년 실적

12월 결산법인 코스닥 상장사 1523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2026년 높아지는 시가총액 기준 150억원을 충족하지 못하는 코스닥 상장사는 12곳(△오늘이엔엠 △한주에이알티 △바이온 △드래곤플라이 △광진실업 △인베니아 △파커스 △서울전자통신 △예선테크 △큐로홀딩스 △지엔코 △비케이홀딩스)이었다. 이들 상장사는 지난 4월 11일 종가를 기준으로 시가총액 150억원을 넘지 못했다.

이들은 시가총액 기준이 올라가는 내년에도 150억원 미만인 상태가 연속해 30일 이상 지속되면 관리종목에 들어간다. 관리종목 지정 후에도 연속 10일 및 누적 30일 이상 시가총액 150억원을 넘지 못하면 해당 상장사는 즉시 상장폐지된다. 시가총액 미달은 이의신청을 할 수 없는 상장폐지 사유다. 

시가총액 150억원을 넘지 못하는 12개 상장사들의 공통점은 회사가 쓰는 돈에 비해 버는 돈이 적어 적자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12개 상장사 중 10곳은 지속적으로 영업손실이 이어져오고 있고 2개 상장사는 적자로 전환했다. 

기지국 안테나, 실내자율주행로봇 등을 제조하는 오늘이엔엠은 1523개 코스닥 상장사 중 시가총액(122억원)이 가장 낮았다. 600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지난 14일 1000원대를 넘어섰지만 시가총액은 150억원을 넘기지 못했다. 회사는 2022년부터 3년째 영업손실·당기순손실(연결&별도재무제표)을 기록하고 있는 상태다. 

남는 돈(이익잉여금)이 없고 결손금만 넘쳐나 배당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오늘이엔엠이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한 건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던 지난 2014년(1주당 200원 결산배당)이 처음이자 마지막 배당이었다. 이후로 10년 가까이 배당 집행은 없었다. 

지난 3월 말 이후 주가가 1000원 미만으로 내려온 한주에이알티 역시 3년 연속 영업손실·당기순손실(연결&별도)을 기록 중이다. 회사가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한 건 지난 2016년이 마지막이다. 돈 못 벌면 밸류업 공시 의미 없다?

시가총액 150억 미만 12개 상장사들은 적자를 내고 있는 만큼 시가총액을 부양하기 위한 주주환원 정책을 쓰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밸류업=주주환원'으로 인식하는 만큼 12곳 상장사 중 한국거래소에 밸류업 공시를 올린 곳은 단 한곳도 없다. 

다만 당장 돈을 못 번다고 해서 밸류업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것이 당연시될 순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향후 경영계획을 주주들에게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의 재무구조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더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밸류업 공시에 담을 수도 있다. 오히려 이런 계획이 일회성 주주환원이 아닌 진정한 기업가치 제고 노력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수익비율(PER)·구체적 배당금액 등 정량적 지표를 제시하기 부담스럽다면 성과개선에 대한 경영진의 정성적 분석을 담아 공시를 할 수도 있다. 

밸류업 공시 올린 주요 코스닥 상장사

항공기 기체 및 부품조립 생산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는 코스닥 상장사 하이즈항공은 지난 1월 밸류업 공시를 올렸다. 이 회사는 밸류업 공시를 올린 코스닥 상장사 23곳 중 시가총액이 266억원(4월 11일 기준)으로 가장 낮다. 

회사는 거래처 다각화를 통해 연평균 매출액 13% 성장 및 별도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률을 7%까지 올려 영업실적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비영업자산 매각, 부채비율 축소를 통해 재무건전성을 강화, 적극적인 IR을 통해 주주소통을 확대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하이즈항공의 밸류업 공시에는 일반적인 밸류업 공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PBR 배수 확대, 배당 확대, 자기주식 소각 등의 내용은 없다. 

주주환원이 밸류업 공시에 없는 건 이 회사 재무실적과 연관이 있다. 하이즈항공은 지난 2020년부터 5년 연속 영업손실·당기순손실(연결)을 기록 중이다. 결손금 역시 2021년 113억원에서 2022년 235억원, 2023년 306억원, 2024년 415억원으로 지속 증가했다. 밸류업 공시를 올리기엔 부담이 큰 재무구조이다. 

그럼에도 하이즈항공은 경영개선 계획을 담은 밸류업 공시를 올렸고 주주들은 이를 호재로 받아들였다. 당장 구체적인 주주환원 계획이 있는 것이 아닌데도 경영개선계획, 적극적IR 등의 공시 내용을 주가를 신경 쓰겠다는 신호로 인식한 것이다.

10년은 지켜봐야 한다는 제약·바이오..밸류업 예외일까?

밸류업 공시를 한 코스닥 상장사 23곳 중 제약·바이오 산업군에 해당하는 곳은 △HK이노엔 △오스코텍 △노을 △엘앤씨바이오 △콜마비앤에이치 5곳이다. 이중 이미 이익을 내고 있는 3곳(HK이노엔, 엘앤씨바이오, 콜마비앤에이치)을 제외하면 오스코텍과 노을 2곳은 적자를 내고 있음에도 밸류업 공시를 올렸다. 

특히 눈에 띄는 곳은 상장한 지 이제 3년차인 노을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22년 3월 기술특례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회사는 아직도 제대로 된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상장 이후 3년 연속 영업손실‧당기순손실(연결&별도)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매출액도 16억원(별도)에 불과하다. 다행인 점은 아직 매출액 30억원 요건 면제적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노을은 지난 2월 2027년 흑자전환을 목표로 글로벌 비즈니스확대, 신규 매출계약 400억원 이상 확보 등 구체적인 성장계획을 내놨다. 기술특례상장 기업 최초로 밸류업 공시를 했다. 

2022년 상장 당시 노을은 2024년 흑자전환할 것으로 내다보고 추정이익을 바탕으로 공모가를 계산한 바 있다. 다만 당시 추정한 매출액과 이익은 실현하지 못했지만 노을은 다시 밸류업 공시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2027년 흑자전환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제시했다. 추정이익을 달성하지 못해도 모르쇠하는 여타의 기술특례기업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2007년 상장한 제약·바이오 기업 오스코텍 역시 3년 넘게 적자를 내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 2월 밸류업 공시를 올렸다. 회사는 연구개발(R&D) 역량강화, 주주환원 정책 실시, 투자자 소통 강화 등을 공시에 담았다. 

오스코텍 역시 주주환원 정책을 실시하겠다고 말한 것이지 구체적인 배당,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밝힌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밸류업 공시 이후 2만원대 후반이던 오스코텍 주가는 3만원을 넘겼다. 밸류업 공시로 시가총액 부양 효과를 본 셈이다. 

코스닥 상장사도 적극적으로 밸류업 공시해야

결과적으로 당장 시가총액 부양이 급한 150억원 미만 상장사들이 밸류업 공시를 하지 않는 것은 아쉬운 지점이다. 아울러 2028년 시가총액 기준이 300억원까지 올라가는 만큼 시가총액 300억원 기준에 아직 못 미치는 코스닥 상장사도 밸류업 노력이 필요하다. 

시가총액이 낮은 상장사뿐만 아니라 코스닥 지수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코스닥 상위 상장사 역시 밸류업 공시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밸류업 공시에 참여한 23곳 기업들 중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기업은 ISC, 오스코텍 2곳에 불과하다.  

시가총액이 20조원에 달하는 알테오젠, 10조원에 가까운 에코프로비엠, 6조원을 넘긴 HLB 3곳은 밸류업 예고공시(언제 밸류업 공시를 하겠다는 내용) 마저도 올리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코스닥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대형 상장사들의 밸류업 참여가 저조하면서 결과적으로 금융당국의 밸류업 정책은 코스닥이 소외된 채 코스피 상장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내가 투자한 상장사의 기업가치가 올라가길 바라는 마음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를 가리지 않는다. 올라가는 시가총액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코스닥 상장사뿐만 아니라 코스닥 상위 상장사들도 보다 적극적인 밸류업 참여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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