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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줍줍]지투파워, 상장 일정 연기된 이유

  • 2022.03.09(수) 08:00

특수관계기업이던 거래처 세부내용 투자자에 알려야
정정신고서 효력발생 미뤄지면 '중요 내용'으로 인지 

증권시장 상장을 준비하는 회사라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죠. 바로 기업의 '자기소개서'에 해당하는 '증권신고서'를 작성,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금융감독원 공시사이트에 공시하는 것인데요.

증권신고서에는 회사의 연혁, 주요 사업 내용, 매출, 특허기술 등과 함께 투자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들도 꼼꼼히 담아야 하죠. 

투자자가 투자판단을 내릴 수 있게 사전에 충분한 정보를 줘야 하기 때문에 분량이 수백페이지에 달해요. 금융감독원은 회사가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권유하기 전에 증권신고서 내용에 이상이 없는지, 중요사항을 빠트리지 않았는지 심사하죠. 

심사 과정에서 투자자가 알아야 하는데 빠진 내용이 있거나, 투자금을 모으기 위해 고의로 내용을 숨기거나 바꿀 경우 금감원이 정정요구나 정정명령을 내릴 수 있어요. 정정요구가 없더라도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정정할 부분들을 반영하기도 해요. 

이 과정을 거쳐 증권신고서의 '효력발생'이 돼야 '투자설명서'를 공시하고 투자자들에게 청약을 권유할 수 있어요. 

상장 준비 기업 <증권신고서> 제출 금감원 <증권신고서> 심사 정정요구나 정정 사항이 있으면 <[정정] 증권신고서> 제출 심사 후 이상 없이 <증권신고서> '효력발생일' 되면 <투자설명서> 제출 기업이 상장 관련 투자, 청약 권유 가능해짐 

일반투자자들은 증권신고서보다 투자설명서가 더 익숙할 텐데요. 다만 공모 일정에 임박해 나오는 투자설명서보다 증권신고서를 보는 습관을 들이는 게 더 좋을 수 있어요. 증권신고서가 먼저 나오는 만큼 기업을 들여다보는데 충분한 시간을 들일 수 있고 특히 정정 내용을 통해 어떤 부분을 주의 깊게 봐야 하는지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지투파워 '증권신고서' 정정…효력발생 15일 미뤄져

상장을 앞둔 기업이 처음 증권신고서를 낼 때 상장 관련 일정을 미리 정해 놓는데요. 금감원에서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거나 중요한 내용을 정정했을 경우 증권신고서의 효력발생일이 미뤄질 수 있어요. 

효력발생일을 미루는 건 정정된 내용을 금감원이 다시 심사하는 기간인 동시에 투자자들이 변경된 내용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기 위함이에요. 그래서 상장회사인지 아닌지, 주식인지 채권인지 등에 따라 증권신고서 효력발생기간도 달라져요.

증권신고서 효력발생기간/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주식시장 상장을 위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경우 효력발생까지 영업일 기준 15일이 걸려요. 이미 상장한 기업이 유상증자 등으로 증권신고서를 공시한 경우 이보다 짧은 10일 뒤 효력이 발생해요. 

최근 코스닥시장 상장에 도전하는 배전계통 기기 제조 기업 지투파워가 정정 증권신고서(이하 '정정신고서')를 내면서 효력발생일이 미뤄졌는데요. 지투파워는 올해 1월 26일 처음 증권신고서를 내 효력발생일이 2월 22일로 예정돼 있었어요. 하지만 효력발생 하루 전인 2월 21일 정정신고서를 내면서 이날을 기점으로 다시 15일 후인 3월 17일로 효력발생일이 미뤄졌어요. 

▷관련공시: 지투파워 2월 21일 [정정]증권신고서(지분증권)

1월 26일 지투파워 최초 증권신고서 제출 영업일 15일 후인 2월 22일 효력발생 예정 
2월 21일 정정 증권신고서 제출 효력발생 하루 앞둔 시점. 중요사항 정정으로 정정신고서 낸 2월 21일 기점으로 다시 15일 후인 3월 17일로 효력발생 미뤄져.
2월 22~23일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예정 3월 17~18일로 연기 
3월 2~3일 공모주 청약 예정  3월 22~23일로 변경

효력발생일 연기 = '중요 내용' 정정 

정정신고서를 낸다고 모두 효력발생일이 미뤄지는 건 아니에요. 단순 문구수정이나 내용 보완, 오타 등 투자판단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내용은 효력발생일이 미뤄지지 않아요. 회사가 미리 산정방법을 알리고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등으로 확정가를 정해 반영하거나 모집·매출하는 주식수를 소량 변경하는 것도 영향을 주지 않죠. 

효력발생일이 변경됐다는 건 투자자의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내용이 바뀌었다는 걸 뜻해요. 즉 투자하려는 기업의 증권신고서 효력발생일이 미뤄졌다면 정정 사항을 반드시 잘 살펴봐야 해요. 

거래처 특수관계 끊었지만…거래는 계속 

지투파워의 증권신고서 효력발생일이 미뤄진 이유는 '관계회사와의 거래 관련 위험' 정정 내용 때문이에요. 지투파워는 넥스트파워, 솔라리치, 미래엔지니어링, 신명전력, 신명전력산업, 에스엠파워텍, 와이즈컴 등을 거래처로 두고 있어요. 

이 회사들은 회사 임원이 퇴사 후 설립했거나 전 대표이사가 대표를 겸직, 또는 최대주주의 자녀·부인 등이 주식을 전량 혹은 절반 가량 보유한 전력이 있어요. 이 때문에 정상적인 경쟁이 아닌 '일감몰아주기' 같은 방법을 통해 회사가 불리한 조건에서 계약을 체결하는 등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었다는 얘기죠. 

지투파워는 상장 추진 전인 지난해 1월을 기점으로 이해관계를 모두 해소했다고 증권신고서에서 밝혔어요. 이사회를 열어 이해관계자와의 거래규정을 만들고 내부통제도 강화했죠. 다만 오랜 기간 거래를 이어온 만큼 현재도 거래를 계속하고 있어요. 

금감원은 증권신고서 내용에서 관계회사와의 이해관계를 보다 구체적으로 담아 투자자에게 알려야 한다고 봤어요. 또 관계를 청산한 이후에도 거래를 지속하고 있는 만큼 현재 거래내역과 규모 등도 포함돼야 한다고 봤어요. 특히 이 내용을 투자자가 알아야 할 중요내용으로 보고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효력발생일을 다시 산정하도록 했죠. 

지투파워와 관계회사간 거래내역 정정 사항을 간단히 정리하면, 

* 넥스트파워: 최대주주 배우자가 49% 주식보유. 2021년 1월 25일 주식 전량 매도. 이해관계 해소
* 미래엔지니어링, 신명전력, 신명전력산업, 에스엠파워텍 : 공동 대표이사를 역임하던 박기행 전 대표가 실질지배. 2020년 10월 30일 지투파워 사임으로 이해관계 해소
* 솔라리치 : 최대주주 자녀가 100% 주식보유, 사내이사 등록. 2020년 12월 21일 주식 전량 매도, 사내이사 사임으로 이해관계 해소. 창업 당시 연구인력으로 함께하던 오종인 전 상무이사가 퇴임 후 설립. 
* 와이즈컴 : 최대주주 자녀의 개인사업자명. 지투파워 군포 사무실을 와이즈컴으로부터 임차. 2020년 말 와이즈컴이 제3자로부터 매수한 동일가격으로 군포사무실을 매입. 거래 종료. 

※ 2021년 9월말 기준 거래처와 거래내역 : 매입, 기타비용 포함 28억5000만원 수준.

지투파워 측은 "지난해(2021년) 관계회사는 모두 정리했지만 (공급받는 부품, 제품의) 기술 관련해 타 업체에서 구현하지 못하는 문제들이 있어 해당 기업들과 거래를 지속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어요. 상장 시 공모자금으로 신규 공장을 세워 거래관계를 지속적으로 줄여나가겠다는 내용도 정정신고서에 담았어요. 

달라진 비교기업, 희망공모가는 그대로 

지투파워의 정정 공시 내용 가운데 또다른 중요 내용은 희망공모가를 선정할때 비교하는 기업이 달라졌다는 점이에요. 비교기업을 선정하는 것은 상장 시 기업의 가치를 매기는 공모가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데요. 

지투파워는 당초 공모가 산정을 위해 비교기업으로 △제룡전기 △서전기전 △피앤씨테크 △엘에스일렉트릭 △광명전기 5개사를 선정. 이들의 평균 PER(주가수익비율, 기업의 주가가 주당순이익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지표) 23.61배를 산출했어요. 

이를 적용한 지투파워의 주당 평가액은 1만8336원. 여기에 할인율(투자자 유치를 위해 시세보다 가격을 낮게 적용) 26.37%~10.56%를 적용해 희망공모가 1만3500원~1만6400원을 정했어요. 

하지만 비교기업이 적절한가에 대한 일부 지적이 있었어요. 지투파워에 비해 기업규모 차이가 큰 기업들이 포함됐고 특히 제룡전기는 PER 47.29배로 매우 높게 나와 평균 수치를 끌어올렸죠. 보통 PER 50배 이상인 기업은 비경상적인 수치(아웃라이어, 이상수치)로 보고 비교기업에서 제외하는데 계룡전기는 여기에 근접한 곳이었죠.  

금감원에서 비교기업과 관련해 의구심을 내비치면서 지투파워는 PER 제외 기준을 50배에서 40배로 낮추고 제룡전기, 서전기전, 피앤시테크, 엘에스일렉트릭을 제외했어요. 대신 기존의 광명전기와 함께 새로운 비교기업으로 비츠로테크를 추가 선정했어요. 비츠로테크는 정정 전 선정기준으로는 1년 내 물적분할을 추진해 비교기업 선정이 어려웠지만 지투파워가 기준을 1년에서 6개월로 낮추면서 비교기업 선정이 가능해졌어요. 

비교기업이 달라지면서 평균 PER는 23.61배에서 22.45배로 소폭 낮아졌고 지투파워의 주당 평가액도 1만8336원에서 1만7429원으로 소폭 줄었어요. 하지만 정정신고서에서 희망공모가액은 변동이 없었어요. 주당 평가액에 적용하는 할인율을 26.37%~10.56% 22.54%~5.91%로 조정했기 때문이에요. 결과적으로 비교대상 기업만 달라졌을뿐 희망공모가격은 그대로인 것인데요.

지투파워 측은 "기존 희망가가 적절하다고 판단해 할인율을 조정했다"라고 설명했어요. 상장을 주관하는 한국투자증권에서도 선정기준을 1년에서 6개월로 변경하는 것은 "규정상 문제가 없다"라고 말했어요. 

한편 이번 지투파워의 증권신고서 정정 및 효력발생 연기의 직접적인 이유는 관계회사와의 거래 관련 위험이었고, 공모가 산정과정에서 비교기업 변경은 효력발생 연기 사유는 아니었어요.

그러나 통상적으로 기술상장기업 이른바 '특례상장'기업들은 비교기업을 선정하고 희망공모가를 산출하는 것과 관련해 정정신고서를 내며 효력발생일이 미뤄지는 일들이 종종 발생해요. 

특례상장기업들은 현재 수익이 나지 않는 기업이 대부분이어서 비교기업을 상대적으로 높게 잡거나 미래 수익을 과다하게 추정하는 경우들이 많기 때문인데요. 예상수익 추정근거를 보완하라는 정정요구가 많고 이를 투자자가 알아야 할 중요한 사항이라고 보기 때문이에요. 

기술상장기업이 아닌 경우에는 특별히 효력발생일이 미뤄지는 이유나 기준을 특정하기는 어려운 경우도 있는데요. 그렇다 해도 효력발생일이 미뤄진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변경(정정) 사항이 있고 투자자가 인지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인 만큼 이를 일종의 '경고음'으로 보고 공모 청약 전 정정 내용을 꼼꼼히 파악하는게 필요하다는 점 잊지 마세요. 

금감원 관계자도 "금감원 정정요구 사항인지 자체 정정사항인지는 기업이 속한 산업이나 환경, 시기 등에 따라 차이가 발생할 수 있지만, 효력발생일이 미뤄진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정정 내용임을 인지해야 한다"라고 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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