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지난해 4분기에 창사 이래 분기기준으로는 두 번째로 150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황창규 KT 신임 회장이 '빅 배스(big bath)' 효과을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빅 배스는 최고경영자(CEO) 교체 시기에는 일단 '어닝 쇼크'를 나타내지만 이후에 실적이 호전되면서 후임자의 경영 성과가 부각되는 효과를 말한다. 따라서 KT의 이번 실적은 황 회장이 경영 보폭을 넓히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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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2013년 4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연결기준 영업손실 1493억원을 기록해 전년동기와 전기대비 적자전환했다고 28일 밝혔다. 매출액은 6조2144억원으로 전기보다 8.4% 늘었으며 전년동기와는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이 기간 당기순손실 3006억원을 기록해 전년동기와 전기대비 적자로 돌아섰다. 이는 시장 예상치를 어긋나는 결과다. 일부에선 적자전환을 예상하기도 했으나 증권가에선 KT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을 1732억원 가량으로 예상했다.
KT 관계자는 "2009년 4분기 이석채 전 회장 취임 당시 대규모 명예퇴직을 실시하면서 영업손실,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면서 "파악된 바로는 창사이래 두 번째 영업손실이다"고 밝혔다.
그룹사 실적을 제외한 별도기준 실적은 더 심각하다. 이 기간 KT 별도기준 영업손실은 2317억원으로 전기와 전년동기대비 적자전환했다. 매출액(영업수익)은 4조6361억원으로 전기보다 11.7% 늘었으나 전년동기에 비해선 2.3% 감소했다. 이 기간 순손실 3596억원을 기록하면서 적자전환했다.
KT의 실적이 부진한 이유는 과도한 영업비용 때문이다. 가입자 유치를 위해 대규모 마케팅 비용을 살포하면서 수익성이 떨어졌다. 이 기간 KT가 마케팅 비용으로 투입한 비용은 별도 기준 7557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분기 6029억원보다 1500억원 가량 늘어난 것이며 전년동기에 비해서도 15.5% 증가한 규모다.
사업별로 살펴보면 무선분야 매출은 1조7349억원으로 전기와 전년동기보다 각각 2.5%, 3.4% 증가했다. 광대역 LTE 서비 개시 이후 무선 가입자 확대 및 가입자당매출(ARPU) 상승 덕에 힘입어 소폭 성장했다. 반면 유선분야에선 유선전화 가입자와 통화량 감소 영향으로 1조4478억원 매출을 기록해 전기에 비해 0.5% 증가한 반면 전년동기대비 6.9% 감소했다.
미디어 콘텐츠 매출액은 1603억원전기에 비해 9.3% 늘었고 전년동기에 비해 21.6% 성장했다. 이외 기타서비스매출은 2062억원, 상품 매출은 1조869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KT 실적을 2013년 연간단위로 뜯어보면 무선분야는 전년보다 0.9% 증가한 6조9765억원을 기록했다. 유선분야 매출은 유선전화 가입자와 통화량 감소 영향으로 전년대비 6.7% 감소한 5조9654억원을 기록했다. KT는 고속인터넷의 안정적 성장세를 기반으로 유선분야 매출 하락세를 최소화할 계획이다.
미디어/콘텐츠 매출은 가입자의 꾸준한 증가에 따라 전년보다 25.3% 성장한 1조3378억원을 달성했다. KT 인터넷TV(IPTV)는 지난한해 94만명 순증을 기록하며 497만 명의 가입자를 유치했다. KT는 올해 80만명 이상의 가입자 순증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금융/렌탈 매출은 BC카드의 안정적 매출과 KT렌탈의 활발한 성장세가 계속되면서 전년대비 7.4% 증가한 3조 8379억원을 기록했다. 기타서비스 매출은 KTens, KTH 등 기타 자회사의 실적 호조로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며 전년동기 대비 32.0% 증가한 1조7266억원을 기록했다.
KT 마케팅 비용은 별도기준으로 지난해 연간 2조681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보다 4.7% 늘어난 것.
한편 KT는 이날 보통주 1주당 800원씩 배당하는 현금배당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배당금 총액은 1951억1218만원이다. 시가배당률은 2.5%, 배당 기준일은 지난해 12월 31일이다.
앞서 KT는 이석채 전 회장 시절 경영실적 악화에 따라 기존 배당계획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KT는 작년 11월 29일 "당사 경영진은 최근 경영환경 변화에 실적부진으로 기존 배당계획을 더이상 유지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했다"며 "올해 주당 배당금은 2000원에 못미칠 것"이라고 공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