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항체약물접합체(ADC)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 진출을 위해 '페이로드(약물)'인 독성 화학물질 생산시설을 직접 준공하거나 인수 또는 생산시설을 갖춘 기업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 3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항체에 붙이는 페이로드 제조 역량을 갖춰 ADC 의약품 개발부터 상업화 생산에 이르는 원스톱 위탁개발생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24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ADC의 구성요소 중 하나인 페이로드 제조 역량을 갖추기 위해 내부적으로 세포독성 항암제 등 약리활성이 높은 고효능 원료의약품(HPAPI) 생산 시설을 직접 짓거나 관련 제조 공장을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차세대 항암 치료제로 각광받는 ADC는 암세포에 작용하는 방식이 마치 유도미사일과 같아 '미사일 항암제'로 불린다. 항체(전투기)가 암세포(표적)에 결합하면 링커에 부착한 세포 독성약물(폭탄)을 방출하는 방식으로 작용해서다. ADC는 이처럼 타깃 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해 약효가 높고, 정상세포 손상을 최소화해 부작용이 적다는 평가를 받는다.
ADC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항체, 링커, 페이로드 등 세 가지 구성요소가 적절한 조화를 이뤄야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항체 바이오의약품 CDMO 사업을 영위하며 항체 개발·제조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오는 2024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ADC 전용 항체 생산시설을 구축 중이다. 링커 기술은 지난 4월 스위스 바이오기업 아라리스바이오텍 투자를 통해 확보한 상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원스톱 ADC CDMO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건 페이로드 제조 역량이다. 삼성바이오보다 일찍 ADC CDMO 사업에 나선 스위스 론자, 중국의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자체 HPAPI 제조 시설을 두 개씩 보유해 전 ADC 요소를 원스톱에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
국내에선 SK그룹의 CDMO 자회사 SK팜테코가 2018년 미국 HPAPI 제조업체 앰팩(AFC)을 인수하면서 페이로드 생산 역량을 포함한 통합 ADC CMDO 서비스를 구축했다. 앰팩은 미국 내 캘리포니아, 텍사스, 버지니아 등에 최신 우수 의약품 제조·관리 기준(cGMP) 인증을 받은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CDMO 기업들이 ADC 원스톱 서비스를 마련하는 이유는 생산기간을 단축하고, 균일한 품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어서다.
일반 항체 의약품과 달리 ADC는 제조 시 항체, 링커, 페이로드 등 다수의 원료를 생체접합 시설로 동시에 전달해야 한다. 만약 이들 원료를 별도로 조달하면 생산 스케줄이 지연되고, 원료별 품질 차이로 최종 생산품의 안정성이나 효능이 저하될 위험이 있다. 미국 터프츠 대학 연구 등에 따르면 이 모든 과정을 한 CDMO 업체에서 수행할 경우 고객사는 개발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이고, 고품질의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항체, 링커 등의 원료와 비교해 세포독성 물질은 약리 활성이 높아 생산 진입장벽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세포독성 물질은 일반 항체 제조와 달리 시장 진입을 위해 오랜 기간 선행 연구가 필요해 단기간에 진출하기 어려운 분야로 꼽힌다. 국내 1, 2위 세포독성 항암제 생산기업 삼양홀딩스, 보령도 아직 국내 생산시설의 유럽, 일본 GMP만 획득했을 뿐 미국 cGMP 인증을 받지 못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항체와 링커 외에 페이로드 생산역량 확보 계획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이 없다. 하지만 진입이 어려운 분야인 만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직접 생산공장을 짓기보다 SK팜테크와 같이 국내외 생산시설을 인수하거나 HPAPI 생산기업과 라이센싱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ADC 페이로드 제조 기반을 갖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토마스 로러 삼성바이오로직스 생체접합 기술지원팀 시니어 디렉터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HPAPI 생산시설을 갖추면 외부에서 세포독성 물질을 들여오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피해 더 완전한 원스톱 서비스를 구축하게 된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ADC 페이로드 생산시설을 확보해 이른 시일 내 삼성이 ADC 생산을 위해 필요한 전문성과 통합적 역량을 구축하고 고객들에게 해당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