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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부동산 공모펀드, 연이은 환매 연기…묶인 투자금 어쩌나

  • 2023.09.22(금) 10:00

이탈리아·독일 부동산에 투자한 펀드 손실위험
대부분 에쿼티 형태로 투자, 변제순위에서 밀려

국내 운용사가 조성한 해외부동산 공모펀드가 줄줄이 환매를 연기하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의 독일 트리아논펀드에 이어 한국리얼에셋운용이 조성한 이탈리아 밀라노펀드도 만기연장을 위한 수익자 총회를 열기로 했다. 문제는 대부분 에쿼티(지분투자) 형태로 변제순위가 낮다는 것이다. 환매를 위한 리파이낸싱이나 자산매각이 더뎌질 경우, 개인투자자들이 원금 손실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만기 앞두고 매각 난항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은 지난 19일 밀라노부동산투자신탁1호의 수익자총회 개최한다고 공시했다. 만기를 기존 5년에서 8년으로 연장하기 위한 목적이다. 2019년 2월 설정한 이 펀드의 만기는 2024년 2월이며, 투자금 규모는 545억원이다.

만기를 연장하기로 한 건 시장침체와 금리상승으로 매각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탓이다.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은 5~8월 운용보고서를 통해 "펀드만기인 2024년 2월까지 자산매각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만약 자산매각이 불발돼 펀드 만기를 연장할 경우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투자심리가 살아나는 적절한 시기에 자산을 매각해 펀드를 청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당 상품은 이탈리아 밀라노에 위치한 피렐리 R&D센터에 최종적으로 투자한다. 구조를 살펴보면 건물 지분 100% 보유한 룩셈부르크 특수목적법인(SPC)의 우선주와 보통주를 담고 있는 에쿼티 형태다. 

실제로 금리인상과 해외부동산 거래 침체로 손실 위기에 처한 공모형 해외부동산 펀드는 에쿼티 형태로 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앞서 손실 위험이 불거진 이지스자산운용의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 역시 에쿼티 형태다. 룩셈부르크 SPC 2곳을 통해 독일 트리아논 빌딩을 보유한 현지 SPC에 간접 투자하는 구조다. 최종 투자자산인 트리아논 빌딩은 주요 임차인인 데카방크가 중도 퇴거를 결정하면서 자산가치가 폭락했다.

자산운용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리파이낸싱 의사를 표시한 대주 측에선 추가출자를 요구하고 있다. 다만, 이미 상당자금이 해당 펀드에 묶여있는 수익자를 설득에 난항을 겪고있다. 이지스운용은 내달 만기연장을 위한 수익자 총회를 열 계획이다. 

내년 신탁계약이 만료되는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의 벨기에코어오피스부동산투자신탁 2호도 유사한 형태다. 이 상품은 영국 SPC의 지분을 담고 있는데, 이 SPC는 룩셈부르크 SPC 2곳을 거쳐 벨기에 투아종도르 건물의 99년 장기임차권에 투자하는 회사다.

이 펀드는 지난 4월말부터 자산 감정가가 가파르게 하락해 담보대출비율(LTV) 준수비율을 초과했다. 운용사는 올해 하반기 매각 자문사 선정, 건물환경등급 개선, 잔여임차기간 연장 완료 후 자산매각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 펀드는 2019년 6월 설정돼 내년 6월 만기에 이르며, 그때까지 매각을 완료하지 못할 경우 자산 처분을 위해 만기연장을 검토해야 한다.

에쿼티 구조 대다수, 만기 임박 건에 이목

에쿼티 투자의 가장 큰 문제는 구조상 자산가치 하락으로 채무불이행(EOD) 요건에 해당할 경우 먼저 손실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지분투자는 최우선적으로 손실을 부담하며, 현지은행의 선순위 담보대출을 끼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 변제순위에서 선순위에 비해 밀린다. 만일 담보권을 쥔 대주단이 강제로 자산을 헐값에 매각할 경우, 투자금을 건질 가능성은 낮아진다. 

국내에서 해외부동산펀드가 활발하게 조성된 2018~2019년 당시 에쿼티 형태로 상품을 짠 이유는 높은 투자수익률 때문이다. 해외 대체자산 투자 초기로 국내 금융사들의 이해도가 낮은 점도 한몫했다. 

따라서 내년 신탁계약 기한이 만료되는 해외부동산펀드가 대폭 늘어날 전망인 가운데, 개인투자자 피해 규모도 커질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해외부동산펀드 설정액은 2조3243억원으로 집계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모에 비해 공모로 설정된 규모는 크지 않다"면서도 "투자자 수가 많고, 개인이 많다보니 살펴볼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부동산 투자건의 경우 3개월 이상 이자 지급이 연기된 채권은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된다"며 "반면 해외는 수익증권 형태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사실상 만기까지 손실을 추정하긴 어려워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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