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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황금밭' 잠원동에 홀로 시간 멈춘 '나홀로 아파트'

  • 2024.04.29(월) 06:30

'66가구' 신반포26차, 추진위만 7년째
주변 단지는 3.3㎡당 공사비 1300만원도…
일반분양가 높여야 그나마 사업성 기대

서울 서초구 잠원동엔 신반포4지구를 재건축하는 '메이플자이'를 비롯해 여러 단지들이 재건축을 마쳤거나 진행 중이다. '신반포'로 묶이는 잠원동은 지하철 3호선 잠원역, 7호선 반포역과 가깝고 잠원한강공원도 인접해 입지가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관련기사: 59㎡ 17억이라도 가성비?…'메이플자이' 얼마나 흥행할까(1월9일)

하지만 최근 건설경기 악화로 잠원동마저도 재건축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단지가 아닌 1개동짜리 '나홀로 아파트'는 상황이 더 안 좋다. 특히 100가구 미만의 소단지의 경우 주민 동의를 받는 데도 하세월인 형국이다. 사업이 진행된다 해도 급격히 높아진 공사비 탓에 또 조합원 속이 썩는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나홀로 아파트.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66가구 1개동 아파트, 재건축 동의 '쉽지 않네'

3호선 잠원역 3번출구에서 도보 2분 거리에 있는 '신반포 한신 26차' 아파트. 이 단지는 전용면적 115~142㎡ 총 66가구로 구성된, 11층짜리 '나홀로 아파트'다. 1984년 준공돼 올해 입주 41년차를 맞았다. 2017년 3월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하고 같은해 10월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7년이 지난 지금도 조합설립이 이뤄지지 않았다.

소규모재건축이라도 토지 등 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동의가 필요한데 이곳은 찬성표가 모자란 상황이다. 한 주민에 따르면 세금 문제로 재건축을 미루자는 다주택자, 이사가는 게 부담스럽다는 노인세대 등이 재건축 착수를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 추진위원장을 선출하려 해도 전체 가구가 66가구뿐이라 의견 합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잠원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신반포26차는 잠원역 바로 앞이고 대형 평형 위주지만, 단지가 작아 사업이 오래 걸린다"며 "된다 해도 대단지만큼 큰 커뮤니티를 갖추기 어려울 테고, 옆 아파트 일조권 때문에 높이도 많이 못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단지는 지난해 서울시의 '소규모 재건축 사업성 분석' 우선 검토 단지 15곳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서울시는 면적과 노후도 요건을 충족하는 200가구 미만 소규모 아파트의 재건축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10곳을 대상 단지로 선정해 용역을 수행 중"이라며 "신반포26차의 경우 올해 사업 진행시 추가적인 신청 없이도 우선 검토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분담금 납부 능력이 없다면 현금청산을 해야 하는데 그동안 주변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올라 (인근 단지로) 이사 가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강남 살던 사람이 다른 지역을 가진 않을 텐데 자금이 모자라니 반대하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132가구, 1개동의 '신반포22차'는 재건축을 통해 160가구, 2개동으로 재탄생을 준비 중이다. 3.3㎡(평)당 공사비가 569만원에서 1300만원으로 7년 만에 2배 이상 뛰면서 주목받기도 했다. 조감도는 조합 홈페이지 캡처

순항하는 단지도…심지어 고급 브랜드

나홀로아파트도 나홀로 나름이다. 잠원역 일대엔 이곳과 달리 사업 속도를 내는 단지들이 있다. 132가구, 1개동의 '신반포22차'는 재건축을 통해 160가구, 2개동으로 재탄생을 준비 중이다. 2017년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시공사를 선정했으며 2022년 이주를 마쳤다.

신반포22차엔 현대엔지니어링의 고급(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가 적용될 예정이다. 3.3㎡(평)당 공사비가 569만원에서 1300만원으로 7년 만에 2배 이상 뛰면서 주목받기도 했다. 평당 분양가는 메이플자이(6705만원) 기록을 깨고 8500만원을 넘어설 것으로 알려졌다.

'신반포27차'는 SK에코플랜트와 수의계약을 맺을 전망이다. 6월 총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이곳은 기존 156가구, 1개동을 210가구, 2개동으로 재건축한다. 역시 하이엔드 브랜드 '드파인'이 적용된다. 평당 공사비는 958만원 수준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꼭 대단지가 아니더라도 하이엔드 브랜드를 다는 건 문제가 없다"며 "규모 외에도 입지 등 질적 요소를 복합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사비가 관건…리모델링이 대안? 

그러나 나홀로 아파트는 단지 규모가 작아 '규모의 경제' 효과를 창출할 수 없다. 근본적인 한계다. 또 일반분양 물량이 적어 높은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일반분양가를 높여 조합원 부담을 전가해야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구조다. 조합들이 시공사가 제시한 높은 공사비를 감당할 수밖에 없는 것도 그 이유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나홀로 아파트는 대단지에 비해 커뮤니티를 꾸리기도 어렵고 상품성이 부족하다 보니 일반분양시 선호도가 떨어진다"라며 "그나마 강남권은 일반분양가를 높게 책정할 수 있긴 하지만 준공 후 투자가치는 대단지보다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의 김인만 소장은 "나홀로 아파트는 대단지가 오르면 따라가기 때문에 어차피 랜드마크가 될 순 없을 것"이라며 "주변 시세보다 낮아야 메리트가 있는데 공사비가 워낙 많이 올라서 사업성이 제대로 나올지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 역시 "나홀로 아파트가 공사비를 낮추긴 쉽지 않다. 용적률도 적절한 편이 아니라 사업성을 확보하기도 어렵다"며 "재건축보다는 리모델링으로 가는 게 비용을 줄이는 방법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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