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도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로 동형암호가 제시됐다.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은 채 암호화된 상태에서도 컴퓨터 처리할 수 있어 보안성이 높다는 평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8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암호기술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에선 개인정보 등 보호하려는 내용을 외부에서 알아볼 수 없는 형태로 바꾸는 암호기술 활용방안이 나왔다.
천정희 서울대학교 교수는 세미나에서 암호기술의 일종인 동형암호를 소개했다. 동형암호란 정보를 알아보지 못하게 한 상태에서도 원본과 동일한 특성을 유지해 컴퓨터 작업 시 같은 결과물을 얻는 기술을 말한다.
기존엔 개인정보를 활용하려면 암호화된 상태를 풀어 원본 내용을 확보해야 했다. 이 경우 해커가 암호화가 해지된 틈을 노려 개인정보 원본을 탈취, 유출할 위험이 있었다.
동형암호를 적용하면 개인정보가 암호화된 상태에서도 통계 분석, 검색, 기계학습 등 컴퓨터 작업을 할 수 있다. 개인정보 특성을 그대로 갖고 있어 컴퓨터 작업 시 원본을 처리한 것과 같은 결과물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암호화 상태가 지속되는 만큼 개인정보 원본 유출 위험도 사라진다는 게 천 교수의 설명이다. 천 교수는 "구글, 페이스북 등에 개인정보를 알려주지 않으면서도 일을 시킬 수 있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동형암호의 활용 효과가 큰 분야로는 생체 인증이 꼽힌다. 천 교수는 "지문, 홍채 등 생체정보는 유출 시 대체수단을 새로 만들 수 없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라며 "유출 시 위험성이 높은 생체 인증 분야에 동형암호를 일차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 비금융 정보를 활용해 대출을 해주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다. 기존에 거래정보가 없던 고객이더라도 통신요금을 꾸준히 납부한 이력이 확인되면 믿을 만하다고 판단, 낮은 금리에 돈을 빌려주는 식이다. 동형암호를 적용하면 이 같은 비금융 정보를 적극 활용해 금리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세미나에선 익명화 기술도 개인정보 보호방안으로 제시됐다. 익명화 기술이란 구체적 신상이 드러나지 않게 개인정보를 변형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서울 여의도동에 사는 33세 홍길동씨'와 같은 정보를 '서울에 사는 30~35세 남성' 형태로 바꾸는 게 익명화 기술의 일종이다.
정연돈 고려대학교 교수는 "익명화 기술은 구체적인 정보를 일반적인 정보로 바꾸는 방식이 주로 사용된다"면서 "과도하게 일반화시켜 개인정보 활용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조절해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양환정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암호기술은 빅데이터 활용과 개인정보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안"이라며 "암호기술 연구개발과 실증을 확대해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