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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전략]③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다

  • 2017.11.14(화) 18:16

적절한 때 플랫폼 경쟁력 강화 노력해야
콘텐츠가 플랫폼 압도하는 경우도 있어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 등 플랫폼 사업자를 중심으로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가 재편되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에 맞서 독자 영역을 구축하거나 플랫폼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요구되는 현실이다. 이들 플랫폼의 성공 비결과 이에 대응하는 전략을 시리즈로 알아본다. [편집자]

 


플랫폼의 파괴력은 강하지만 영원하지는 않다. 독점에 가까운 지위의 플랫폼도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전사적으로 집중할 영역을 적절한 시기에 선택하고, 크고 작은 문제점을
제때 개선하지 않으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된다.

 

◇ 독점적 플랫폼도 언제든 휘청

 

작년 1월 카카오가 게임 플랫폼 수수료 체계를 확 바꾼 게 대표적 사례다. 당시 카카오는 자사 플랫폼을 통해 게임을 유통하는 게임사로부터 매출액의 21%를 수수료로 받았는데, 매출액 3000만원 이하는 받지 않기로 한 것이다. 3000만원을 초과하고 1억원이 넘지 않는 경우 14%, 1억원을 초과하면 21%를 받기로 했다. 광고 수익을 배분하는 정책도 새롭게 소개했다. 지난 2015년 무렵 게임사들의 '탈(脫) 카카오 현상'이 심상치 않게 전개되자 이같은 선택을 한 것이다.

 

게임사들은 지난 2012년 '카카오 게임하기'가 출시됐을 때만 해도 구글·애플 등 글로벌 플랫폼에 주는 수수료 30%에 더해 카카오에도 21%를 주는 것에 큰 불만이 없었다. 카카오톡 플랫폼 덕에 국민 게임으로 떠오른 '애니팡'과 같은 대박 사례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카오톡에 입점한 게임이 급증하면서 경쟁이 점점 치열해졌다. 너무 흔한 '흥행보증수표'는 영향력을 잃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21%는 너무 비쌌다. 지난 2014년 네이버가 자회사 캠프모바일의 '밴드'를 통해 게임 플랫폼 시장에 진입한 것도 악재였다. 네이버는 수수료도 카카오보다 싸게 책정했다. 넷마블게임즈의 레이븐 등 카카오를 벗어나고도 성공한 사례까지 등장했다.

 

무엇보다 21% 수수료에 상응하는 플랫폼 효과를 증명하는 일도 시급했다. 겉으로 보면 수수료 정책 변화가 외부의 눈에 띄는 한 수였으나, 들여다보면 월 매출 1억원 이상의 흥행을 기록하는 게임사에 대해선 여전히 21% 수수료를 받기 때문이다. 이는 카카오의 수익 확대 차원에서도 중요한 일이었다.

 

이에 따라 카카오는 직접 게임을 유통하는 퍼블리싱 사업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카카오 택시, 내비, 다음 웹툰 등 카카오톡이 보유한 플랫폼을 동원해 게임의 성공을 지원하는 프로모션도 게임사들에 제공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 게임 플랫폼에 게임을 론칭하면 단순히 푸시 문자를 보내는 게 아니라 카카오가 가진 생활 플랫폼을 연계한 마케팅 등을 지원하면서 수수료 21% 이상의 효과를 보여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플랫폼의 위기와 경쟁자의 등장은 늦지 않은 시기에 개선책을 내놓게 했으며, 카카오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카카오의 게임 부문 매출액은 2015년 4분기 570억원에서 2016년 1분기 703억원으로 성장했고, 지난 3분기 939억원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와 달리 SK컴즈의 SNS 싸이월드의 경우 플랫폼 경쟁력이 최고조였을 때 적절한 변화를 꾀하지 못했고, 대형 해킹 사건까지 터지며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SNS에 플랫폼 지위를 내준 바 있다.

 

◇ 무시할 수 없는 콘텐츠의 힘

 

이같은 사례를 보면, 플랫폼 사업자로 진화한 이후에는 전사적 역량을 동원한 생태계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과 함께 플랫폼을 이용하는 기업의 경우 자체 콘텐츠 경쟁력 역시 중요하다는 시사점을 남긴다. 게임사들의 경우 게임 콘텐츠 자체의 경쟁력이 없었다면 '탈 카카오'를 시도하기 어려웠다는 점에서다.

 

게임 영역뿐만 아니다.

 

SK텔레콤을 시작으로 KT, 네이버, 카카오 등 다양한 사업자들이 뛰어들고 있는 인공지능(AI) 스피커 시장에서도 콘텐츠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스피커의 서비스 특성상 음원 사업자들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아프리카TV의 경우 콘텐츠를 제공하는 BJ(방송 진행자)들이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며 영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플랫폼 사업에선 경쟁하는 회사들이 콘텐츠 때문에 손을 잡기도 한다. LG유플러스가 KT그룹의 음악서비스 전문 그룹사 'KT뮤직'에 267억원 규모의 지분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해외에 진출하는 플랫폼들은 콘텐츠의 힘을 얻기도 한다. 네이버 웹툰이 북미 MAU(월 실제 사용자) 300만명 달성하거나 해외 사용자 비중이 80%인 '브이 라이브가' 누적 다운로드 3600만 건을 넘긴 배경에는 한국 만화와 한류 콘텐츠가 있었다.

 

사용자의 눈길을 끄는 서비스 형식을 도입을 통해 콘텐츠 플랫폼 사업을 성공시키는 사례도 있다.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재팬이 서비스하는 만화 플랫폼 '픽코마'는 기다리면 다음 회차를 무료로 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BM)을 도입해 월 방문자가 50배 증가한 250만명을 기록하고 하루 평균 거래액도 1억원을 돌파했다. 최근 수년 간 지지부진했던 사업이 BM 변경 덕에 흥행 플랫폼으로 반전한 것이다.

 

이처럼 플랫폼 사업을 하는 과정은 복잡하다. AI나 자율주행차와 같은 새로운 플랫폼의 경우 사업자들의 고민을 더욱 깊게 할 전망이다. 제조업은 물론 머신러닝,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다양하면서도 고도의 기술과 함께 이를 융복합하는 능력까지 요구하고 있어서다. [시리즈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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