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주공1단지(반포 디에이치 클래스트)가 재건축 사업 속도를 내려 하고 있다. 반포래미안퍼스티지(반포주공2단지)와 반포자이(반포주공3단지)를 뛰어넘을 것으로 평가되는 '한강변 최대 재건축' 단지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조합은 시공사의 공사비 증액에 대응하려고 협상단을 모집하고 있다. 인근 3주구는 이미 공사비를 높여 착공했다.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최근 "현대건설과 공사비 협상 및 공사비 계약 변경을 위해 조합원 협상단을 오는 29일까지 모집한다"는 내용의 문자를 조합원들에게 발송했다.
협상단은 '건축·구조 등 분야 현장경험과 전문지식을 갖춘 10인 이내'로 구성될 예정이다. 이들은 공사비 변경 계약에 대한 자문 및 협상을 맡는다.
신청 대상은 대표조합원 또는 공동소유자 가운데 건설전문자격이나 기술사 자격을 취득한 후 공동주택 분야에 10년 이상 실무경험이 있는 사람이다. 이와 동등한 전문지식과 실무경험이 있다고 조합장이 인정하는 경우에도 신청 가능하다.
3.3㎡ 공사비 2017년 541만원→2024년엔?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은 서초구 반포동 810번지 일대에 지상 최고 35층, 50개동, 5388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조합은 2017년 입찰 공고를 내고 현대건설을 공동사업시행 건설업자로 선정했다. 당시 공사비 예정가격은 약 2조6411억원으로 평(3.3㎡)당 541만원 수준이었다. 이주비와 중도금 대출까지 더한 총 사업비는 10조원 규모로 알려졌다.
조합은 2017년 12월27일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해 2018년 부활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적용을 가까스로 피했다. 2021년 이주를 마치고 철거까지 했지만 착공은 계속 미뤄졌다. 박원순 서울시장 집권 당시 적용됐던 '35층 룰'이 오세훈 시장 당선 이후 삭제되자 최고층을 49층까지 높이자는 논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올해 5월16일 열린 조합정기총회에서 49층 설계변경 안건이 부결됐다. 35층을 유지하게 된 것이다. 층수를 높이면 사업비가 추가될 뿐만 아니라 정비계획부터 새로 절차를 밟아야 해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조합 관계자는 "층수가 문제가 아니다. 이주비 대출 이자가 많이 나가니 빨리 지어 입주하자는 의견이 많았다"며 "한강뷰를 더 확보하기 위한 사업시행변경(8월31일)을 추진했고 이에 대한 서울시 구조·굴토심의가 이번주 통과할 것 같다. 내년 3월 착공, 2027년 11월 입주가 목표"라고 말했다.
조합은 착공을 3개월 남짓 앞두고 공사비 협상에 나섰다. 주거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재건축·재개발 평균 공사비는 3.3㎡당 673만원으로 2년 전(528만7000원) 대비 27.3% 상승했다. 전국적으로도 3.3㎡ 480만3000원에서 606만5000원으로 26.3% 올랐다. ▷관련기사: "공사비 이렇게나 올랐다고?"…'물가변동 배제특약' 논란(12월6일)
조합 측은 "현대건설에 공사비를 제시하라고 했으니 (답변이) 곧 올 것"이라며 "시공사 제안을 협상단이 검토한 뒤 한국부동산원에 적정성 검증을 의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비 증액이 논의된다는 건 착공이 임박했다고까지 표현하긴 어렵더라도 재정비 움직임이 있다는 정도로는 볼 수 있다"며 "강남권은 사업성이 높아 큰 갈등 없이 수월하게 진행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조합 임원 또는 협상단이 다른 사업장 계약서와 비교하며 독소조항을 찾아내는 일을 한다"며 "강남권은 요구사항이 많아 공사비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인사이드 스토리]공사비 계속 오르면 주택시장엔 무슨 일이?(11월18일)
3주구는 45% 증액…재초환 부담은 줄었다
같은 반포주공1단지지만 먼저 가는 곳도 있다. 한강변에 위치한 1·2·4주구와 달리 3주구는 구반포역 너머 반포천과 인접했다. 이미 올해 3월 착공신고를 마친 뒤 공사가 진행 중이다. 반포아파트 3주구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오는 28일 임시총회를 열고 조합원과 협력사를 대상으로 공사 현장도 공개한다.
서초구 반포동 1109번지 일대에 자리한 반포아파트(3주구)는 지상 최고 35층, 17개동, 2091가구로 재탄생한다. 조합은 2020년 입찰을 통해 삼성물산 건설부문에 시공을 맡겼다. 당시 예정 공사비는 약 8087억원, 평(3.3㎡)당 541만원으로 책정됐다.
이 단지 조합은 착공에 앞서 진행된 시공사와의 공사비 협상에서 3661억원 증액에 합의했다. 총 공사비는 1조1748억원, 평당 공사비는 786만원 수준이다. 기존보다 45.2% 높아졌다.
이 재건축 단지 노사신 조합장은 조합원에게 보낸 문자를 통해 "다른 조합들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유찰이 거듭되거나 이미 착공한 현장도 공사비 인상 문제로 공사가 중단되는 등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하지만 우리 조합은 3월 착공해 현재 아파트 기초 파일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서울 웬만한 곳은 평당 공사비가 700만~800만원 수준까지 올랐다. 700만원대 입찰에도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고 유찰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며 "기존에 적자 수주한 곳들도 착공 전 막판에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고 봤다. ▷관련기사: '노른자' 입지?···찬 바람 불자 몸 사리는 건설사들
3주구 사업의 쟁점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이었다. 2021년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3주구는 가구당 4억200만원, 총 5966억원 상당의 재건축 부담금을 통보받았다.
하지만 이달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재초환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부담을 다소 덜었다. 개정안은 부담금 면제 구간을 8000만원까지 늘리는 게 골자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실 분석에 따르면 3주구의 부담금 예상액은 3억4700만원으로 감소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