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팔려가는 CJ헬로`를 보는 한 SO 대표의 토로

  • 2015.12.17(목) 15:53

"IPTV 출범 때부터 케이블TV의 경쟁저하 예견됐다"
"케이블TV 생존책 만들든 엑시트 허용하든 정할때"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둘러싼 찬반 공방이 뜨겁다.

 

현재로선 인수합병 여부를 결정해야 할 정책당국은 입을 다물 수 밖에 없는지라, 경쟁사를 제외하곤 학계의 훈수가 유일한 상황이다. 정치권에서 마련한 자리도 있지만, 역시 학계 전문가들의 토론장이다.

 

서강대 법과시장경제센터 세미나(11월17일)를 시작으로 정의당 긴급현안 토론회(11월17일), 새정치민주연합 우상호·정호준의원 세미나(11월25일), 한국언론학회 세미나(12월4일), 한국방송학회 세미나(12월17일)까지 한 달 사이 다섯 차례나 세미나 및 토론회가 열렸다. 규제기관의 인수합병 심사가 내년 2월말까지 지속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 계산으로 앞으로 열 차례는 더 열릴 수도 있다.

 

하지만 매번 같은 주장과 분석내용이 주를 이룬다. 세미나 및 토론회가 회를 거듭하면서 다소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인수합병을 반대하는 쪽은 방송시장잠식에 따른 경쟁저하, 지배력 전이, 소비자 효용저하, 산업계 피해, 기존 방송정책 목표와의 상이함 등을 이유로 든다. 찬성하는 쪽은 글로벌 경쟁력 제고, 산업 위기론 속 인수합병(M&A)의 필요를 강조하면서 반대근거가 기우에 불과하다고 맞선다.

 

▲ 한국방송학회는 17일 오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미디어 기업간 인수합병의 조건 세미나'를 열고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논의했다.

 

그런 가운데 17일 열린 한국방송학회 세미나에선 신선한 목소리가 나왔다. 처음으로 케이블TV 측 인사가 토론자로 나섰다. 경남·마산·통영지역 케이블TV를 운영하고 있는 하나방송 이덕선 대표는 CJ헬로비전 매각 발표 후 고민해왔던 속 마음을 이날 털어놨다. 공교롭게도 경남·마산지역은 CJ헬로비전과 사업권역이 겹친다.

 

이 대표는 "우리는 CJ헬로비전과 경쟁을 오랫동안 해 온 만큼 오늘 이 자리에서 CJ헬로비전을 편들고 싶은 생각이 없다"면서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은 아무 조건없이 허용해줘야 한다"고 토로했다. 예상외의 발언이다. 케이블TV 업체 최고경영자(CEO)로서 통상적으로 CJ헬로비전 보다 더 큰 경쟁자가 들어서는데 대해 반대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인수합병이 허용되어도 소비자 입장에선 SK브로드밴드·CJ헬로비전이 아닌 KT IPTV, KT스카이라이프 위성방송, LG유플러스 IPTV 등 대체제가 충분히 있다"고 밝힌 뒤 "요금측면에서도 규제기관이 요금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이상 소비자 피해는 없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유료방송 고객의 경우 아직도 압도적으로 지상파 방송 콘텐츠 시청점유율이 높은 만큼 콘텐츠 지배문제도 과잉반응을 보일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역채널에 대해서도 "지역채널 운영은 권리가 아닌 의무에 불과해 사업자 입장에선 오히려 비용만 많이 든다"고 밝혔다.

 

중소 케이블TV 대표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찬성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대표의 발언 기저에는 규제기관 정책에 대한 불신과 더이상 케이블TV 사업을 유지할 수 없게 됐다는 한탄이 뒤섞여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009년 전국 사업자인 IPTV가 출범했을 때, 케이블TV는 전국 77개 권역으로 나뉘어 있었다"면서 "당시에는 동일서비스가 아니어서 동일규제를 할 수 없다며 특별법까지 만들었지만 결국에는 (IPTV와 케이블TV가) 완전 대체제임이 판명났다"면서 "오늘날 IPTV 사업자가 케이블TV 업체를 인수하게 된 것은 결국 정책실패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케이블TV는 전국 77개 권역을 나뉘어 규모의 경제를 올리기 힘든 반면 IPTV는 전국사업권을 허용했으며, 케이블TV가 그동한 육성했던 콘텐츠도 '시청자 볼 권리'라는 핑계로 IPTV에게 모두 넘겨주면서 통신을 기반으로 한 결합상품까지 허용했으니 경쟁을 할 수 없는 구조였던 셈이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케이블TV가 투자를 게을리 했다고 하지만, 규모의 경제가 약한 사업자 입장에선 최선을 다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또 "케이블TV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이 왜 매각을 결정했을까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면서 "1위가 포기하고 나간 사업을 하위업체 게다가 개별SO들이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 대표는 "미래부, 방통위는 이번 인수합병 여부를 심사하면서 케이블TV 산업의 존폐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법·제도를 바꿔 케이블TV가 생존할 수 있는 규제완화책(권역제한 완화, 통신사의 알뜰폰 사업불허 등)을 만들든지, 아니면 케이블TV가 M&A를 통해 엑스트(Exit) 할 수 있는 방안을 허용하든지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물론 이 같은 인수합병 찬성론은 개인적 생각이지만, 아마도 대다수 케이블TV 업체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즉 이번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건은 단순 기업간 결합이 아니라, 케이블TV 산업의 존폐를 결정하는 정책당국의 철학도 담겨야 한다는 의미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