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어디에도 이렇게까지 상호비방하는 시장은 없을 것입니다"
KT·SK텔레콤·LG유플러스 등 통신3사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통신수요가 포화상태이기도 하지만 제로섬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끼리 이처럼 상호비방하는 시장은 보기 드물다는 지적이다.
급기야 정부가 나서서 사상 최장기간 영업을 정지시키고 시장안정을 위해 엄포도 놨지만 통신3사는 아랑곳 하지 않는 분위기다. 왜 그럴까.
◇"10월전 가입자 확보해야 유리"
해답은 시장점유율 구조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 시행시기에 있다.
통신3사의 시장점유율은 오랜기간 5:3:2 구조를 유지했다. SK텔레콤은 50%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려 하고 있고 KT는 무너진 30% 점유율 수준을 다시 끌어올리려 노력중이다. LG유플러스는 LTE 선투자를 통해 단 1%p라도 점유율을 높이겠다고 사활을 걸고 있다. 시장은 정해져 있는데 3사간 시장점유율을 빼앗고 지키려 하다보니 무리수가 따르기 마련이다.
또 최근 국회에서 단통법이 통과되면서 오는 10월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단통법이 시행되면 통신사는 단말기별 출고가(A), 보조금(B), 판매가(A-B)를 공시해야 한다. 공시한 내용과 다르게 보조금을 추가 지급하는 것이 금지된다. 규정 위반시 통신사뿐만 아니라 대리점, 판매점, 제조사 등도 위법행위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즉 불법보조금 규정이 강화되는 셈이다.
때문에 통신사 입장에선 10월 단통법 시행전까지 시장점유율을 최대한 끌어와야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최근 경쟁이 치열한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비유하자면 휴전을 앞두고 조금이라도 영토를 더 확보하기 위해 목숨걸고 싸우는 형국이다"고 설명했다.

▲ KT 커스터머부문장인 임헌부 부사장이 지난 12일 경쟁사 비난에 대응코자 영업상황을 설명했다. 단독영업중인 KT는 4월27일부터 5월9일까지 경쟁사보다 많은 일평균 1만1000여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사진=KT] |
◇정부 경고는 귓전으로 흘려
미래창조과학부는 통신3사에게 각각 45일 이라는 최장의 영업정지 명령을 내렸다. 특히 영업정지 기간중 불필요한 경쟁을 최소화하려 2개사 영업정지 1개사 영업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영업정지 중인 2개사가 영업 중인 1개사를 타깃으로 불법보조금을 뿌렸다며 비난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비난 수위는 KT 단독영업 때 더욱 높아졌다. 앞서 단독 영업했던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보다 훨씬 많은 일평균 1만 명 이상의 번호이동 고객을 KT가 유치해서다. KT는 4월27일 영업재개 후 이달 9일까지 총 15만3000여 명의 번호이동 고객을 확보했다. 일평균 약 1만1000여 명 규모다. 이는 SK텔레콤 6000여 명, LG유플러스 8000여 명에 비해 웃돈 실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같은 상황은 통신3사가 모두 영업을 재개하는 오는 20일 이후부터 9월말까지 더 심각해질 것"이라면서 "최악의 경우 과징금을 내더라도 가입자를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속내가 깔릴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