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노동조합이 모기업 네이버를 상대로 통합교섭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계열사의 근로 조건을 결정할 권한은 본사에 집중돼 있지만 법인별로 교섭하는 현재의 구조에서는 실질적인 근로 조건 개선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또 네이버는 본사와 계열사 노동자들이 하나의 노조로 구성된 만큼 교섭 구조도 이에 맞게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1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IT 업종 통합교섭구조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IT 기업에서 발생하는 본사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로 인한 법인별 교섭의 한계를 짚고 통합 교섭의 필요성을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발제를 맡은 오세윤 화섬노조 IT위원회 위원장 겸 네이버 지회장은 "사실상 본사가 모든 중요한 결정을 하고 있는데도 자회사의 교섭 창구는 자회사 대표로만 한정돼 있다"며 "권한도 없는 자회사 대표와 교섭해야 하는 구조에서 노동자들이 실질적인 노동권을 보장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실질적인 근로조건 결정 권한은 모회사에 집중돼 있고 노조는 이미 모회사와 자회사를 통합한 형태"라며 "실제 구조와 법인별 교섭 구조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노사 통합 교섭이 더욱 합리적이고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네이버지회는 지난 2018년 출범 당시부터 본사와 계열사 노동자를 포괄하는 통합노조 형태로 조직됐다. 현재 28개 법인에서 약 6200명의 조합원이 하나의 지회에 속해 있다. 그러나 교섭은 여전히 각 법인을 상대로 개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는 "매년 교섭 시즌이 되면 본사 합의가 나오기 전까지 다른 법인들은 사측안조차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형식적으로는 개별 교섭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네이버 본사의 결정이 다른 법인 교섭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법인별로 비슷한 내용의 교섭을 반복하면서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발생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단체협약을 체결했거나 교섭을 진행 중인 곳은 16개 법인으로, 네이버지회는 이들 법인과 각각 임금교섭을 진행해야 한다.
오 지회장은 "연간 150회의 교섭이 열리고 100명이 넘는 노사 양측 교섭위원이 연 1000시간 이상을 교섭에 쏟고 있다"며 "내용은 대부분 동일한데 굳이 쓰지 않아도 될 비용과 시간이 낭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이 여러 자회사와 계열사로 분화하는 등 조직 구조가 달라진 만큼 교섭 구조도 이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권오성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조합 관련 규범 체계는 단일 기업 체계에 맞춰 만들어졌다"며 "교섭 상대방은 하나이고 상대방과 모든 것을 논의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만들어진 체계가 현황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카카오, 네이버 등 IT 기업들은 회사 분할 등을 통해 사업부 하나를 별도 회사로 만들고 사람들을 전직시키면서 위험을 분산하지만 기업 기능은 통합적으로 운영한다"며 "100% 자회사 같은 경우에는 대표이사도 쉽게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직접적으로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노동조합이 교섭할 때만 법인격이 다르다는 이유로 교섭을 거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형식적인 법인격이 노동3권, 특히 단체교섭권 행사를 가로막는 방패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업 집단 하나를 사용자로 봐서 모든 책임을 귀속시키자는 얘기가 아니다"라며 "자회사나 손자 회사 등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지배 기업과의 교섭을 묶어내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