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발행주식수의 24%에 달하는 자기주식(자사주)을 보유하고 있던 태광산업이 자사주 전량을 교환사채(EB, Exchangeable Bond)로 현금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자사주 의무소각 등 주주 권리 강화 분위기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태광산업이 교환사채 발행에 나서자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 및 소수주주들은 반발하고 있다.
더욱이 태광산업은 3200억원에 달하는 교환사채 인수자를 이미 확정해 놓은 상태이지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는 이를 기재하지 않았다. 회사는 아직 발행대상자가 확정되지 않은 것처럼 "추후 확정 시 정정 공시를 하겠다"고 밝혀 놓은 상태다.
공시를 살펴보고 있는 금감원은 이번 태광산업 교환사채 발행 사례가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 금감원 기업공시서식에 따라 채권 발행대상자를 써넣어야 하지만 회사가 이를 기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태광산업 교환사채 발행 공시에 문제가 없는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3200억 교환사채..11월부터 주식교환 가능
태광산업이 지난 27일 장 마감후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린 주요사항보고서(교환사채권발행결정)를 보면 교환사채 발행 규모는 3200억원이다. 교환사채는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나 타법인 주식을 기반으로 발행하는 주식연계채권이다. 해당 교환사채를 사가는 채권자는 추후 발행 규모만큼 회사의 자사주나 타법인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다.
태광산업이 발행한 교환사채는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 27만1769주를 기반으로 발행했다. 이는 현재 태광산업 총 발행주식수의 24.41%에 달하는 물량이다. 그동안의 교환사채와 비교해도 이례적으로 큰 규모다.
해당 교환사채는 오는 11월 5일부터 태광산업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다. 즉 자사주가 사실상 유통 가능 물량으로 바뀌는 것이며 이는 주주가치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중요 정보다. 회사가 자사주로 보유해 그대로 가지고 있거나 아예 자사주를 소각한다면 일어나지 않을 주식가치 희석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대규모 교환사채, 누가 사는지 알 수 없어
문제는 누가 이 교환사채의 발행대상자인지 태광산업 주주들이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회사는 공시에서 교환사채 발행대상자를 기재하지 않았다. 대신 태광산업은 "상위 미확정 사항은 추후 확정 시 정정 공시될 예정"이라고 밝혀만 놓았다.
다만 해당 교환사채 발행대상자는 이미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1명의 단일주주나 특정 투자자들이 모여 만든 사모펀드는 아니고 일반투자자로 교환사채 발행대상자가 정해졌다"며 "교환사채 인수 주체는 그룹이나 대주주와는 상관없는 일반투자자"라고 밝혔다.
이미 인수 주체가 정해졌는데도 공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태광산업 관계자는 "무조건 발행대상자를 명시해야 한다는 공시 규정이 있다면 따랐겠지만 그게 아니기 때문에 공시 담당 부서에서 기재하지 않고 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의무적 기재가 아니기 때문에 발행 대상자를 적지 않았다는 설명이지만 태광산업 소수주주들은 깜깜이 정보에 막막한 상황이다. 오는 11월부터 주식으로 교환하면 향후 대량의 차익실현 매물이 나와 주식가치가 희석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지만 누가 이 교환사채 주인이고 차익실현을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금감원도 태광산업 교환사채 사례가 이례적이라고 보고 해당 내용을 들여다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태광산업 교환사채 발행공시는 흔한 사례가 아니라 금감원도 어떤 내용인지 들여다보고 있다"며 "공시서식에는 발행 대상자를 적도록 하고 있지만 왜 태광산업이 이를 기재하지 않았는지, 또 2대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과 등 양쪽의 의견도 들어보는 등 현 상황을 살펴 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