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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춰야 UP된다]③고가폰 거품 주범 '액세서리'

  • 2013.09.30(월) 15:53

불필요한 액세서리 관행적 끼워팔기
국내 판매가 높은편.."판매방식 바꿔야"

기업 홍보실에 근무하는 임모씨는 최근 2년간 스마트폰을 세번 바꿨다.  파손과 분실 탓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교체할 때마다 그는 적잖은 속쓰림을 경험했다. 단말기 약정 할부금 때문이다. 통신사에서 제시하는 24개월 혹은 36개월 장기 약정 할부로 단말기를 구입했기 때문에 쓰지 않는 단말기에 대해서도 할부금을 갚아 나가야 한다. 단말기 가격이 워낙 비싸 남은 할부금을 한번에 털어버릴 엄두를 못내고 있다.

 

'워킹맘' 김모씨는 아기 때문에 스마트폰 액정화면이 깨져 애프터서비스(AS) 센터를 다녀왔다. 일반폰(피처폰)을 사용하던 시절에는 액정화면이 깨질 경우 "부품 교체보다 폰을 새로 사는게 여러모로 낫다"고 여겼으나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이전 스마트폰도 아기가 물 속에 빠뜨려 작동이 안돼 새로 샀는데, 몇달 만에 새 제품을 구입하는 것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김씨는 발품을 팔고 수고를 더 하면서라도 파손된 단말기를 수리 받아 쓰는게 낫다고 말한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수가 3500만명을 넘어서는 등 스마트폰 대중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사례들이다. 국내 제조사들이 내걸고 있는 전략 스마트폰 가격이 보통 80만~100만원으로 비싸게 책정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중저가(40만~60만원대) 스마트폰도 나오고 있으나 보통 10만원 안팎인 일반폰에 비하면 여전히 고가다.  

 

국내 휴대폰 판매 가격은 세계적으로 높은 편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스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휴대폰 평균 판매가격(ASP)은 415달러(약 46만1000원)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세계 평균인 166달러(약 18만5000원)보다 2.5배나 높다. 국내 ASP가 높은 이유는 전체 휴대폰 판매량 중 스마트폰 비중이 높고, 최신 기술을 좋아하는 얼리어댑터(Early Adaptor)가 많으며 무엇보다 고가 제품 판매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가격이 높은 것은 제조사들이 벌이는 사양 경쟁 탓도 있으나 불필요한 부품이나 액세서리를 끼워 파는 관행도 한몫하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단말기를 판매할 때 추가 배터리와 충전기, 이어폰 등을 묶어 판매하면서 가격을 부풀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소비자 단체가 조사한 결과 똑같은 스마트폰이더라도 국내 시장에서 판매되는 제품 가격이 해외보다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소비자시민모임(이하 소시모)가 세계 16개국 주요 도시의 물가를 조사한 결과, 삼성전자 '갤럭시S3'(32GB)는 일본(102만8833원)에 이어 한국에서 두번째로 비싼 99만4400원에 판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갤럭시노트(16GB)의 경우 한국에선 93만3900원으로 아르헨티나와 일본, 영국에 이어 네번째로 비싸다.

▲ 소비자시민모임이 미국 등 세계 유통 매장을 직접 방문해 조사한 결과 똑같은 스마트폰이더라도 국내 판매가가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한 스마트폰이더라도 국내에서 비싼 이유는 먼저 각국 통신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란게 제조사측 설명이다. 국내에서는 통신 모듈이 3G(3세대)와 4세대 LTE(롱텀에볼루션)를 동시에 지원하는 듀얼 제품이 탑재되고,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역시 국내용엔 쿼드코어(프로세서가 4개 탑재)를 사용하고 있어 듀얼코어(두개 탑재)를 사용하는 미국용 제품보다 아무래도 가격이 비쌀 수 밖에 없다는 것.

 

하지만 일각에서는 부속품이나 액세서리를 추가로 끼워 팔고 있어 가격이 높아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 등 국내 주요 제조 3사는 스마트폰을 판매할 때 여분의 배터리와 충전 거치대, 이어폰 등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용 제품에는 지상파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를 대부분 지원하기 때문에 DMB 모듈 부품도 딸려 들어간다. 

 

이에 대해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국내 제조사들은 관행적으로 부속품을 같이 파는 경향이 있다"라며 "이는 국내 소비자들의 성향상 별도로 구입하는 보다 한번에 모든 것을 갖추길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액세서리를 소비자가 별도로 구입하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다. 실제로 인터넷 쇼핑몰에서 삼성전자 갤럭시S3에 사용하는 2100mAh 용량의 배터리를 별도로 구입하려면 최저 1만4000원에서 최고 3만원이 든다. 충전기 가격도 최저 5000원에서 최고 2만원이다. 제조업체에 따르면 단말기 본체를 제외한 각종 액세서리나 DMB 모듈 등을 따로 구입하려면 총 7만~8만원이 든다. 이를 이용자가 고스란히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묶음형으로 딸려오는 액세서리만 빼도 단말기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 액세서리를 소비자가 선택해 구매할 수 있게 별도판매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미국 등 해외에선 배터리와 충전기 등을 소비자들이 따로 구입할 수 있게 해 전체 가격을 낮추고 있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보통 한 가정에서도 스마트폰을 여러대 사용하기 때문에 충전기 등이 남아돈다"라며 "해외에서처럼 사용자들이 필요할 경우 별도로 살 수 있게 판매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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