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외출한 사이에 우리 애가 피자를 몇 번씩 주문 했다니깐요. 이거 좀 어떻게 막아주세요"
실제 SK텔레콤의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NUGU)'를 사용하고 있는 고객이 SK텔레콤 서비스센터에 요청해온 내용이다. 누구 스피커에 "피자 주문해줘"를 말하고 확인 맨트를 하면 자동으로 주문이 연결되게끔 설정해 놨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결국 서비스센터는 주문배달 서비스 잠금장치를 적용시켰다. 이처럼 인공지능 스피커를 사용하면서 편리함도 늘었지만 그로인해 나타나는 문제점도 고려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7일 서울 홍릉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인공지능이 바꾸고 있는 콘텐츠 혁명'을 주제로 콘텐츠 사업자들을 위한 강연을 진행했다. 이날 강연에는 인공지능 음성인식 비서 등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콘텐츠의 결합에 대한 내용들이 발표됐다.
▲ 강연을 진행 중인 이태훈 SK텔레콤 AI사업제휴팀장 |
'AI 스피커 어디까지 갈까?'라는 주제로 이날 강연한 이태훈 SK텔레콤 AI사업제휴팀장은 "음성인식 기술과 콘텐츠의 결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지만 이것이 성공하려면 기술에 맞는 콘텐츠 형식과 한계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SK텔레콤은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를 통해 음악서비스, 주문배달, 쇼핑, 스마트홈 제어, 뉴스 제공 등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누구는 지난 5월 기준 판매대수 10만대를 넘었다.
SK텔레콤뿐만 아니라 KT의 기가지니(GiGA Genie)도 인공지능 스피커 서비스를 제공중이며 LG유플러스는 연내 인공지능 스피커를 내놓을 예정이다. 네이버는 인공지능기술 클로바(Clova)를 탑재한 인공지능 스피커 웨이브를 올 가을 출시할 예정이다. 해외에서는 아마존의 에코(Echo), 구글의 구글홈(Google Home) 등을 통해 서비스되고 있다.
이태훈 팀장은 "누구는 음성을 기반으로하는 서비스인 만큼 음성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콘텐츠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령 웹툰의 경우 캐릭터의 대사를 무덤덤하게 읽으면 재미가 없다. 그렇다고 전문 성우를 통해 대사를 읽어주기에는 비용이 증가해 사업자에게 부담이다.
▲ SK텔레콤의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NUGU)'. |
또 음성에 기반하는 만큼 스피커가 사람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주변 소음이 없어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그래서 주로 외부 소음이 적은 가정내 서비스로만 제공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즉 가정 내에서 음성기술을 바탕으로 활용될 수 있는 콘텐츠여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콘텐츠가 음성기술에 적합하다 할지라도 한계점은 등장한다. 피자 주문 사례처럼 한번 자동주문인식을 저장하면 말 두어마디로 자동주문이 들어가는 문제도 생길 수 있다.
인공지능 스피커와 금융이 결합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 SK텔레콤은 누구의 '음성금융 서비스'를 올해 3분기에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음성으로 서비스하는 만큼 개인정보유출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있다. 현재 SK텔레콤은 제휴금융사와 이에 대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훈 AI사업제휴팀장은 "누구는 가족 디바이스다보니 다 같이 쓰는 경우가 많다"며 "내 계좌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를 가족이 모두 있는 곳에서 공개하는 것도 문제가 되기 때문에 이 부분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IoT가 콘텐츠를 만났을 때'라는 주제로 두 번째 강연을 맡은 이용주 LG유플러스 홈IoT전략팀 전략파트장도 "음성인식은 터치를 넘어선 차세대 인터페이스로 주목받고 있지만 그에 걸맞은 콘텐츠 준비는 거의 되어 있지 않다"며 "가족들이 같이 사용하는 환경을 고려한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