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리얼, 자체 칩 앞세운 AR 글래스 공개
中 밀고 美 버티고…삼성 하반기 참전 예정
중국 AR 글래스 기업 엑스리얼이 신형 제품을 공개하며 시장 구조 변화에 불을 지폈다. 외부 기기에 의존하던 기존 구조를 벗어나 '단독 구동'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 핵심이다. AR 기기를 독립형 플랫폼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시도다. 단순 신제품 출시를 넘어 기기 구조 자체를 바꾸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시장도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연내 삼성전자가 AR 글래스 시장에 본격 뛰어들 경우 경쟁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중국 기업들의 물량 공세에 글로벌 빅테크까지 가세하면서 시장은 사실상 '춘추전국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성장 속도도 가파르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올해 379억4000만달러(한화 57조원) 규모인 글로벌 XR 시장은 연평균 28.3% 성장해 오는 2029년 848억6000만달러(한화 128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130조 시장 정조준…엑스리얼 '단독 구동' 승부수
1일 엑스리얼이 신형 AR 글래스 'XREAL 1S'를 국내에 출시했다. 이번 제품의 핵심은 자체 개발한 전용 프로세서 'X1 칩'이다. 기존처럼 스마트폰이나 PC에 연산을 맡기지 않고 기기 자체서 콘텐츠 처리 및 공간 연산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이날 행사에서 엑스리얼은 "AR 경험의 본질은 외부 기기 연결이 아니라 글래스 자체 완결성에 있다"고 강조했다. 단순 주변기기가 아닌 독립형 디바이스로의 전환을 공식화한 셈이다.
제품은 '네이티브 3DoF' 기능을 기반으로 한다. 사용자의 머리 움직임에 따라 화면이 공간에 고정되는 구조다. 120Hz 주사율과 3ms 수준의 초저지연을 구현, 화면 흔들림과 어지러움을 최소화했다. 별도 애플리케이션 없이 바로 작동하는 점도 특징이다.
또 다른 핵심 기능은 2D 영상의 실시간 3D 변환이다. X1 칩이 영상을 분석해 입체감을 구현한다. 기존에는 전용 3D 콘텐츠가 필요했지만 이제는 일반 영상도 입체 시청이 가능하다. 업계 내에선 "콘텐츠 부족이라는 AR 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완화하는 기술"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디스플레이는 소니 마이크로 OLED 패널을 적용했다. 1200p 해상도와 700니트 밝기를 지원한다. 시야각은 52도 수준이다. 화면 비율도 16:9부터 32:9까지 전환할 수 있어 활용도를 높였다.
착용성 및 사용성 개선에도 초점을 맞췄다. 제품 무게는 약 82g으로 일반 선글라스 수준이다. 동공 간 거리 조절 기능을 적용해 사용자 맞춤형 착용이 가능하다. 버튼 조작만으로 화면 정렬과 밝기 모드 전환 등을 설정할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도 단순화했다.
엑스리얼 관계자는 "기존 AR 글래스는 외부 기기에 의존하는 구조로 인해 진입 장벽이 높았다"며 "글래스 단독 구동을 통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절대 강자 없다…아직은 '실험 단계'
이 같은 변화는 시장 확대 흐름과 맞물린다. 현재 AI 안경 시장은 미국 메타가 선두를 지키는 가운데 중국 기업들이 빠르게 추격하는 구도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AI 안경 출하량 중 중국 기업 비중은 45%에 이를 전망이다. 출하량은 전년 대비 56.3% 증가한 2267만대로 예상된다. 물량 기준 이미 판의 중심이 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시장 지형도도 뚜렷하다. 메타는 70%가 넘는 점유율로 1위를 지키고 있지만 그 아래는 사실상 중국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엑스리얼을 비롯해 샤오미, 레이네오, 비튜어 등 주요 플레이어들이 빠르게 세를 키우는 중이다.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은 생산과 공급망에 있다. ODM 기반 제조 역량과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가격 경쟁력을 확보, 여기에 정부 보조금까지 더해졌다. 중국은 AI 안경을 국가 지원 대상에 포함해 제품당 최대 500위안(한화 11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현장 분위기도 과열 양상이다. 앞서 중국 최대 가전 박람회인 AWE 2026에서 알리바바는 AI 모델 기반 안경 'G1'을 공개했고 레이네오 등도 신제품을 선보였다. 레이네오는 지난해 북미 시장에서 456% 성장한 데 이어 한국과 일본 시장에서도 본격적인 성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
문제는 경쟁의 기준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AI 안경은 단순한 하드웨어를 넘어 '시선 기반 데이터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사용자의 시야 및 행동서 생성되는 1인칭 데이터가 핵심 자원으로 부상, 데이터와 생태계를 누가 선점하느냐가 승부를 가르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다만 현실은 아직 초기 단계다. 배터리·발열·무게·시야각 등 기술적 한계는 여전하고 콘텐츠 역시 스마트폰 기능의 확장 수준에 머물러 있다. 개인정보 침해 우려도 해결되지 않은 과제다.
결국 시장은 여전히 '실험 단계'에 가깝다. 업계 일각선 현재를 '아이폰 이전 스마트폰 시대'에 비유한다. 제품은 쏟아지지만 표준은 없고 절대 강자도 없다는 분석이다.
2~3년 갈림길…삼성 전략 통할까
이 틈을 노리고 한국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갤럭시 글래스'를 출시하며 시장에 본격 진입할 계획이다.
앞서 삼성은 지난해 10월 XR 헤드셋 '갤럭시 XR'을 공개하며 포석을 깔았다. 당시 구글·퀄컴과 손잡고 '안드로이드 XR' 생태계를 구축했고 AI 기반 인터랙션을 전면에 내세웠다. 동시에 안경형 디바이스 개발 계획을 밝히며 XR에서 스마트 글래스로 이어지는 확장 로드맵도 제시했다.
전략은 다소 보수적이다. 1세대 제품에서는 AR 디스플레이를 과감히 제외할 것으로 전해진다. 대신 음성 기반 AI 기능과 스마트폰 연동에 집중한다. 가볍고 저렴한 제품으로 시장 저변을 먼저 넓히겠다는 판단이다. 1세대는 보급형 AI 안경으로 시장을 열고 내년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고급형 제품으로 확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의 강점은 '연결'이다. 스마트폰과 워치 등 기존 갤럭시 생태계와 연동해 일정 관리, 지도 검색 등 실사용 기능을 강화할 방침이다. 단일 기기 중심으로 접근하는 메타 등 경쟁사와는 결이 다른 전략으로 읽힌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제품 경쟁처럼 보이지만 결국 데이터와 플랫폼 싸움이 될 것"이라며 "판을 바꾸는 결정적 경험이 나오기 전까지 시장 주도권도 계속 흔들릴 가능성이 크고 향후 2~3년이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