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운전자가 주유소에서 휘발유 5만원 어치를 넣으면 부가가치세를 얼마나 낼까. 신용카드로 결제한 영수증에는 부가가치세 4545만원이 찍힌다. 실제 운전자가 구입한 휘발유는 4만5455원 어치고 나머지는 세금으로 국세청에 납부한다는 의미다.
이 부가세는 주유소에서 다른 운전자들로부터 받은 세금들을 모아 분기에 한번씩 세무서에 신고한다. 만약 주유소가 다른 매출을 조작해서 부가세를 적게 낸다면, 소비자나 국세청 모두 피해를 입게 된다.
이런 전형적인 세금 탈루를 막기 위해 아예 신용카드사가 소비자로부터 부가세를 대신 받아서 국세청에 납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일단 주점이나 주유소부터 부가세 대리징수 제도를 도입할 예정인데, 연평균 세수효과는 3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범죄를 저지른 세무사들에 대한 처벌은 더욱 강화된다. 현재 공인회계사나 변호사에 비해 세무사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있는데, 최소한 타 자격사 수준으로 처벌 수위를 맞추자는 것이다. 사정이 어려운 납세자들을 위한 세무사들의 무료상담도 늘어날 전망이다.
국세행정개혁위원회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0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2015년 국세행정포럼'을 열어 공정하고 투명한 세정을 구현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고 밝혔다.
이날 포럼에선 각계 전문가들이 국세행정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정지선 서울시립대 교수는 "부가세는 거래징수제도의 한계로 인해 사업자가 징수한 세금을 탈루하면 국고가 일실되는 문제가 있다"며 신용카드사를 통한 부가세 대리징수 방안을 내놨다.
여신금융협회에 등록된 신용카드사가 사업자로부터 부가세를 원천징수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국세청과 카드사의 시스템을 연계해 사업자가 부담한 매입세액을 실시간으로 정산하는 것이다. 다만 사업자의 현금유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조기환급 제도를 적용하고, 세액공제 혜택도 부여하기로 했다.
우선 카드매출 비중이 높고 부가세 탈루가 빈번한 주점과 주유소에서 시행한 후, 시행효과를 감안해 점차 업종을 확대하자는 방침이다. 정 교수는 "현금사용 유도를 방지하기 위해 카드사용에 대한 유인과 처벌규정도 함께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비상장주식 평가, 세무대리인 책임강화 방안 등도 제시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최승재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연구원장은 세법상 비상장주식 평가가액의 객관성을 높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현재 상속증여세법에서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산식규정방식'에서 벗어나 평가규정을 세분화하고 가중치도 다양하게 바꿔보자는 것이다.
비상장회사의 수익가치를 산정할 때도 과거 3년간의 실현수익을 미래예상수익으로 바꾸고, 지배주주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주주 지배력에 따라 차등 평가하는 방안도 나왔다. 주식에 대한 감정평가를 도입하는 등 시장의 가치평가도 확대하자는 의견이다.
세무대리인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금품수수와 중개, 횡령에 대한 처벌을 공인회계사와 변호사처럼 5년 이하 징역으로 올리고, 세무사등록이 취소된 후 재등록 제한 기간도 3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내용이다.
영사납세자지원단과 무료세무상담에 더 많은 세무대리인이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국선대리인에 참여하는 세무사에겐 징계 양형을 깎아주는 방안도 도입된다. 전규안 숭실대 교수는 "세무대리인이 역할과 책임을 다하도록 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며 "불성실신고를 유도한 납세자를 가중 처벌하고 국세청이 보유한 납세자의 과세정보는 세무대리인에게 최대한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임환수 국세청장은 "현재 국세청은 본연의 임무인 세입예산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고 탈세를 근절하기 위해 한층 강화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지속적인 추진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법적, 제도적 장치가 충분히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