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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삽질 염탐기]⑦파리의 잠 못 이루는 AI 스타트업

  • 2018.06.28(목) 18:09

프랑스 넘어 글로벌 서비스에 도전
한국어 배워 네이버와 협력하려는 사례도

▲ 알렉산드르 아살 '후미스' 창업자가 비즈니스워치와 인터뷰하고 있다.

 

[파리=김동훈·양효석 기자] "오우…아이 니드 투 슬립…"

 

프랑스 파리 기반의 룸메이트 매칭 플랫폼 '후미스'(Whoomies)의 창업자 알렉산드르 아살(Alexandre Assal·25)은 하루에 몇 시간 일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뜸 "잠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것이다. 편견 없이 세상을 봐야 하겠지만, 파리의 스타트업은 아무리 바빠도 여유를 즐길 것이라 생각한 탓에 나온 질문이었다.   

 

바쁠 만도 했다. 알렉산드르는 작년 1월 공동 창업자와 함께 파리에서 후미스를 설립하고, 5개월 뒤 영국 런던으로 진출했다. 현재 이 회사 구성원은 6명. 이들이 2개국 서비스를 하려니 시간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이들이 2개국에 서비스를 집중하고 있는 것일 뿐 고객은 이미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알렉산드르는 "후미스는 어떤 나라 사람이든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쓸 수 있다"며 "방 정보를 집중 관리하는 지역이 프랑스와 영국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자취방을 공유하려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는 아니다. 인공지능(AI) 기반의 챗봇(채팅 로봇)이 병원 의사의 1차 문진과 같은 기능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라이프 사이클과 세세한 취향까지 고려한 룸메이트를 찾아준다. 가령 몇 시에 일어나 학교에 가고 귀가해 언제 잠드는지, 어떤 음악을 좋아하는지, 채식주의자인지 등을 파악해 매칭해준다는 얘기다.

 

▲ 후미스의 사무실. 3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수준의 아주 작은 '본사'이지만, 벌써 1만명을 상대로 서비스하고 있다.

 

이같은 특성을 인정받아 창업 직후 엔젤 투자자로부터 30만유로를 투자받았고, 현재도 투자유치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서비스 고도화, 투자유치, 해외진출 등을 지휘하는 그가 커피의 힘으로 하루를 버티고 있다는데,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

 

그의 창업 도전의 배경은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했다. 같이 사는 사람과 잘 맞지 않으면 얼마나 힘든지 직접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알렉산드르는 "뉴욕에 8개월가량 산 적이 있는데, 3번이나 자취방을 옮겨야 했다"며 "책 읽기를 좋아한다고 기록해놓곤 클럽에서 노느라 늘 늦게 들어오는 등 룸메이트와 방 관련 정보가 사전에 웹사이트 등에 공개된 것과 너무 달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까닭에 후미스를 이용하려면 까다로운 질문을 깨알같이 입력하도록 구성했다. 이런 현재 사용자 수는 1만명 수준. 플랫폼이 되기엔 사용자 수가 적다고도 볼 수 있다. 

 

그는 "가입하기 위한 진입장벽이 높아서 사용자 수가 빠르게 늘어나진 않지만 꼭 쓰려는 사람만 모을 수 있다는 장점도 분명하다"며 "뉴욕에는 왜 진출하지 않느냐는 얘기도 듣는데, 사업을 확장하는 속도보다는 앱의 완성도를 높여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마졸랭 그로댕 '잼' 창업자가 자사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기업 상대로 AI 기반 챗봇 서비스를 제공하는 '잼'(Jam)의 창업자 마졸랭 그로댕(Marjolaine Grondin·28)도 사업 초기 새로운 서비스를 시장에 알리는데 많은 애를 먹었다.

 

그는 2년 정도 개발을 거쳐 밀레니얼 세대(1980년~2000년대 초반 출생자) 대상의 챗봇 서비스를 2015년 내놨으나, 당시만 해도 워낙 새로운 개념인 탓에 기업들이 선뜻 구매에 나서지 않았다고 한다.

 

마졸랭은 "기업들이 관심을 가졌지만, (구매에) 적극적으로 바뀌진 않았다"며 "기업들이 잼의 챗봇 서비스를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제품 콘셉트를 정돈하고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프로모션도 벌였다"고 말했다.

 

▲ '힉'의 창업자 니콜라스(오른쪽)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현재는 페이스북의 지원을 받을 정도로 인정을 받는 스타트업이 됐으며, 고객사를 통해 유입된 40만명 이상의 챗봇 사용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빅데이터, 광고 등의 비즈니스 모델도 구현하고 있다.

 

최근에는 페이스북의 개발자 회의 F8에서 프랑스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발표를 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잼은 프랑스어 서비스로만 제공되고 있으나 향후 영어와 스페인어도 서비스할 구상이다.

 

다른 챗봇 스타트업 힉(Heek)도 글로벌 서비스 론칭을 서두르고 있다. 프랑스 100대 스타트업으로 선정된 바 있는 힉은 120만유로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힉의 창업자 니콜라스 빠용(Nicolas Fayon·33)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을 넘어 큰 성공을 하려면 글로벌 시장 진출이 필수"라며 "글로벌 서비스를 빨리 론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 전문 기업 스닙스(Snips)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얀 르셀(Yann Lechelle)은 "프랑스 스타트업들이 경쟁력 있는 기술을 갖추면서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총 2200만유로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스닙스의 경우 일본어에 이어 한국어도 학습하고 있으며, 국내 기업 네이버와도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얀은 "문화로 유명한 프랑스는 실리콘밸리와 같은 곳으로도 바뀌고 있다"며 "스닙스도 빠르게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 아마존, 구글과 경쟁자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기획시리즈는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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