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코드를 스캔하니 출입 게이트의 문이 열린다. 자유롭게 쇼핑을 하고 그대로 나가면 결제까지 끝. 지난 1일 방문한 서울 강남구 스타필드코엑스몰 '완전스마트매장'의 모습이다.
무인 매장의 선두주자이자 글로벌 '유통 공룡' 아마존이 세운 '아마존 고(Amazon Go)'와 여러모로 비슷하다.
특히 자동결제시스템 '저스트 워크 아웃'(Just Walk Out)과 흡사한데 모두 국내 기술로 구현했다. 신세계그룹의 테크 전문 기업이자 이마트 계열사 신세계아이앤씨가 야심차게 구축한 것이다.
이마트24매장은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에서 내려 코엑스 아쿠아리움 쪽으로 가다 보면 나온다. 겉보기엔 일반 편의점과 다를 바 없으나 들어가 보면 '신세계'가 열린다. 이곳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이마트24, 신세계아이앤씨(I&C)가 완전스마트매장 보안성 향상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했다.
완전스마트매장이란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 기술을 활용해 상품 구매는 물론 결제까지 사람 없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것을 말한다. 이 매장에는 신세계아이앤씨가 자체 개발한 '셀프서비스 스토어' 기술이 적용됐다.
기존 국내 무인편의점들은 보안 등을 이유로 오피스 건물 내부 등 폐쇄적인 공간 위주로 입점했다. 반면 이마트24 매장은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들어섰다. 그만큼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첨단 기술 접목된 한국판 '아마존 고'
이용 방법은 무인 매장의 선두주자 아마존 고와 비슷하다. 게이트에 SSG페이나 이마트24 앱에서 발급받은 QR코드(코드당 4명까지 입장 가능)를 스캔해 입장한 후 상품을 들고나오면 자동으로 결제가 완료된다. 영수증도 휴대폰으로 바로 받아볼 수 있다.
기존에 이 앱들을 이용하지 않았다면 키오스크에서 신용, 체크카드를 인증하고 카카오톡 메시지로 QR코드를 받을 수 있다. 카카오톡으로 받은 QR코드는 7일간 유효하다.
자동결제시스템의 비밀은 천장에 달린 카메라에 있다. 이 카메라에는 자율주행차에 적용되는 센서가 달려있는데 소비자의 쇼핑 동작을 인식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어떤 제품을 갖고 나가는지를 모두 감지할 수 있다.
잘못된 위치에 놓여있는 상품도 바르게 인식해 결제할 정도다. 카메라는 데이터를 비식별화하기 때문에 일반 카메라에 비해 개인정보 보안 문제로부터 자유롭다.
무게 감지 센서가 도입됐다. 15~20g까지도 인식할 수 있어 조그만 쇼핑백(30g)도 자동 결제가 가능하다.
찾는 상품이 보이지 않는다면 스파로스 AI 챗봇을 부르면 된다. 매장에서 "스파로스"를 부른 후 물어보면 화면으로 상품 위치를 보여준다.
현재 챗봇 서비스는 상품 위치를 비롯해 결제 방법, 운영시간 등을 안내한다. 신세계아이앤씨는 이달 내 연관 상품이나 2+1 상품 안내 등 마케팅적인 요소를 추가할 예정이다.
스파로스는 신세계아이앤씨의 리테일테크 기반 솔루션 브랜드다. 소매·유통 부문 사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이 접목된 개념이다. 챗봇·개인화 추천 등 AI 솔루션부터 클라우드POS 등 클라우드 솔루션, 셀프 계산대 등 스마트리테일까지 리테일테크 관련 솔루션에 적용된다.
해당 매장에는 700여종의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이는 일반 매장과 비슷한 수준이다. 스타필드코엑스몰이라는 특색을 고려해 상품을 구성했다. 다만 주류와 담배는 성인인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직원을 통해서만 구입할 수 있다. 이 직원은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해당 코너에만 배치된다. 입장 인원은 12~15명 정도다. 일반 편의점을 생각하면 충분한 수준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연말 2차 오픈…물리적·정보적 보안 강화
신세계아이앤씨는 연말(11월 예정)까지 해당 매장에 추가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무인매장이라고 하면 보안이나 안전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취객 난입이나 폭행 사건이 벌어지는 경우, 또는 응급환자가 발생하는 경우 안내 멘트가 나오고 이후에도 상황이 해결되지 않으면 112나 119 신고시스템과 연동하는 것이라고 목표다.
또 지능형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원격 매장 관리 시스템 구축 등 소비자가 완전스마트매장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예상되는 물리적·정보적 보안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번 '이마트24 스마트 코엑스점' 오픈은 과기정통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완전스마트매장 보안성 향상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신세계아이앤씨가 주관기업으로 선정돼 이마트24와 MGV보안시스템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이마트24 스마트 코엑스점은 신세계아이앤씨의 자체 기술로 구축된 완전스마트매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보안 이슈와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는 기술을 테스트하고, 향후 편의점을 비롯한 다양한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진보된 기술의 표준을 제시하는 데 의미가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무인 편의점 시장은 2019년 6748만달러(약 782억원) 규모에서 2027년 16억4032만달러(약 1조9019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아이앤씨에 따르면 기존 무인편의점 매장에는 외국 기술·장비들이 많이 이용됐다. 과기정통부와 신세계아이앤씨는 이를 국산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마트24 스마트코엑스점은 컴퓨터비전, 센서퓨전, 인공지능, 음성인식 등의 첨단 시스템을 순수 자체 개발 기술로 구현한 매장이다. 나아가 수출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