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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도 비상장 벤처에 투자하는 'BDC' 도입…국회서 '제동'

  • 2023.03.15(수) 16:19

국회, 소비자보호 및 이해상충 방지 대책 등 미흡 지적
벤처기업 자금조달 통로 다양화 장점에도.. 산적한 쟁점

정부가 자본시장의 민간 자본을 모험자본으로 끌어오기 위해 추진 중인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Business Development Company)' 도입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BDC를 도입하면 비상장 벤처·혁신기업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접근성이 좋아지고, 벤처기업의 자금조달 통로도 다양화할 수 있지만, 그만큼 투자시 위험성도 높아 소비자 보호를 비롯한 각종 쟁점이 만만치 않은 탓이다.

법안을 심사중인 국회에서는 BDC 도입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추가적인 논의와 점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전문투자자 영역이었던 사모펀드를 일반투자자 영역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사모펀드 사태'를 겪은 만큼 BDC 도입 과정에서도 소비자보호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BDC(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 개념도/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BDC는 공모를 통해 개인투자자로부터 투자금을 모아서 유망한 비상장 벤처기업,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상장 폐쇄형 공모펀드다. 정부가 제출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따르면 자산 총액의 40%를 넘어서는 자금을 벤처·혁신기업에 투자하고, 금융기관 차입을 통해 비상장기업에 금전 대여도 할 수 있다. 

기업이 성장하기까지 자금을 빼기 어려운 벤처투자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상장을 통해 환금성도 높였다. 분산투자를 위해 개별 기업에 자산총액의 20% 이내로 투자해야 하고 지분투자는 50%를 넘지 못한다. 유동성 관리와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투자자산의 10%는 국채 등 안전자산에 투자해야한다.

현재 우리나라 벤처기업 자금조달 통로는 정책지원이 64.1%(2020년 중소벤처기업부 발표 기준)에 달한다. 은행 등 일반금융에서 조달하는 규모는 28.2%에 그치고 있다. 벤처기업 평균 지분구조만 따져보면 개인투자자 비중은 4.7%로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벤처기업 자금 조달에 정책금융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지만, 최근 정부가 중소벤처기업부와 벤처성장금융 예산을 크게 줄이면서 벤처기업들이 자금줄이 말라 혹한기를 보내고 있다. BDC 도입으로 자금조달 통로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국회에서도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민간을 통한 자금조달 필요성을 인정하는 입장이다. 다만 전문적인 투자영역을 일반투자자로 넓히는 방식인데다 기존에 없던 제도인 만큼 부작용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신중론이 대두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 소비자보호·이해상충 방지 미흡 지적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은 최근 법안심사소위에서 "사모펀드 사태로 국민들의 시각이 달라졌다"면서 "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증권사, 자산운용사, 벤처캐피털)가 사모펀드, 벤처펀드, BDC를 동시에 운용할 경우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해 피해가 개인투자자들에게 전가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은 "운용과 판매사 간의 이해상충 문제 발생시 이를 어떻게 방지하고 또 상장후 일반 투자자들에게 어떻게 공시해서 알릴지에 대한 핵심 논의가 빠져있다"면서 정부에 해결 방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또 법상 총 자산의 40% 이상을 벤처기업에 투자하도록 한 조항이 제도 도입 취지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지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부가 내놓은 숫자의 근거나 시뮬레이션이 부족해 차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의 보호장치가 미흡하다는 의원들의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위험성이 높은 비상장기업에 투자하는 만큼 펀드 운용사가 유망한 기업을 골라내고 기업의 위험요소들을 파악해 투자자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 전문적인 역량을 갖추었는지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내부통제 등 자금을 관리하는 역략은 증권사를 비롯한 투자회사가 높지만, 벤처투자 전문성은 벤처캐피털이 높은데 BDC는 이 두 역량이 모두 필요하다"면서 "각각 전문성이 떨어지는 부분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이나 시스템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금대여 등 다른 쟁점도…연내 시행 쉽지 않아

BDC는 기존 증권형 공모펀드에는 없던 차입과 자금 대여가 가능한 점도 국회 통과를 늦추는 쟁점이다. 

BDC는 폐쇄형 공모펀드로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추가 자금 조달이 어려운 문제가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BDC가 금융기관으로부터 총자산의 100%까지 자금을 빌려서, 투자기업에 이자를 받고 다시 빌려줄 수 있도록 했다.

담보가치가 낮은 초기 벤처기업들은 일반 시중은행 대출이 어렵기 때문에 성장 마중물 마련을 위해 BDC가 추가 자금 공급을 대신한다는 취지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벤처기업에 대한 자금 대여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초기 성장기업들은 자본금이 낮아 지분투자만으로는 필요한 규모의 자금수혈이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지분 희석을 우려한 창업자들이 지분투자보다 대출을 선호하는 것도 한 이유로 꼽힌다. 

따라서 BDC를 통한 벤처기업의 자금지원은 지분투자와 대금대여를 합한 구조의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국회에서는 금융투자업계에 사실상 은행의 여신 기능을 우회해 열어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의원은 "BDC의 금전 대여는 은행업라이선스를 우회하는 것일 수 있다"면서 "은행처럼 대출을 하려면 회수 가능성 여부나 심사 시스템을 갖추는 등 더 엄격하게 운영돼야 하며 현재 법안으로는 대여 기능을 넣기에 불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DBC가 '공모펀드'의 틀을 가진 가진 만큼 기존 펀드 대비 위험성이 매우 높은 투자이며 수익이 나기까지 장기간이 필요한 장기투자 상품이라는 차별점을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인식시킬 수 있는가의 문제도 지적됐다. 

벤처기업 투자는 이를 전문으로 하는 벤처캐피털 조차도 10곳의 벤처기업에 투자해 7~8곳은 실패하고 1~2곳의 성공으로 큰 수익을 내는 고위험 투자다.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참여하면, 제2의 사모펀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수익을 내기까지 장기간 투자자들을 묶어놓을 수 있는 세제혜택 도입도 차후 과제로 남는다. 법안이 통과하지 않은 만큼 세제혜택 관련 논의는 아직 시작도 하지 못한 상태다. 

새로운 투자 수단이 생긴다는 점에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신기술금융사와 벤처캐피탈 등 40여곳에서 BDC 참여 의사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금융위는 BDC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개별 펀드당 300억원 규모로 총 2조원 이상의 모험자본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벤처기업들의 자금줄이 말라 민간 모험자본을 통한 자금지원이 시급하다"며 "법안의 빠른 통과가 필요한데 현재 관련 쟁점이 너무 많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BDC 법안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법안 공포 후 6개월 후 시행한다. 다만 올해 상반기 내 법안이 통과하지 못할 경우 연내 시행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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