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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이렇게나 올랐다고?"…'물가변동 배제특약' 논란

  • 2023.12.06(수) 18:18

건설사-시행사 갈등…물가 반영 '뜨거운 감자'
"건설공사비지수 적용해야" 목소리도

물가와 원자재 가격이 뛰어 공사비가 급등한 가운데 시공사와 발주처간 공사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건설공사비지수를 반영해 공사비 수준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사업 시행자는 계약을 근거로 이를 거부하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개정한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지 주목된다.

6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는 대한상사중재원과 대한건설협회가 주최한 '민간건설공사 인프라개선 세미나'가 개최됐다. /사진=김진수 기자

건설업계에 따르면 경기 안양물류센터 재건축 사업을 시공한 DL건설은 최근 발주처인 LF그룹에 400억원의 공사비 증액분 지급을 요구하는 집회에 나섰다. 쌍용건설도 KT 판교 신사옥의 추가 공사비 171억원을 요구하며 KT와 마찰을 빚고 있다. 이같은 갈등의 원인은 계약 후 물가가 올라도 공사비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물가변동 배제특약'이다.

6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는 대한상사중재원과 대한건설협회가 주최한 '민간건설공사 인프라개선 세미나'가 개최됐다. 국토부는 지난 8월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를 개정해 민간공사 계약의 물가변동 세부기준을 구체화하고 공공과 마찬가지로 품목 및 지수조정률을 판단지표로 제시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기원)이 발표한 연간 건설공사비 지수 상승률은 2020년 3.8%에서 2021년 14.0%로 급등했다. 지난해(7.0%)와 올해 9월(3.4%)도 공사비 상승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제값 못받으면 부실시공 우려" VS "물가하락하면 공사비 깎나"

건설사는 건설공사비지수에 따라 물가변동을 계약에 반영해 적정한 공사비를 책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사업을 발주하는 시행사 측에서는 공사비 증액보다 시급한 건 발주처와 시공사간 신뢰 회복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김형욱 SK에코플랜트 부장은 "국토부가 개정한 표준계약서를 사용하게 되면 건설공사에 대한 적정한 대가를 지급받고 공사비 갈등에 따른 사업 지연을 개선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면서도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대부분 설정되는 상황에서 발주자가 표준계약서를 활용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부장은 "원사업자인 건설사가 적정한 도급비용을 보장받지 못하면 하도급 체불이나 부실시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현장에서 생소해하는 품목 또는 지수조정률보다는 건설공사비지수를 반영하고 표준계약서 사용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제도 정착을 위한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진 한국부동산개발협회 정책연구실장은 "최근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회원사들로부터 '시공사가 공사비를 두배 올려달라고 한다'는 식의 토로를 많이 접했다"며 "표준계약서를 활용하면 앞으로는 준공 시점에 이런 분쟁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어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표준계약서 활용을 독려하기 위한 인센티브로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료율을 인하하거나, 공공택지 사업 공모 과정에서 표준계약서 사용이력 업체에게 가점을 부여한다면 실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제언했다.

다만 이 실장은 "시공사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공사비 증액을 요구해왔는데 반대로 원자재 가격이 하락했을 때 공사비를 감액한 사례는 찾지 못했다"며 "물가상승을 반영하되 공사원가를 투명하게 밝히고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증액하는 게 바람직하다. 발주처와 시공사의 입장이 대립하는 점이 있더라도 상생의 마음으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6일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는 대한상사중재원과 대한건설협회가 주최한 '민간건설공사 인프라개선 세미나'가 개최됐다. /사진=김진수 기자

"품목 및 지수조정률 대신에 건설공사비지수 적용 바람직"

오정면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최근 2~3년새 건설공사비지수가 30%가량 급등하면서 건설사들이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있는 현장이면 아예 안 들어가는 모습"이라며 "앞으로는 물가변동을 계약에 반영하는 게 활성화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은재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은 "물가변동을 시공사가 알아서 입찰금액에 반영하게 되면 물가에 대한 불확실성을 누가 지느냐 하는 과제가 있다"며 "품목 및 지수조정률의 대안으로 건설공사비지수를 적용해 현장실무자가 물가변동을 손쉽게 산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김효석 국토부 건설정책과 사무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 등을 계약 당시에 예견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안전과 품질을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공사비가 확보돼야 하는 만큼 물가변동을 일정 부분 반영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공사비 조정에 있어 건설공사비지수 적용을 검토했으나 소비자물가지수 등 공공기관이 산출한 지수와 비교시 압도적으로 높게 나와 예산 문제가 있다"며 "공공공사부터 건설공사비지수를 포함할 수 있도록 국토부가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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