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의무기록, 인공지능 전환 본격화
GC메디·비트컴·이지스헬스 3사 경쟁
데이터·고객 이미 확보…'수익화 기대'

진료실에서 의사와 환자가 주고받는 대화 내용을 인공지능(AI)이 실시간으로 텍스트로 기록한다면 어떨까. 어려운 의학용어나 어눌한 발음도 찰떡같이 알아듣고 정확하게 인식한다면 말이다. 대화 내용을 바탕으로 환자의 의료기록 차트와 보험 청구 코드까지 모니터 화면에 자동으로 제시하면 의료 현장에서 의사들의 업무량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전자의무기록(EMR) 기업들이 생각하는 AI 병원의 모습이다. 의료진이 반복적인 행정업무에 쓰던 시간을 줄이고, 진료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인공지능 전환의 핵심 방향이다.
GC메디아이, 의료현장의 반복·잡무 줄인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전자의무기록 시장은 GC메디아이(구 유비케어), 비트컴퓨터, 이지스헬스케어 '빅3'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AI 기반 진료·운영 자동화 기능을 탑재한 차세대 시스템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GC메디아이는 '데이터 기반 진료 자동화', 비트컴퓨터는 '병원 전 부문 AI 통합', 이지스헬스케어는 '의원급 특화 효율화'를 각각의 주력으로 삼고 있다.
의료현장에서 전자의무기록을 중심으로 인공지능 전환(AX)이 본격화하고 있다. 진료 기록과 처방, 청구 데이터가 쌓인 EMR 시스템에 AI 기능이 더해지면서, 단순 기록 관리 소프트웨어가 진료 보조와 병원 운영을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AI의 병원 도입은 의료진의 반복 업무를 줄이는 '진료 흐름 자동화'에서 출발하고 있다. 기록·행정 업무에 드는 시간을 줄여 의료진이 진료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내 병원·약국 포함 약 2만6000처를 고객으로 두고 있는 의원급 EMR 시장 1위 GC메디아이는 '의사랑 AI'를 통해 진료 전 과정을 보조하는 모델을 주력으로 한다. 음성 인식(STT)으로 의사·환자 대화를 실시간 기록하고 SOAP 노트를 자동 생성한다.
과거 진료기록 요약, 보험 청구 코드 추천, 접수·청구·재고관리 등 병원 운영 업무도 AI가 지원한다. GC메디아이는 약 1만5000개 병·의원에서 축적한 실제 진료 데이터를 학습한 자체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GC메디아이는 향후 AI 서비스가 안착한 이후엔 광고 모델을 통한 수익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GC메디아이 관계자는 "마케팅 지출을 줄이고자하는 제약사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광고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라 내다봤다. 의사랑AI는 현재 비공개 베타테스트 중이다. 올해 하반기 현장 도입을 목표하고 있다.
병원급 강자 비트컴퓨터…병원 통합 AI 준비중
비트컴퓨터는 병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AI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병원급 HIS(병원정보시스템)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으로, 병원급 시장의 특성에 맞는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병원급 의료기관은 다양한 진료과가 운영되고 원무·보험청구 등 행정 절차도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단일 기능이 아닌 HIS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 정보관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비트컴퓨터는 진료·병동·보험심사·의약품 확인 등 병원 업무 전반에 걸쳐 AI 기능을 단계적으로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의원 진료 영역에서는 EMR AI '비트메이트(BITMATE)'가 음성 인식 기반으로 진료 입력·진단·저장을 단일 화면에서 처리한다.
보험심사에는 '메디전트(Medigent) AI'가, 의약품 확인에는 '드럭인포(Druginfo) AI'가 각각 투입된다. 메디전트는 심평원 고시·심사 사례를 자동 연동해 보험 코드를 식별하고, 드럭인포는 약제 이미지 분석으로 사진 한 장만으로 약품 식별을 지원한다.
비트컴퓨터 관계자는 "현재는 기술고도화·비지니스 모델 설계 과정 중에 있다"며 "AI를 본격 접목한 서비스는 올해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EMR 2위 이지스…의원급에 집중
이지스헬스케어는 의원급 EMR 시장 점유율 2위 기업이다. 2024년 EMR 기업 포인트닉스를 합병하며 현재의 위치를 굳혔다. 회사는 개원가 시장에서의 강점을 바탕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에 최적화된 AI 기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이지스 전자차트 2.0'은 내과계 등 전문 진료과별 특화 기능에 AI를 접목한 것이 핵심이다. 펜 기반 입력으로 직관적인 진료 기록이 가능한 '이지스 펜차트'와 AI 지원 기능을 연동해 진료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대기 공간에서 환자 안내와 건강 정보를 제공하는 '이지스 TV'도 함께 운영된다.
여기에 접수·대기·안내 등 병원 운영 전반을 디지털화하는 '헬로(Hello) 시리즈'를 결합한다. '헬로100', '헬로데스크', '헬로키오스크', '헬로미디어' 등으로 구성된 플랫폼으로, 환자 접수부터 대기 안내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해 중소 의원의 인력난 해소와 운영 효율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이지스헬스케어 관계자는 "현재 AI 기능을 기획·개발하고 있는 단계로 2분기를 서비스 출시 목표로 잡고 있다"고 밝혔다.
EMR이 AX 유리한 이유…'이미 확보'된 고객·데이터
EMR 기업들이 AI 전환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두 가지 강점이 있다. 데이터와 고객이다. EMR 기업들은 수년간 의료현장의 진료·처방·청구 데이터를 꾸준히 쌓아왔다. 여기에 이미 EMR 서비스에 대해 구독료를 지불하는 병·의원 고객까지 확보하고 있어, 기존 서비스에 AI 기능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별도의 시스템 전환 없이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헬스케어 부문에 투자한 벤처캐피탈(VC) 투자자는 "EMR 기업은 데이터를 직접 보유하고 병원을 고객으로 두고 있어 AI 기능을 붙였을 때 즉시 현장 적용이 가능하다"며 "기술 경쟁보다 실제 활용 가능성이 중요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익화 측면에서도 새로운 서비스로 시장을 개척하는 것보다 기존 고객망에 추가 서비스를 얹는 방식이 훨씬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