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나생명 '전성기 캠퍼스' 대학 분위기 방불
중장년층 위한 교육 커뮤니티…'노노케어' 눈길
"영상에서 봄이 느껴져서 좋았어요. 그런데 사진이 많네요. 동영상을 더 넣고, 자막도 추가했으면 좋겠어요."
"봄 시즌에 딱 맞는 동영상이었어요. 하지만 이전 버전이 더 나은 것 같아요. 조금 길다는 느낌도 들어요."
"자막 글씨가 작습니다. 영상을 공유하면 상대방은 휴대전화로 보잖아요. 우리가 만드는 영상을 소통의 도구라고 생각하면 글씨는 큰 게 좋아요."
칭찬만 있을 것 같던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꼼꼼하고 냉정한 '지적질'이 쏟아졌다. 노홍근(62) 씨는 지난 며칠간 부인에게 "잠도 안 자고 뭐 하냐"는 얘기를 들어가며 '남도의 봄내음'이라는 영상을 편집했다. 날카로운 지적에 속상해할 만도 한데, 노 씨의 얼굴은 밝기만 했다. 그는 조만간 다가오는 손주의 돌잔치 때 깜짝 이벤트로 틀어 줄 영상을 만들 계획이어서 조언을 꼼꼼하게 새겨두었다.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라이나생명 본사 지하에 마련된 '전성기 캠퍼스'를 찾았다. 스무 석이 채 안 되는 테이블이 있는 아담한 공간. 이곳에서 하루 1~2개의 수업이 진행되고, 빈 시간에는 동아리나 스터디원들이 빌려 쓴다고 한다. 벽 한쪽에는 개설했으면 하는 수업을 적는 공간이 있는데, '영어와 일본어 수업', '인문학 수업', '편집 디자인', '자존감 수업' 등이 적힌 메모장이 빼곡하게 붙어 있다. 활기찬 대학 캠퍼스와 다를 게 없는 모습이었다.
라이나생명이 운영하는 '라이나 전성기 재단'은 지난해 10월 '전성기 캠퍼스'를 만들었다.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을 위한 교육 커뮤니티로,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마련한 공간이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중장년의 은퇴 이후의 삶을 찾을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전문 강사가 진행하는 수업 외에도 중장년층이 직접 본인의 재능과 지식을 나누는 '노노(老老)케어' 수업 방식을 도입했다.
이날 열린 '스마트폰으로 영상 만들기' 수업도 이준용(60) 씨가 재능 기부를 통해 꾸려왔다. 30여 년 공직생활을 하다 지난해 퇴직한 이 씨는 평소 영상과 디지털 분야에 관심이 많아 영상 제작 강의를 들어가며 실력을 쌓았다. 이후 종종 지인들에게 본인이 만든 영상을 공유했는데, 이 씨 재능을 나눠주는 게 좋겠다는 지인의 조언을 듣고 수업을 맡게 됐다.
영상 만들기 프로그램은 지난 3주간 6회에 걸쳐 진행했고, 이날은 마지막 수업으로 각자 만든 영상을 시연하며 강평을 듣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이 씨는 수업에서 "영상을 배우다 보면 세상을 보는 눈이 아름다워진다"며 "이제 모두 영상 작가 수준이 되신 것"이라며 수강생들을 격려했다. 그러면서 "사실 알려드릴 게 더 많아 수업이 끝나도 동아리 식으로 할까도 생각하고 있다"며 종강을 아쉬워했다.
이 씨는 "정해진 수업 시간은 하루 두 시간인데, 궁금한 게 있으신 분은 수업 전이나 끝난 뒤에 물어보시기 때문에 세 시간 정도 진행하게 된다"며 "다들 새로운 '도전'을 하는 거라서 너무 좋아하신다"고 설명했다. 이 씨 본인도 앞으로 더욱 실력을 갈고 닦아 1인 방송을 해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수강생' 노홍근 씨 역시 40년의 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전성기 캠퍼스를 통해 '제2의 인생'을 구상하고 있다. 영상 만들기 강의뿐 아니라 칵테일 만들기와 오카리나 연주, 각종 교양 강의를 두루두루 '섭렵'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그동안 직장 다니면서 시키기만 했는데 이제는 스스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바야흐로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앞으로 20~30년을 활동해야 하니 적응 훈련도 하고 관심 분야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성기 캠퍼스는 단순한 중장년층의 노년 취미 활동뿐 아니라 건강을 챙기거나 제2의 직업을 준비할 수 있는 수업들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 플로리스트가 진행하는 꽃다발 만들기 수업이나 아로마테라피스트가 진행하는 방향제 만들기 수업, 이 밖에 바리스타의 커피 만들기, 제2의 인생 꿈찾기 음악여행, 민화 그리기, 초보 중국어 교실 등 영역을 망라한다.
또 각자 스터디 모임이나 동아리를 만들어 캠퍼스 공간을 빌려 쓸 수 있게 했다. 3월에만 해도 여러 독서 모임과 방송통신대학교 스터디 모임, 문화관광해설사, 글쓰기, 웰다잉 등 다방면의 모임으로 '강의실' 스케줄이 꽉 차 있다.
한문철 라이나전성기재단 상임이사는 "전성기캠퍼스는 비슷한 고민을 가진 중장년 세대에게 자아 성찰과 열정을 회복하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며 "고령화 시대, 중요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세대가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든든한 지원군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성기 캠퍼스를 운영하는 라이나 전성기 재단은 이 밖에도 중장년층을 지원하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5월부터는 본사 1층에서 중장년층이 공연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주고, 일부 팀에게는 음반 발매와 프로필 촬영까지 지원한다. 지난 6일부터 신청을 받고 있다.
라이나 생명은 "인근 직장인과 시민분들도 자연스럽게 건물을 오가며 음악을 즐기고 여유를 느끼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며 "재단은 로비 공간 공유를 시작으로 시민들의 일상 속 문화예술활동 지원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봄 시즌에 딱 맞는 동영상이었어요. 하지만 이전 버전이 더 나은 것 같아요. 조금 길다는 느낌도 들어요."
"자막 글씨가 작습니다. 영상을 공유하면 상대방은 휴대전화로 보잖아요. 우리가 만드는 영상을 소통의 도구라고 생각하면 글씨는 큰 게 좋아요."
칭찬만 있을 것 같던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꼼꼼하고 냉정한 '지적질'이 쏟아졌다. 노홍근(62) 씨는 지난 며칠간 부인에게 "잠도 안 자고 뭐 하냐"는 얘기를 들어가며 '남도의 봄내음'이라는 영상을 편집했다. 날카로운 지적에 속상해할 만도 한데, 노 씨의 얼굴은 밝기만 했다. 그는 조만간 다가오는 손주의 돌잔치 때 깜짝 이벤트로 틀어 줄 영상을 만들 계획이어서 조언을 꼼꼼하게 새겨두었다.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라이나생명 본사 지하에 마련된 '전성기 캠퍼스'를 찾았다. 스무 석이 채 안 되는 테이블이 있는 아담한 공간. 이곳에서 하루 1~2개의 수업이 진행되고, 빈 시간에는 동아리나 스터디원들이 빌려 쓴다고 한다. 벽 한쪽에는 개설했으면 하는 수업을 적는 공간이 있는데, '영어와 일본어 수업', '인문학 수업', '편집 디자인', '자존감 수업' 등이 적힌 메모장이 빼곡하게 붙어 있다. 활기찬 대학 캠퍼스와 다를 게 없는 모습이었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라이나생명이 운영하는 '라이나 전성기 재단'은 지난해 10월 '전성기 캠퍼스'를 만들었다.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을 위한 교육 커뮤니티로,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마련한 공간이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중장년의 은퇴 이후의 삶을 찾을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전문 강사가 진행하는 수업 외에도 중장년층이 직접 본인의 재능과 지식을 나누는 '노노(老老)케어' 수업 방식을 도입했다.
이날 열린 '스마트폰으로 영상 만들기' 수업도 이준용(60) 씨가 재능 기부를 통해 꾸려왔다. 30여 년 공직생활을 하다 지난해 퇴직한 이 씨는 평소 영상과 디지털 분야에 관심이 많아 영상 제작 강의를 들어가며 실력을 쌓았다. 이후 종종 지인들에게 본인이 만든 영상을 공유했는데, 이 씨 재능을 나눠주는 게 좋겠다는 지인의 조언을 듣고 수업을 맡게 됐다.
영상 만들기 프로그램은 지난 3주간 6회에 걸쳐 진행했고, 이날은 마지막 수업으로 각자 만든 영상을 시연하며 강평을 듣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이 씨는 수업에서 "영상을 배우다 보면 세상을 보는 눈이 아름다워진다"며 "이제 모두 영상 작가 수준이 되신 것"이라며 수강생들을 격려했다. 그러면서 "사실 알려드릴 게 더 많아 수업이 끝나도 동아리 식으로 할까도 생각하고 있다"며 종강을 아쉬워했다.
▲ 이준용 씨가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라이나 생명 '전성기 캠퍼스'에서 '스마트폰으로 영상 만들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이 씨는 "정해진 수업 시간은 하루 두 시간인데, 궁금한 게 있으신 분은 수업 전이나 끝난 뒤에 물어보시기 때문에 세 시간 정도 진행하게 된다"며 "다들 새로운 '도전'을 하는 거라서 너무 좋아하신다"고 설명했다. 이 씨 본인도 앞으로 더욱 실력을 갈고 닦아 1인 방송을 해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수강생' 노홍근 씨 역시 40년의 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전성기 캠퍼스를 통해 '제2의 인생'을 구상하고 있다. 영상 만들기 강의뿐 아니라 칵테일 만들기와 오카리나 연주, 각종 교양 강의를 두루두루 '섭렵'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그동안 직장 다니면서 시키기만 했는데 이제는 스스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바야흐로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앞으로 20~30년을 활동해야 하니 적응 훈련도 하고 관심 분야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성기 캠퍼스는 단순한 중장년층의 노년 취미 활동뿐 아니라 건강을 챙기거나 제2의 직업을 준비할 수 있는 수업들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 플로리스트가 진행하는 꽃다발 만들기 수업이나 아로마테라피스트가 진행하는 방향제 만들기 수업, 이 밖에 바리스타의 커피 만들기, 제2의 인생 꿈찾기 음악여행, 민화 그리기, 초보 중국어 교실 등 영역을 망라한다.
또 각자 스터디 모임이나 동아리를 만들어 캠퍼스 공간을 빌려 쓸 수 있게 했다. 3월에만 해도 여러 독서 모임과 방송통신대학교 스터디 모임, 문화관광해설사, 글쓰기, 웰다잉 등 다방면의 모임으로 '강의실' 스케줄이 꽉 차 있다.
한문철 라이나전성기재단 상임이사는 "전성기캠퍼스는 비슷한 고민을 가진 중장년 세대에게 자아 성찰과 열정을 회복하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며 "고령화 시대, 중요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세대가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든든한 지원군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전성기 캠퍼스를 운영하는 라이나 전성기 재단은 이 밖에도 중장년층을 지원하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5월부터는 본사 1층에서 중장년층이 공연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주고, 일부 팀에게는 음반 발매와 프로필 촬영까지 지원한다. 지난 6일부터 신청을 받고 있다.
라이나 생명은 "인근 직장인과 시민분들도 자연스럽게 건물을 오가며 음악을 즐기고 여유를 느끼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며 "재단은 로비 공간 공유를 시작으로 시민들의 일상 속 문화예술활동 지원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