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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가 선물옵션이야?…'하이닉스 레버리지'에 기묘한 일이 생긴 이유

  • 2026.06.09(화) 16:07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8일 급등 9일 급락 '출렁출렁'
8일 SK하이닉스 하락했는데도 급등하면서 괴리율 86%까지 치솟아
단일가매매 시간대에 높은 호가 대량 주문 들어오면서 시장가 왜곡

기묘한 현상이다.

지난 8일 SK하이닉스 주가가 7.7%가량 급락했는데, 이 회사 주가 변동률을 2배로 추종하는 한국투자신탁운용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ETF는 49.7% 급등했다. 그리고 9일 시장에선 SK하이닉스 주가가 급등하는데도 이 상품의 가격은 35% 이상 급락했다. 

▷관련 기사: 하이닉스 8% 급락했는데 '한투 레버리지 ETF' 50% 폭등...무슨 일? (6월8일)

변동성으로만 따지면 선물옵션 못지않은 수준이다. 출발점은 8일 장 마감 직전의 단일가매매 시간대에 높은 호가의 대량 매매 주문이 겹치면서 생긴 일이다.

그러나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비롯한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투자 위험성이 커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단일가매매 제도의 맹점에서 기인한 문제인 만큼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일어날 리스크가 잠복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ETF 운용사가 유동성공급자(LP)와 협력해 단일가매매 시간대라 해도 발 빠른 대응에 나서야 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의 9일 오전 가격 변동 현황/사진=네이버 주식 화면 캡처

단일가매매 시간대에 LP가 호가 제출 의무 면제인 까닭

이번 문제가 발생한 이유를 알려면 먼저 ETF 구조부터 파악해야 한다. ETF 가격은 둘로 나뉜다. 하나는 투자자가 ETF를 거래소에서 주식처럼 사고팔 때의 가격인 시장가다. 나머지는 ETF가 편입한 기초자산의 실제 가치인 순자산가치(NAV)다.

시장가와 순자산가치 차이를 괴리율로 부른다. 특정 시점에 매수자나 매도자가 몰리면 시장가가 순자산가치보다 높아지거나 낮아지면서 괴리율이 벌어진다. 시장가는 보통 순자산가치 수준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괴리율이 높았을 때 ETF를 산 투자자는 나중에 손실을 보기 쉽다.

이런 상황에 대응하는 존재가 LP다. LP는 보통 대형 증권사이며 거래소에서 ETF를 직접 사고팔면서 순자산가치에 가까운 수준의 호가(고객 주문에 따른 매수·매도 가격)를 의무적으로 제시하는 방식으로 괴리율이 벌어지는 것을 막는다.

그런데 거래소 규정상 LP는 장 시작 전후인 오전 8시 30분~9시 5분, 장 마감 직전인 오후 3시 20분~30분까지는 호가 제출 의무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

장 시작 전후나 장 마감 직전은 보통 주식 거래가 급증하기 때문에 거래소는 호가와 수량 주문을 모아서 그 시간대가 끝날 때 단일가로 체결한다. 이 시간대를 단일가매매 혹은 동시호가로 부른다. 

이때 LP가 손실을 지나치게 보는 것을 막기 위해 호가 제출 의무 면제가 생겼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장 시작 전후나 장 마감 직전은 주식 거래가 급증하면서 변동성이 커지는데 이때도 LP가 매수·매도 호가를 의무 제출하면 막대한 손실을 볼 가능성이 생긴다”며 “이런 위험성을 헤지(회피)할 수 있도록 호가 제출 의무 면제 시간대로 지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의 8일 가격 변동 현황/사진=네이버 주식 화면 캡처

‘ACE SK하이닉스레버리지’는 왜 거꾸로 갔을까

지난 8일 장 마감 직전으로 다시 돌아가보자.

장 마감 직전 단일가매매가 이뤄지면서 LP가 호가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대에 한투운용의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매매가 급증했다. 시장가가 빠르게 변동하자 변동성완화장치(VI)가 발동하면서 장 마감 직후인 오후 3시 32분까지 거래가 이어졌다.

변동성완화장치는 특정 종목 가격이 단시간에 급변할 때 2분 동안 단일가매매로 전환하는 장치다. 장 마감 직전처럼 이미 단일가매매 시간대에 발동하면 2분을 연장하는 방식이다. 이때도 거래소는 호가와 수량 주문을 모두 모은 뒤 특정 가격인 단일가로 결정해 처리한다.

단일가매매 시간대가 끝날 때 거래소는 거래를 가장 많이 체결할 수 있는 가격으로 단일가를 결정한다. 예를 들어 ETF 순자산가치가 1만6000원이라 해도 그 시간대에 ETF 좌를 대규모로 매수 혹은 매도 주문한 투자자가 호가를 3만원으로 제시했다면 단일가는 3만원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8일 오후 3시 20분 이후 어떤 투자자가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를 순자산가치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대규모로 주문을 넣었다는 것이다. 이 주문을 반영한 시장가는 3만원으로 치솟았다. 이는 당시 추정 순자산가치 1만6164원보다 86%가량 높은 비정상적 가격이다.

이 상황에서 다른 투자자가 8일 오후 3시 20~32분에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를 지정가가 아닌 시장가로 매수 주문을 하면, 이 상품을 꼼짝없이 3만원에 사야했던 것이다. 9일 시장에서는 기초자산인 SK하이닉스의 주가가 급등한 반면 해당 상품은 급락했다. 괴리율 축소의 과정이었다.

단일가 시간대 ETF 매매 피해야...운용사도 모니터링 강화 필요

단일가매매 제도의 맹점 때문에 벌어진 문제이지만, 투자자가 거래소나 ETF 운용사로부터 보상을 받기는 힘들어 보인다. 결국 투자자가 이런 문제를 피하려면 ETF 상품 구조에 대한 정보를 확실하게 파악하고, 단일가매매 시간대에는 ETF 매매를 하지 않는 쪽이 좋은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소나 운용사에서 정보 제공을 더 잘했다면 좋았겠지만, LP의 호가 제출 의무 면제 시간대에 투자자의 의지로 ETF를 샀다면 원칙적으로는 투자자의 책임이 제일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ETF 운용사 입장에서는 괴리율 관리를 잘 해야 한다는 책임이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이번에 유독 진땀을 뺐지만, 다른 운용사들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상장 이후 괴리율이 너무 높다는 문제 제기를 받곤 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LP와 협조를 강화해 장 시작 전후나 장 마감 직전의 모니터링을 더 촘촘하게 실시할 예정이다. 이번처럼 시장가보다 지나치게 높은 대규모 매매 주문이 들어오면 정보를 LP와 바로 공유하고 호가 제출 의무 면제 시간대여도 LP가 호가를 제시해 시장가 왜곡을 막도록 요청하겠다는 것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LP와 유기적 협조를 통해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할 것”이라며 “LP 측에도 앞으로 단일매매가 시간대라 해도 비정상적인 매매 주문이 들어온다면 더 긴밀하게 대응할 것을 요구하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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