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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메르스..삼성, 리셋할 기회

  • 2015.06.16(화) 16:49

삼성이 이재용 체제 출항을 앞두고 호된 신고식을 치르고 있습니다.

 

사업재편과 지배구조개편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암초를 만났습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합병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겁니다. 사업재편에 무게를 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무산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타격입니다.

 

암초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주주와 여론의 절대적 지지가 필요한데 쉽지 않아 보입니다. 엘리엇의 주장(합병비율 불합리, 합병시점 불리 등)에 고개를 끄덕이는 주주들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엘리엇의 공격 포인트는 간단합니다. “삼성 측이 오너가의 지분을 늘리기 위해 소액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겁니다.

 

삼성 측이 우호 세력을 모아 합병에 성공하더라도 이 같은 인식을 바꾸지 못한다면 상처 뿐인 영광이 될 겁니다.

 

 
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고 하더니 악재는 겹쳐서 오나 봅니다.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확산의 진원지가 됐습니다. 국내 최고의 병원이 한순간 최악의 병원이 된거죠. 16일 오전까지 집계된 환자(사망 19명, 확진 154명)의 절반을 넘는 73명이 삼성서울병원을 통해 감염됐습니다. 지난 15일에는 병원 부분폐쇄를 단행했지만 감염환자가 언제 줄어들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 병원 감염내과 과장은 국회에서 “병원 방역 시스템이 뚫린 것 아니냐‘는 국회의원의 지적에 ”국가가 뚫린 것“이라고 답해 눈총을 받았습니다. 딱히 틀린 대답은 아니지만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이 얄밉다는 ’국민 감정법‘에 걸린 겁니다.

 

엘리엇과 메르스 사태는 어쩔 수 없었던 게 아니라 미리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라고 봐야 합니다. 1등의 자만이 낳은 예고된 참사라고 하겠습니다. ‘내 방패는 어떤 창도 막을 수 있어, 내 창은 어떤 방패도 뚫을 수 있어’ 하는 자만심이 안일한 대응을 낳았고 결국 뼈아픈 굴욕을 당하게 된 겁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달 1년 넘게 병상에 누워있는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이사장을 맡았습니다. 사실상 그룹 후계자로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때 위기가 닥친 겁니다.

 

그래서 더 위험해 보이지만 매는 빨리 맞는 게 좋을 수 있습니다. 삼성은 이제 진짜 실력을 보여줘야 합니다. 고름을 완벽하게 제거해야 새살이 돋습니다. 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삼성의 위기는 앞으로도 무시로 찾아올 겁니다. 그때마다 더 강해져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1993년 삼성 신경영의 기폭제가 됐던 ‘후쿠다 보고서’를 작성한 후쿠다 다미오 전 디자인 고문은 이렇게 말합니다. "신경영을 통해 이룬 성공사례나 기억은 잊고, 리셋(reset)해야 한다. 미래에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삼성인 전체가 진심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지금 준비하면 5년 이후 답이 나오지만 지금 액션을 취하지 않으면 10년 후는 없다고 단언합니다. 삼성맨들의 맹렬한 자기 반성과 1등 기업다운 돌파구 찾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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